노후불량 건축물 동의 요건 등
자문 검토 기준 완화키로
재건축과 다른 특성 반영해
공정관리 체계도 맞춤 개편
디자인 특화 혜택 등 과제도
서울시가 주택공급 속도를 높이기 위해 모아타운 사업 문턱을 낮춘다. ‘그림자 규제’로 지적돼 온 주민제안 자문검토 기준을 손질하고 사업 특성에 맞춘 공정관리 체계를 마련한다. 2031년까지 31만 가구 착공 목표의 중심은 재건축·재개발이지만 모아타운 사업으로 노후 저층 주거지를 빠르게 정비해 ‘플러스 알파’ 물량으로 키우겠다는 취지다.
14일 서울시 등에 따르면 시는 모아주택·모아타운 주민제안 단계에서 적용하는 ‘자문검토 기준’을 개선하기로 결정했다. 이 기준은 2024년 신축·다세대 빌라 지분 쪼개기 등 투기성 거래를 막기 위해 시가 별도로 만들었다. 모아주택·모아타운 주민제안 방식은 토지 등 소유자 60% 이상과 토지 면적 50% 이상 동의가 기본 요건이다. 그러나 자문검토 기준인 △노후·불량 건축물 소유자 또는 면적 동의가 3분의 2 미만인 경우 △2022년 이후 매입한 건축물 소유자의 동의율이 30% 이상인 경우 △ 토지 등 소유자 25% 또는 토지 면적 3분의 1이상이 반대하는 경우 △ 투기 세력 유입이 있다고 판단되는 경우 중에 하나라도 걸리면 기본 요건을 갖춰도 주민 제안 사업은 불허된다.
이런 기준이 높은 진입장벽으로 작용해 애를 먹고 있는 사업지들이 늘고 있다. 강서구 등촌동 A번지 일대는 모아타운 주민 제안 기본 요건을 갖췄다. 그러나 노후·불량건축물 소유자가 적은데다 대체로 개발에 반대하거나 비싼 보상을 요구하는 단독주택 비중도 높은 편이어서 노후·불량건축물 동의 기준을 맞추는 게 쉽지 않다.
등촌동 B번지 일대도 같은 문제에 봉착해 있다. 노후·불량 건축물 소유자 기준치가 실제 해당 주택을 소유한 사람 수보다 훨씬 높다. 면적 기준을 충족하려면 노후불량 주택 수 80% 이상의 동의를 받아야 하는데 사실상 해당 소유자 모두를 설득해야 한다.
한 정비업계 관계자는 “전체 주민의 80~90%가 찬성해도 소수의 노후 불량주택 소유자가 반대하면 사업 추진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목동의 한 역세권 모아타운 추진위원장도 “2년째 자원 봉사자들이 매달리고 있는데 자문 검토 기준 맞추기가 현실적으로 너무 어렵다”며 “같은 문제를 겪고 있는 사업지들이 주변에 많다”고 호소했다.
정비업계에선 노후 단독주택 중에는 사업 취지에는 공감하면서도 분담금, 사업성 등을 본 뒤 조합 설립 단계에서 동의하려는 이들이 적지 않은데, 주민 제안 단계부터 높은 동의율을 요구하면서 사업이 출발조차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서울시는 제도 개선 방향으로 노후·불량건축물 동의 기준을 현행 3분의2에서 2분의 1로 낮추거나, 현재 4개 불허 기준을 일률적으로 적용하는 방식을 손질하는 방안 등을 검토하고 있다. 투기 방지 취지는 살리되 정상적인 주민 제안 사업은 접수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주는 방식이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서울시는 모아주택·모아타운 공정관리도 강화할 계획이다. 서울시는 시내 모든 정비사업 구역별로 표준 처리 기한을 두고 사업진행 속도에 따라 등급을 매겨 관리하고 있는데, 모아주택·타운은 맞춤형 관리체계가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모아주택·타운은 근거 법과 절차가 일반 재건축·재개발과 다르고 빠른 속도가 장점”이라고 말했다. 모아타운 단계에서 건축계획을 관리계획입안과 병행할 수 있게 됐고, 사업 후반부인 사업시행인가와 관리처분계획도 동시에 진행할 수 있으니, 이런 부분들을 반영해 더 촘촘하게 공정관리를 하겠다는 것이다.
현장에선 추가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일반 재건축·재개발은 친환경 설계나 디자인 특화에 대해 용적률 혜택을 준다. 반면 모아주택은 임대주택이나 기반시설 등 공공기여를 해야 용적률을 받는 구조다. 모아주택 관련 법에 인센티브를 줄 근거가 부족한 탓이지만, 업계에선 ‘성냥갑 아파트’에서 탈피하고 저층 주거지를 바꾸는 대표 사업이 되려면 설계 품질을 높이도록 유도하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주택도시개발공사(SH)가 참여하는 공공관리 모아타운을 둘러싼 형평성 논란도 있다. SH가 참여하는 공공관리 모아타운은 사업면적 확대, 임대주택 확보 비율 완화, 분양가상한제 적용 제외, 금융·행정지원 등 일반 모아타운보다 유리한 조건을 적용받는다. 서울시와 SH는 주민 주도로 사업이 어려운 구역을 위한 장치라는 입장이다. 다만 업계에서는 공공 관리형에 혜택이 집중될 경우 일반 모아타운의 사업성이 상대적으로 떨어져 민간 주도 사업의 추진 동력이 약해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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