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15일 발표한 대출수요 관리 방안은 '빚 내서 집 사기'를 통한 고가주택 매입이나 이른바 '상급지 갈아타기' 수요를 정조준한 조치로 풀이된다.
기존 6억원으로 일괄 적용되던 주택담보대출(주담대) 한도는 주택가격 구간별로 차등화됐다. 15억∼25억원 구간에는 4억원, 25억원 초과의 초고가주택에는 2억원까지만 대출이 허용된다.
당국은 전세대출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도입, 스트레스 금리 하한 상향 조정, 주담대 위험가중치 상향 조기 시행 등 각종 규제를 병행해 수요 억제에 총력을 기울였다.
다만 업계에선 강력한 공급 대책 없이 대출만 죄는 정책은 '단기 처방'에 그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고가주택이 먼저 오른다"…대출 한도 더 촘촘히
이번 대출수요 관리 강화 방안의 핵심은 수도권·규제지역에서 주담대 한도를 전방위로 조이는 것이다. 특히 수도권·규제지역에 적용되는 주담대의 대출 한도를 주택가격(시가)이 높을수록 줄이는 내용이 새롭게 담겼다.
6·27 대책을 통해 전례 없는 '주담대 한도 6억원'을 설정한 데 이어 '주담대 한도 4억원'(시가 15억 초과∼25억원 미만 주택)과 '2억원'(25억원 초과 주택) 기준선을 추가 설정한 것이다.
15억원 초과 주택에 주택담보대출비율(LTV) 0%를 적용하는 방안도 논의 테이블에 올랐지만, 과거 정부에서 이미 위헌 논란이 있던 만큼 '절충안'을 모색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도를 6억원에서 4억원으로 일괄 내리는 방안 역시 중저가 주택을 구입하려는 실수요자의 자금 수요를 지나치게 제약할 수 있다는 점을 감안, 제외한 것으로 전해졌다.
신진창 금융위 금융정책국장은 이날 브리핑을 통해 "고가주택들의 가격이 먼저 오르고 그 아래 주택가격도 따라 올라가는 흐름이 형성되고 있다"며 "이 때문에 고가주택 대출 한도는 좀 더 촘촘하게 설정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조치는 초고가 주택 수요를 눌러 집값 상승세를 진정시키겠단 취지다. 서울 마포·성동 등지에서 집을 팔고 추가 대출을 받아 강남에 진입하려는 '상급지 갈아타기' 수요도 함께 억눌릴 것으로 보인다.
전세대출도 DSR 포함…갭투자 봉쇄
그간 대출규제에서 제외돼온 1주택자의 전세대출도 이달부터 DSR에 반영된다. 200조원대로 불어난 전세대출의 과도한 공급과 이를 이용한 '갭투자'(전세 끼고 매매) 수요를 차단하기 위한 취지다.
전세대출은 그동안 집값 불쏘시개로 작용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지만, 서민 주거 안정을 이유로 매번 규제 논의에서 빠졌다. 이번에 DSR 규제에 처음으로 포함돼 당국이 의지를 보인 것으로 평가된다.
현재 차주별 대출금리에 1.5% 가산되는 스트레스 금리의 하한을 수도권·규제지역 내 주담대에 한해 3%로 상향 조정하고, 은행권 주담대 위험가중치(RW) 하한 상향(15% → 20%) 조치 시행 시기를 당초 예정된 내년 4월에서 석 달 앞당기는 내용 등도 포함해 금융당국이 가진 각종 수요 억제책을 총동원했다.
이날 서울 전역과 경기도 12개 지역을 규제지역과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함에 따라 LTV가 70%에서 40%로 줄어드는 등 기존 규정에 따라 강화되는 대출 규제도 즉시 적용된다.
단기 효과 기대…일각선 가격 왜곡 우려도
이번 대출 규제도 '단기 약발'은 있을 것이란 게 시장 분석이다.
주담대 한도 추가 축소, 1주택자 전세대출 DSR 적용, 스트레스 금리 상향 조정, 은행권 주담대 RW 조정 조기 시행 등 강력한 수요 억제 대책이 망라된 만큼 6·27 대책 직후처럼 시장 거래가 줄고 가격 상승세도 둔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출 규제로 인해 결국 소득은 높지만 자산이 적은 사람들의 '상급지 갈아타기'나 청년·신혼부부의 내 집 마련 등은 힘들어질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대출 규제에도 강남 3구 등 고가주택의 거래는 신고가를 기록하는 양상을 보였는데, 규제를 받지 않는 '현금 부자'들의 거래가 이어진 영향이다.
고가 주택의 대출 한도 축소로 15억원 이하 주택에 수요가 몰려, 비슷한 가격의 주택이 15억원까지 오르는 등 시장 가격이 왜곡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일각에선 연이은 규제 발표로 '지금 아니면 못 산다'는 불안심리가 번지면 단기적으로 '패닉바잉'이 재연될 우려 또한 제기된다.
신민경 한경닷컴 기자 radi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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