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반도체 고도화, 대만 안보 위협”
거래제한 기업 목록에 추가 등재
정부 차원 특정 업체 제재는 처음
“韓도 기술 고도화-정부 지원 시급”
대만 정부가 중국 반도체업계의 양대산맥인 화웨이와 SMIC를 상대로 첨단기술 수출 통제에 나섰다. 중국 첨단 반도체가 갈수록 고도화되며 대만 안보를 위협하는 수준까지 올라와 제동을 걸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대만 국제무역국(ITA)에 따르면 14일 갱신한 전략적 첨단기술 품목 거래제한 기업 목록(SHTC entity list)에 화웨이와 SMIC가 새롭게 등재됐다. 이 목록에 오르면 대만에서 해당 기업에 제품 또는 기술을 내보낼 때 일일이 대만 정부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블룸버그는 “대만의 조치로 화웨이와 SMIC는 인공지능(AI) 반도체를 만드는 데 필요한 대만의 공장 건설 기술과 소재·장비에 대한 접근이 차단될 수 있다”고 했다. 지금까지 TSMC 등 개별 기업이 별도로 대(對)중국 거래를 일부 중단한 경우는 있었지만 대만 정부 차원에서 주요 기업을 콕 집어 제재 대상에 올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동안 대만 기업들은 중국이 반도체 팹(공장) 건설을 하는 데 상당한 기여를 해 온 것으로 유명했다. 클린룸 등 반도체 시설 전문 시공사나 소재·장비업체들이 대표적이다. 이들 대만 기업이 펑신웨이, 펜선 등 화웨이와 협력관계에 있는 중국 기술사에 제품과 기술을 제공하는 것이다. 유엔무역통계에 따르면 대만에서 중국으로 보내는 반도체 장비 규모는 지난해 14억959만 달러(약 1조9300억 원)로 전년 대비 32% 증가했다. 2019년(2억6407만 달러)과 비교하면 5배 이상으로 불었다.
반도체업계는 대만 정부가 갈수록 발전하는 중국 반도체를 심각한 안보 위협으로 보고 이번 조치에 나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동안 대체 불가 기술로 이른바 ‘실리콘 방패’라 불리던 대만 반도체의 독점적 지위가 약해지는 상황을 우려하는 것이다. 첨단 반도체를 활용한 중국군의 무기 개발에 대한 불안감도 크다. 앞서 대만 타이난 국립성공대의 리정셴 전기공학과 교수는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대만 기업의 도움으로 건설된 반도체 공장에서 생산된 칩은 결국 대만을 겨냥한 중국 미사일에 사용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중국 반도체 기업들은 미국의 대중국 반도체 장비 수출 제재로 첨단 공정 진입에 어려움을 겪어 왔다. 하지만 중국 정부의 막대한 지원과 오랜 시행착오 끝에 최근 첨단 반도체 시장에 본격 진입하는 단계에 접어들었다. 한국, 대만의 약 5년 전 수준인 5나노(nm·1nm는 10억분의 1m), 7나노 공정으로 만든 반도체는 중국 내 AI 가속기나 스마트폰, PC 등 정보기술(IT) 기기에 탑재되기 시작했다. 또 중국 현지 언론 및 업계에 따르면 화웨이는 이제 내년 출시를 목표로 3나노 칩 개발에도 착수했다. 기술 격차를 5년에서 2∼3년 수준으로 좁혀 가는 것이다. 이들 중국 기업은 화웨이가 반도체를 설계하면 SMIC가 생산해 상용화하는 방식으로 협력하고 있다.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은 중국 최대 파운드리(위탁 생산) 업체 SMIC의 부상으로 경쟁구도 재편이 가속화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3등 SMIC의 올 1분기(1∼3월) 점유율은 6.0%로 2등 삼성전자(7.7%)를 턱밑까지 쫓아왔다. 지난해 동기만 해도 양사 격차는 5.3%포인트였는데 1.7%포인트로 좁혀졌다. 1등 TSMC의 점유율은 67.6%다. 업계 관계자는 “SMIC가 TSMC와는 여전히 격차가 압도적으로 크지만 5나노 상용화에 이어 3나노 진입까지 나선 것 자체가 위협적”이라며 “한국도 더 이상 따라잡히지 않기 위한 기술 고도화와 정부 지원책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박현익 기자 bee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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