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이세돌 “카타고, 접바둑인데 한집에 집착…AI 한계 드러내”

23 hours ago 7

신진서 2-1 승리에 관전평 밝혀
“신진서, 실력과 준비가 완벽했고
카타고, 사람이라면 안쓸 정석 둬”

이세돌 9단. 동아일보DB

이세돌 9단. 동아일보DB
‘인류 최강’ 신진서 9단(26)이 21일 오늘날 가장 진화한 바둑 인공지능(AI) 가운데 하나로 꼽히는 ‘카타고(KataGo)’를 상대로 승리했다. 신 9단은 이날 쎈수학·한경 기신전(棋神戰) 최종국인 3국에서 흑을 잡고 221수 만에 카타고를 11집 반 차로 이겼다.

17일 1국에서 카타고에 패배했던 신 9단은 19일 2국에 이어 이날 3국까지 승리하면서 2승 1패로 극적인 역전승을 거뒀다. 비록 2점을 깔고 둔 접바둑이지만 카타고가 프로기사들과의 2점 접바둑에서 압도적인 전적을 보인 걸 고려하면 10년 전 ‘알파고’를 상대로 이세돌 9단이 거둔 1승에 버금가는 의미가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세돌 9단은 이번 1~3국 대결을 어떻게 지켜봤는지 전화로 들어봤다.

―관전평을 부탁드립니다.
“신진서 9단이 2국, 3국에서 완벽하게 승리했어요. 누가 봐도 신진서 9단이 대단한 거지요. 또 AI의 문제점이 좀 드러난 것 같아요. 알고리즘의 문제겠습니다만, 이번 같은 경우 저는 보면서 사실 깜짝 놀랐어요.”

―어떤 점이 놀라웠나요.
“대형 정석(초반부터 많은 돌이 얽히는 정석)이 일어났죠. 초반에. 근데 저는 (카타고가) 뭔가 좀 특별한 수가 있을 줄 알았어요. 근데 없더라고요. 그런 정석을 절대 쓰면 안 되죠. 정석이라는 건 기본적으로 득을 많이 볼 수는 없는 거거든요. 제가 봤을 때 배석이 큰 문제가 없었기 때문에, 그거는 사람이면 절대 쓰지 않을 정석이죠. 두 점도 접바둑인데 그렇게 둘 리는 없죠. 근데 AI는 그게 최선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더 설명해주신다면….
“엄밀히 말하면 반쯤 망한 겁니다. AI가 망한 거죠. 두 점 접바둑을 두고 있는데, 그 정도로 진행이 됐고 단단한 모양을 주었는데도 불구하고 득을 보지 못했다…. 사람은 절대 선택하지 않을 정석이에요. 그게 AI가 지금 잘 하지 못하는 부분이라고 보는 거죠.”

―사람이라면 어떻게 뒀을까요.
“절대 그런 정석을 그렇게 하지 않죠. 그렇게 큰 수가 진행되면 사실 모양 자체가 굉장히 단조로워지거든요. 두 점 (접바둑) 두면서 그렇게 두면 되겠습니까?”

―신 9단의 바둑은 어땠습니까.
“2국 보시면 진짜 신 9단이 너무 잘 둬요. 평범한 프로라면 그런 상황에서도 역전당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별로 위기가 없었습니다. 3국 같은 경우도 신 9단이 정말 완벽하게 뒀어요. 그건 명확한 사실입니다. 3국은 제가 엄청나게 연구를 한 건 아닙니다만 초반도 사실 (AI가) 좀 의외였어요. 3국은 중반전에 돌입하는 시기에서 약간 이해가 잘 안되는 거는 AI 문제겠죠. 그게 정수라고 봤겠죠. 근데 그거는 절대 정석도 아니고 그런 모양에서 그걸 선택한다는 거는…, 바둑이 거의 제가 보기엔 거기서 이거 무조건 이겼구나….”―어느 지점이었나요?
“(중반에 돌입하면서) 화점에 걸치고, 날일 자 받고, 붙이고, 3x3 두고, 젖히고, 2단 젖히고, 이렇게 정석이라고 해야 될까, 그 모양이 나온 게 있어요. 그거는 아무리 AI가 정수라고 해도 안 되는 거거든요. 거기서 이제 백이 해볼 데가 없습니다. 2국이랑 비슷한 거예요. (그땐) 국 초반에 일어난 거고 이거는 중반 돌입할 때 일어난 건데. 사람이 누가 그렇게 두겠습니까? 그냥 지겠다는 얘기밖에 안 되기 때문에, AI가 그런 문제점을 보여줬어요.”

―카타고가 진화가 제일 많이 된 형태의 바둑 AI라고 하는데, 왜 그랬을까요?
“접바둑에선 아니겠죠. (접바둑에서) 한 집 득 봐서 뭐 합니까? 15집 나쁜 거 14집 되면 뭐 합니까? 그렇게 판이 정리가 돼버리면. AI 문제점을 좀 여실히 보여줬다….”

―인간이라면?
“그렇게 단조롭고 편안하게 만들어주질 않죠. 이게 호선 바둑이라면 언제나 조금이라도 득 보는 수를 두는 게 맞는 거죠. 근데 이거는 2국에 대형정석 써서 그게 뭐 득을 봤을까 싶은데. 3국에서 그렇게 마무리를 지어준다는 거는….”

―카타고는 왜 그랬을까요.
“일단 신 9단이 실력 자체나 준비가 완벽했다고 보이고요. 또 패턴이 있잖아요. 카타고는 오픈돼 있는 것이기 때문에 계속 둬볼 수가 있습니다. 어떤 패턴들을 파악할 수가 있겠죠.”

―신 9단이 1국은 패했습니다.
“아마 생소함 때문에 그랬을 거라고 생각해요. 제 생각엔 ‘두 점에 아 이거 박빙이겠구나’ 싶었습니다. 1국 초반에 사실 굉장히 희한한 수가 하나 나왔죠. 카타고 두 번째 수에. 거기서부터 판이 신 9단이 예상 못 한 대로 흘러간 겁니다. 그러면서 패배까지 이르게 된 거예요. 신 9단이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했던 것 같아요. 그래서 박빙이겠네 한 겁니다.”

―이번 대국의 의미를 정리하자면….
“두 가지 초점을 맞추고 싶어요. 제일 중요한 거는 역시 신 9단입니다. 말이 필요 없는 강함을 여실히 보여줬어요. 두 번째로는 AI의 문제점을 보여줬습니다. 사람이면 절대 하지 않을 그런 수를 둬서 패배에 이르렀다는 거는 당연히 AI 문제인 거죠. 그래서 저는 좀 더 보고 싶어요. 이번이 끝이 아니라 신 9단이 인터뷰 때도 얘기했던 걸로 알고 있는데요. ‘더 좀 도전해 보고 싶다’고.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중국에 줴이(絶藝)라는 프로그램이 있어요. 저는 그게 현존 최강 AI라고 봅니다. 그것과 신 9단이 대국하는 걸 보고 싶어요.”

―소감이 남다를 것 같습니다.
“AI 시대가 열린 지가 얼마 안 됐습니다. 바둑이 훨씬 빨랐죠. 그러니까 이것(카타고)도 굉장히 많이 발전된 프로그램이라는 겁니다. 그래서 이런 걸 볼 수가 있어요. ‘카타고의 특정 버전이 이런 문제가 있었는데, 조금 더 발전을 시켰더니 문제점도 사라지더라’ 또는 ‘아니다. 발전된 프로그램이라고 하더라도 여전히 AI의 그런 문제점은 그대로 드러나더라’. 두 가지가 있는 거예요. 그걸 우리가 볼 수가 있다는 겁니다.”

―바둑 AI를 통해 다른 AI도 가늠할 수 있다는 뜻인가요.
“네. 문제가 그대로 남아 있다면 역시 ‘AI는 확실히 이런 한계가 있구나’ 라는 걸 우리가 알 수가 있는 거고요. 만약에 ‘이것도 극복이 돼 있네’ 하면 앞으로 다른 프로그램들도 ‘현재 AI의 한계를 보여주는 부분도 극복이 되겠구나’ 미리 알 수 있는 거죠. 저는 더 보고 싶습니다. 그래서 꼭 한국이 아니라 다른 (나라의) 스폰서라도 나서서 해서 이걸(대국을) 좀 추진했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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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종엽 기자 jj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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