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자사주 일괄 소각시 기업 10곳 중 4곳이 빚 독촉 내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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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기형 더불어민주당 코스피 5000 특위 위원장이 지난 7월 29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현장간담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2025.7.29/뉴스1

오기형 더불어민주당 코스피 5000 특위 위원장이 지난 7월 29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현장간담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2025.7.29/뉴스1
기업이 보유한 자사주 소각을 의무화하는 ‘3차 상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기업 유동성 압박이 커질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자사주 중에서도 기업 합병 등의 결과로 보유하게 된 ‘비자발적 자사주’는 소각 이후 자본금이 줄어들어 채권자들의 빚 독촉에 시달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재계는 자사주 소각을 의무화하더라도 합병 등으로 어쩔 수 없이 생겨난 자본금에 포함된 자사주는 예외로 해달라고 주장하고 있다.

●기업 10곳 중 4곳 “자사주 소각 땐 자본금 감소”

2일 한국상장회사협의회가 국내 유가증권·코스닥시장 상장사 기업을 전수 조사한 결과 2417곳 중 38.6%인 933곳이 소각 시 자본금 감소를 수반하게 되는 자사주를 보유한 것으로 집계됐다. 1월 말 현재 사업보고서를 기준으로 조사한 결과다.

소각 시 자본금에 영향을 주는 이 같은 자사주를 비자발적 자사주라고 부른다. 기업이 인수합병(M&A), 분할 등 구조 개편의 결과 불가피하게 갖게 된 자사주다. 해당 자사주는 기업 자본금에 산입된다. 이는 기업이 주주환원 등을 위해 확보하는 ‘자발적 자사주’와는 대비된다.

이 때문에 비자발적 자사주를 소각하면 자본금이 줄어드는 ‘감자(減資)’에 해당된다. 감자가 되면 기업은 ‘채권자 보호 절차’에 들어가야 한다. 자본이 줄어 대출 상환에 문제가 있을 수 있으니 채권자들에게 이를 설명하고, 채권자들은 이의를 제기할 수 있는 절차다.

이때 채권자들은 기업에 빌려준 돈의 조기 상환이나 금리 등 조건 변경을 요구할 수 있다. 상법상 감자에 대한 이의 제기권이 있기 때문이다. 통상 기업에 돈을 빌려줄 때는 ‘최후의 보증금’에 해당되는 자본금을 보고 판단하는 경우가 많다. 재계 관계자는 “자사주 일괄 소각으로 인해 이미 자금 사정이 좋지 않은 기업에 은행 등 채권자들이 대출금부터 갚으라고 나설 수도 있다. 이 경우 기업 유동성에 압박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 믿고 지주사 전환…‘발 동동’ 재계

현재 국내 기업들이 발행한 전체 자사주(28억 주) 가운데 비자발적 자사주는 22.86%인 6억 주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금액으로는 수십조 원 규모로 추정된다. 비자발적 자사주 수량 기준으로 미래에셋증권이 가장 많고, 롯데지주(2위), 하림지주(7위), SK(10위), HD현대(15위) 등이 상위 기업에 이름을 올렸다.

이는 대부분 과거 정부가 기업들의 지주사 전환을 장려하며 추진했던 합병 결과다. 롯데지주는 2017년 롯데제과, 롯데쇼핑, 롯데칠성음료 등 핵심 계열사의 투자 부문을 합병하면서 이들 계열사 주식이 대거 지주사의 자사주가 됐고 자본금에 산입됐다. 롯데지주 전체 주식 중 자사주 비율은 현재 27.5%로 해당 자사주 모두가 비자발적 자사주다.

비자발적 자사주를 보유한 한 기업 관계자는 “연쇄적으로 채권자와 갈등이 있는 것으로 비치면 시장에서 ‘위기 신호’로 받아들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상법 개정 후 자사주 소각으로 인한 채권자 이의가 동시다발적으로 쏟아지면 단기간에 수조 원 규모 회사채 변동이 생길 수도 있다. 이는 자본시장 전반의 불확실성을 키우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권재열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자본금 감소를 초래하는 자사주의 소각은 기업 경영에 심각한 위협이 될 수 있어 섣불리 의무화해서는 안 된다”며 “정부 및 국회가 자사주 성격에 따라 유연하게 정책을 가져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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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현익 기자 bee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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