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연습생도, 99세 노인도 받아"…기회소득 수백억 '펑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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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7월 경기 수원시 경기도청에서 예술인 기회소득 수혜자와 김동연 경기도지사(오른쪽 네번째)가 간담회를 진행했다. 사진=경기도청

2023년 7월 경기 수원시 경기도청에서 예술인 기회소득 수혜자와 김동연 경기도지사(오른쪽 네번째)가 간담회를 진행했다. 사진=경기도청

경기도가 예술인에게 지급하는 기회소득이 ‘묻지마 현금 지원’ 논란에 휩싸였다. 아이돌 연습생으로 추정되는 19세부터 99세 노인까지 실적 검증 없이 제공한 데다 사용처도 확인할 수 없어 세금 누수라는 비판이 나온다. 올해부터는 1인당 지원 금액이 150만원으로 확대돼 논란은 더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공연 스태프로 1~3회만 참여해도 혜택

2일 한국경제신문이 양우식 경기도의원실과 2023년과 지난해 경기도가 지급한 예술인 기회소득 현황을 분석한 결과 2년간 도민 1만6424명에게 379억8900만원이 투입됐다. 수급자는 19세부터 99세까지 전 연령대에 걸쳐 있다. 특히 방송·연예·음악 등 분야 수급자만 3300여 명으로 전체의 20.1%에 달했다.

예술인 기회소득은 김동연 경기지사의 공약으로 2023년부터 시행됐다. 일정 조건을 갖춘 예술인에게 현금성 복지 혜택을 주는 제도다.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한국예술인복지재단에서 발급하는 ‘예술활동증명서’만 있으면 활동 실적, 연령 제한 없이 대상에 포함된다. 도비와 시·군비를 절반씩 부담해 지난해까지 연간 100만원을 지급했지만 올해부터는 150만원으로 늘렸다. 다만 용인·고양·성남시는 예산 낭비를 이유로 사업에 불참했다.

[단독] "연습생도, 99세 노인도 받아”…기회소득 수백억 '펑펑'

문제는 특정 분야의 예술활동증명서 발급 기준이 허술하다는 것이다. 도는 증명서만 있으면 연령과 상관없이 예술인 기회소득 수급 대상이 되도록 기준을 설계했다. 특히 음악·영화·방송·공연 분야는 기획·기술지원 등 스태프로 1~3회만 참여해도 예술인으로 인정해 준다. 이 때문에 형식적인 이력만으로 지원 자격을 얻는 사례가 적지 않다.

사용 내역도, 성과 분석도 ‘깜깜이’

예술인 기회소득은 경기도 청년기본소득, 기초생활보장수급 등 다른 복지제도와 중복 수령이 가능하다. 신청 조건이 ‘중위소득 120% 이하’로 설정돼 있지만 예술인 상당수가 프리랜서·비정규직이어서 실제 소득이 제대로 포착되지 않는 점도 허점으로 꼽힌다. 경기도 관계자는 “시장에서 정당한 보상을 받지 못한 예술인에게 사회적 보상을 지원하기 위한 취지”라고 말했다.

더 큰 문제는 현금만 주고 사용 내역과 성과 측정을 요구하지 않는 점이다. 청년기본소득은 올해부터 자기계발에 쓰이도록 사용처가 제한됐지만 예술인 기회소득은 영수증이나 사용 내역 제출 의무가 없어 지원금이 창작 활동에 쓰였는지 검증할 방법이 없다. 활동 실적과 무관하게 현금만 지원하는 구조 탓에 기초예술 생태계와 무관한 ‘소득보장제도’로 변질됐다는 비판이 제기되는 이유다.

2023년 경기도 예술인 기회소득을 지급받은 90대 현황. 자료=양우식 경기도의원실

2023년 경기도 예술인 기회소득을 지급받은 90대 현황. 자료=양우식 경기도의원실

예술인 기회소득을 놓고 논란이 확산하는 가운데 경기도는 올해부터 기회소득 지급액을 100만원에서 150만원으로 상향했다. 도는 선정된 예술인에게 연 150만원을 6~7월과 9월, 2회로 나눠 75만원씩 지급할 예정이다. 사업 대상도 지난해 27개 시·군에서 올해 수원시를 추가해 28곳으로 확대했다. 지급 인원 역시 지난해 1만298명에서 올해 1만5028명으로 늘렸다.

지난해 9월 경기도 양평군에서 개최된 예술인 기회소득 페스티벌. 경기문화재단 제공

지난해 9월 경기도 양평군에서 개최된 예술인 기회소득 페스티벌. 경기문화재단 제공

경기도의회 내부에서는 예술인 기회소득의 현금 지원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양우식 경기도의원은 “기회소득이란 이름 아래 도민 세금이 허공에 뿌려지고 있다”며 “예술 활동이라는 특수성을 고려하더라도 최소한의 기준이나 검증 없이 지급되는 것은 예산 낭비의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수원=권용훈/오유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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