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량 학살자의 감정에 초점
수치심·죄책감·굴욕감·혐오
몸이 반응하는 도덕신호 해부
수십 년간 자신이 저지른 고문과 살인을 국가를 위한 애국이라 믿으며 살아온 남자가 있다. 1965년 인도네시아 대학살의 주동자 안와르 콩고다. 그는 다큐멘터리 영화 ‘액트 오브 킬링’에서 당시의 잔혹행위를 생생하게 재연한다.
그러나 촬영 이후 과거에 사람을 죽였던 장소를 다시 찾았을 때, 그의 몸이 먼저 반응했다. 머리로는 정당하다고 믿어온 과거였지만, 몸속 깊은 곳에서 올라오는 역겨움은 이를 견디지 못했다.
그는 한쪽 구석으로 가 몸을 떨며 격렬한 구역질을 쏟아낸다. 살인은 생존과 윤리에 반하는 끔찍한 짓이었다는 것을 그의 몸이 먼저 고백한 순간이다.
‘모자이크’는 대량 학살을 저지른 가해자의 내면에 주목한 책이다. 저자인 사회학자 한성훈은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와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위원회 조사관으로 활동하며 국가폭력 사건을 조사해 왔다.
그동안 학살이나 국가폭력을 다룬 논의들은 대개 피해자의 상처에 주목하거나, 가해자를 반인륜적 괴물로 단죄하는 프레임에 갇혀 있었다. 또는 명령 체계와 국가 이데올로기라는 구조 뒤로 가해자를 지워버리기도 했다. 하지만 이 같은 방식으로는 평범한 인간이 어떻게 그렇게 잔인해질 수 있는지 근원적인 의문을 풀기 어렵다.
저자는 가해자의 감정으로 초점을 옮겼다. 책은 가해자가 느끼는 수치심, 죄책감, 굴욕감, 혐오 같은 감정이 학살의 현장에서 어떤 역할을 했는지 살펴본다.
특히 저자는 가해자들이 경험한 신체적 혐오 반응에 주목한다. 저자에 따르면 안와르 콩고의 구역질, 나치 학살 가담자들이 겪은 메스꺼움과 거부 반응은 단순한 생리 현상이 아니며, 이성의 판단보다 몸이 먼저 반응한 강력한 도덕 신호다.
그렇다면 인간은 어떻게 이 강력한 거부감을 뚫고 잔혹 행위를 계속할 수 있었을까. 책은 타인을 존중받아야 할 인격체가 아니라 한낱 물건이나 덩어리로 취급하는 비인간화에서 답을 찾는다.
저자는 국민보도연맹원 처형 책임자와 캄보디아 킬링필드 대학살의 실행자 등의 사례를 통해 타인의 인간성을 박탈하는 비인간화가 학살의 중요한 조건으로 작동했다고 설명한다.
이 책이 생생하게 전하는 참상의 기록을 읽어내는 일은 고통스럽고 불편하다. 그러나 저자가 가해자들의 고백과 진술을 촘촘히 엮어낸 이유는 우리 사회의 도덕적 토대를 다시 세우기 위한 것이지, 그들에게 면죄부를 주기 위한 것이 아니다.
저자는 오늘날 우리 역사에서 가장 불행했던 시기의 현장을 복원하는 이유에 대해 “그것이 지금 우리 사회의 일부이며, 우리 자신의 인간성을 되찾기 위한 것이기 때문”이라고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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