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산 도금강판과 컬러강판이 국내로 밀려들고 있다. 정부가 오는 6월부터 반덤핑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발표하자 중국 업체들이 지금을 마지막 기회라고 판단해 공격적으로 판매한 결과다. 저가 제품을 원하는 국내 유통업체가 1년 치 중국산 도금·컬러강판을 쟁여뒀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다. 국내 철강사는 지금 수입되고 있는 중국산 제품에 반덤핑 관세를 소급 적용하자고 정부에 건의할 계획이다.
◇ 관세 부과 직전 물량 공세 나선 中
24일 한국철강협회에 따르면 지난 3~4월 중국산 도금·컬러강판 수입량은 28만7628t이었다. 1~2월(15만157t)과 비교하면 91.6% 늘었다. 전년 같은 기간(18만3824t)과 비교해도 56.5% 증가했다.
도금강판과 컬러강판은 냉연강판에 아연 등을 도금해 부식을 막거나 페인트를 칠해 색을 입힌 제품이다. 국내에선 주로 건축 기자재에 사용된다. 공장·창고 등 건물 지붕과 내외벽, 간판 등에 주로 쓰여 가격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중국산 도금·컬러강판 판매량은 해마다 늘었다. 중국산 도금·컬러강판 수입량은 2022년 82만6618t에서 지난해 109만9515t으로 33% 증가했다. 지난해 내수 규모(약 250만t)의 44%에 육박한다. 국내 1위 동국씨엠의 지난해 도금·컬러강판 매출 합계는 5995억원으로 전년(7518억원) 대비 20.3% 줄었다. 중국 업체가 매년 한국 판매가를 낮춘 결과다. 중국산 도금·컬러강판 제품의 t당 평균 단가는 2022년 956달러에서 지난해 671달러로 29.9% 하락했다.
한국 철강사는 저가 중국산 도금·컬러강판이 안전 측면에서도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포스코는 발암물질이 포함된 중국산 컬러강판이 국내에 유통되고 있다며 지난해 업계를 대표해 산업통상부에 제재를 요청했다. 페인트를 입히는 과정 등에서 쓰이는 6가 크로뮴 화합물은 1급 발암물질로 분류돼 국내 기업은 사용할 수 없다. 반면 중국은 별도 환경 규제가 없다.
국내 철강사 관계자는 “중국에서 6가 크로뮴 화합물을 사용해 제품을 제조했다고 해도 한국에 들여올 때는 이를 확인하기 쉽지 않다”고 했다.
◇ “관세 소급 적용해야”
한국 철강업계는 정부에 반덤핑 관세 부과를 요청했다. 국내 도금·컬러강판 기업이 프리미엄 제품을 개발하며 차별화를 시도했지만 중국 업체의 무리한 가격 책정에 무용지물이 됐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산업부 무역위원회는 지난달 16일 중국산 도금·컬러강판에 22.34~33.67%의 잠정 반덤핑 관세를 부과해야 한다는 예비 판정을 내렸다. 재정경제부는 무역위 결정에 따라 6월 12일부터 잠정 관세를 적용하겠다고 지난 22일 행정예고했다.
사실상 두 달간의 관세 유예 기간이 주어지자 중국 업체는 오히려 물량 공세를 강화했다. 한 철강기업 관계자는 “중국 철강사가 두 달가량의 유예 기간에 올해 판매할 도금·컬러강판 물량을 모두 한국 유통업체에 팔려는 듯 공격적으로 나섰다”며 “반덤핑 관세의 실효성이 크게 낮아질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국내 주요 도금·컬러강판 업체는 반덤핑 관세 소급 적용 신청을 검토하고 있다. 관세법에 따르면 잠정 관세 부과 전 해당 제품이 단기간에 대량 수입되는 경우 최대 90일 전 수입분에 관세를 부과할 수 있다. 철강업계 추산으로 4월 한 달에만 220억~300억원 규모의 관세를 부과할 수 있다. 예비 판정 이후 최대 600억원을 부과할 수 있다는 의미다.
민동준 연세대 신소재공학과 명예교수는 “반덤핑 예비 판정 즉시 잠정 관세를 적용하고, 최종 결정에서 결과가 바뀌면 소급 정산하는 미국 시스템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노유정/신정은 기자 yjro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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