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포괄적 재량권 도입추진
분식회계 등 파장 큰 사안 신속상폐
향후 코리아디스카운트 해소 효과도
회계감리도 계좌추적권 부여 추진
금융당국이 회계부정을 저지른 상장사를 보다 신속히 시장에서 퇴출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분식회계 등 사회적 파장이 큰 중대 회계부정이 발생할 경우 ‘포괄적 재량권’을 통해 거래소로 하여금 시장 신뢰 훼손과 투자자 보호 필요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곧바로 퇴출 조치를 내릴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2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이 같은 내용을 포함한 회계심사·감리 주기 단축 및 감리수단 강화 로드맵을 연내 마련할 계획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주주 등 이해관계자 보호에 있어 애로사항이 있다고 판단되면 바로 즉각적인 조치를 취할 수 있는, 사회적으로 굉장히 중요한 사건에 해당될 것”이라며 “남발해서는 안 되겠지만 주요 선진국들처럼 예외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근거를 둘 필요가 있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국내 증시의 상장폐지 제도는 감사의견 미달, 자본잠식, 사업보고서 미제출 등 정량 기준에 따른 형식적 상장폐지와 회계처리기준 중대 위반, 횡령·배임 등 질적 사유에 따른 상장적격성 실질심사로 나뉜다. 거래소 규정에도 공익·투자자 보호상 상장폐지가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경우를 실질심사 사유로 보는 포괄 조항은 있다.
다만 이 같은 조항은 기본적으로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체계 안에서 작동한다. 현재 실질심사를 통한 부실기업 퇴출에는 평균 2년 가까이 소요된다.
현재 미국과 일본은 거래소가, 영국은 금융행위감독청(FCA) 등 금융당국이 투자자 보호와 시장질서 유지를 위해 상장 유지 적정성을 폭넓게 판단할 수 있는 근거를 두고 있다.
포괄적 재량권이 사용된 대표적 사례는 2001년 미국 엔론 사태가 꼽힌다. 엔론은 특수목적법인 등을 활용한 부채 은폐와 회계왜곡을 일삼았고 뉴욕증권거래소(NYSE)는 엔론 주식 거래를 즉각 정지하고 상폐 절차에 착수했다. 당시 NYSE는 파산 절차 장기화와 일반주주에게 미칠 불확실성 등을 이유로 들었다.
포괄적 재량권 도입을 위해서는 거래소 상장규정 개정 등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 금융당국은 거래소 등 유관기관과 협의를 거쳐 구체적인 제도 개선을 추진할 계획이다.
회계심사·감리 제도 개선은 자본시장의 투명성을 높여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로 이어질 수 있다. 회계부정 기업과 부실기업이 시장에 장기간 남아 투자자 피해를 키우는 일을 줄이고, 자본이 건전한 기업으로 흘러가도록 시장 규율을 강화하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금융위원회도 최근 이 같은 방향성을 강조했다. 금융위는 지난 21일 위원장 기자간담회에서 선진 프리미엄 시장 도약을 위한 4대 정책방향 중 하나로 분식회계 근절 등 공정하고 투명한 시장질서 확립을 제시했다.
현행 회계감리는 기업이 제출한 자료와 장부, 내부자 제보 등에 상당 부분 의존하는 구조다. 기업이 자료 제출에 비협조적인 경우 회계상 숫자와 실제 자금 흐름이 맞는지 확인하는 데 수개월이 걸리고, 감리에 착수한 뒤 실제 고발까지 가는 과정에서 증거가 인멸될 가능성도 있다.
금융당국은 이런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감리수단 강화가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예컨대 회계감리 과정에서도 계좌추적권을 통해 금융거래정보를 확보할 수 있게 되면 분식회계의 핵심 증거를 보다 쉽게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회계감리에 계좌추적권을 부여하려면 금융실명법 개정이 필요하다. 현행법상 계좌추적권은 불공정거래 조사와 금융회사 검사 등에 한정돼 있어 회계감리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이와 관련해 김현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해 1월 대표발의한 금융실명법 일부개정안은 현재 국회 정무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오는 7월부터 본격 시행 예정인 상장폐지 요건 강화도 회계감리 강화 필요성을 키우는 배경이다. 퇴출 기준이 높아지면 일부 한계기업이 상장 유지를 위해 매출, 자산, 자본을 부풀리는 등 회계처리를 왜곡할 유인이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은 상장폐지 요건에 근접한 기업 가운데 회계부정 위험이 큰 기업을 선별해 심사·감리를 강화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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