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득세 중과 5년 기한 도래
전세사기 여파 매매수요 끊겨
분양·전세통한 자금회수 차질
사업비대출한도 80%→30% 뚝
준공 5년내 못파는 사례 속출
취득세중과 적용땐 공급 소멸
"빌라,아파트와 구분해야"
비아파트 시장이 취득세 중과세와 자금 조달 난항이라는 이중고에 갇혀 고사하고 있다. 노후 주택을 사들여 허문 뒤 빌라를 공급해온 소규모 주택신축판매업자들이 최근 분양 한파로 '5년 내 판매' 기한을 지키지 못하게 되자 정부가 유예해줬던 최대 12%의 중과세율을 소급 추징할 시점이 도래했기 때문이다.
빌라 등 비아파트는 서민들이 아파트로 진입하기 전 거쳐가는 '주거 사다리'로 꼽힌다. 자금력이 부족한 청년이나 신혼부부가 상대적으로 저렴한 빌라에 전세나 매매로 입주해 자산을 형성한 뒤 아파트로 갈아타는 사례가 많아서다. 하지만 최근 빌라 공급업자들의 줄도산으로 신축 물량이 실종되고 아파트 전세가마저 폭등하며 이 사다리가 사라지고 있다. 일터 근처 저렴한 주거지가 사라지면서 서민 자산 축적 시기가 늦어질 뿐만 아니라 외곽 지역으로 밀려나는 '주거 하향 이동'도 가속화하고 있다.
주택신축판매업자란 도심 내 소규모 필지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중소주택 건설사업자를 뜻한다. 이들은 주로 노후 주택을 매입해 허문 뒤 30가구 미만의 다세대주택 등을 지어 공급하는 역할을 한다. 도심 골목길 곳곳에 신축 주택을 공급하며 서민 주거 생태계의 모세혈관 기능을 수행해왔다. 이들이 주로 공급하는 빌라는 선분양을 통해 계약금과 중도금으로 공사비를 충당하는 아파트와 달리 준공 후에야 자금을 회수하는 구조다. 과거에는 토지담보대출로 땅을 사고 집을 다 지은 뒤 들어오는 세입자의 전세금이나 매수자의 잔금으로 대출을 상환하며 다음 사업지로 이동하는 게 가능했다.
하지만 매수 수요가 아파트로 쏠리고 빌라가 주택 매매시장에서 소외되면서 빌려 쓴 건설비를 갚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게다가 빌라 건설의 주 자금 창구였던 상호금융권마저 대출 규제를 강화하며 자금줄이 마르면서 과거 사업비의 80%에 달했던 토지담보대출 한도는 30% 이하로 급락했다. 특히 금융권이 대출 실행 조건으로 잔금 지급 전 '선(先)철거'라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조건을 내걸어 대출 자체가 어려워진 측면도 있다. 결국 아파트처럼 안정적인 사전 분양대금 유입이 없는 상태에서 상호금융 대출이나 준공 후 분양, 전세금에만 의존해야 했던 소규모 사업자들은 금융 비용 증가와 미판매에 따른 취득세 중과까지 겹치며 집을 지을수록 손해를 보고, 파산에 이르는 상황이 됐다. 서울 동대문구 용두동의 한 주택신축판매업자는 "전세사기 여파로 아파트로 매수세가 쏠리면서 분양길이 막혀 자금줄이 말랐는데 이제는 수억 원의 취득세 중과까지 기다리고 있다"고 호소했다. 강동구 고덕동의 한 사업자 역시 "취득세 원금에 가산세까지 더해지니 문자 그대로 앉아서 망하는 처지"라고 전했다.
비아파트 맞춤형 금융 체계가 갖춰지지 않은 상태에서 아파트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을 잡으려는 규제가 빌라 시장에도 일괄 적용되며 자금줄이 막히는 풍선효과가 나타났다는 지적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도심 공급 시장의 물꼬를 트려면 판매 기한을 폐지하고 비아파트 특성에 맞는 금융 지원 체계를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빌라 공급 감소와 월세 전환으로 서울 빌라 전세 수급지수는 지난해 6월 100.4를 기록하며 100을 넘어섰고, 올해 3월에는 104.1까지 상승했다. 이 지수는 100을 넘을수록 수요가 공급을 웃돈다는 의미다. 아파트 전세난이 비아파트 시장으로 확산하는 모습인데 이러한 수급 불균형이 지속되면 무주택자의 주거 부담은 계속 커질 수밖에 없다.
전문가들은 현재의 비아파트 공급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선 아파트 중심의 공적 보증 체계에서 벗어난 근본적인 금융 대책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이에 따라 장기적으로는 재원을 다각화한 민관 합동 주택공급 안정화 펀드를 조성하고 이를 전담할 전문 금융기관을 설치해야 한다는 제언도 업계 안팎에서 나온다. 이는 과거 금융위기 당시 일본이 도시 및 부동산 개발사업의 자금줄이 막히자 민관 공동의 '부동산시장 안정화 펀드'를 만들어 신용경색 문제를 해결했던 사례를 벤치마킹한 것이다. 민간의 자본, 공공의 신용보강을 결합해 시장 침체기에도 비아파트 사업자들이 안정적으로 건설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전용 통로를 만들어야 한다는 취지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아파트와 달리 투기 수요가 적고 서민의 주거 사다리 역할을 하는 만큼 아파트와 비아파트를 분리해 규제를 적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홍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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