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몇 년 사이 테러 위협에 시달리며 실제 피습까지 당했던 이재명 대통령이 21대 대선에서 당선되면서, 이 대통령에 대한 '경호'에 대한 관심이 급증했다.
지난 5일 지지자들 사이에서는 이 대통령이 살해 위협을 받았던 만큼, 경호에 더욱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는 모습이다.
이 대통령은 당선 직후인 전날까지 대통령 경호처와 경찰의 이중 경호를 받았다. 그러면서 경호원끼리 서로 몸싸움을 벌이는 해프닝이 벌어지기도 했다.
통상 대선 이후에는 경찰의 경호 업무가 경호처로 완전히 넘어가는데, 이 대통령의 경우 경찰의 철수가 늦어지면서 발생한 일이다. 이 대통령이 기존 경호처 수뇌부에 대한 불신을 가졌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경호처 내에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체포 영장 집행을 저지한 인사들이 남아 있는 만큼, 추가 검증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이런 상황은 경찰이 대통령에 대한 경호를 해제하면서 하루 만에 해소됐다. 경찰청은 "대선 기간부터 운영됐던 이재명 대통령 경찰전담경호대는 어젯밤부터 철수했다"고 밝혔다.
그러자 이 대통령 지지자들이 모인 커뮤니티 등에서는 "대통령님 경호 괜찮을까요?", "경호처 물갈이 언제쯤 될까요?", "경찰이 경호했으면 했는데..."라는 등의 아쉽다는 반응이 나오기도 했다.
지지자들은 이 대통령뿐 아니라 영부인 김혜경 여사의 안전 문제에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에 따라 온라인에서는 한 매체 영상기자가 김 여사를 밀치고 가는 장면이 급속히 확산하기도 했다. 이 영상에는 "아무리 촬영이 중요하다지만 영부인을 밀치냐?", "경호 잘해달라"는 등의 날 선 댓글이 6000여개 넘게 달렸다.
이 대통령의 지지자로 추정되는 한 네티즌은 온라인 커뮤니티에 해당 영상을 제보한 뒤 "주의하겠다는 연락을 받았다"는 인증 글을 올리기도 했다. 글 작성자는 "전날까지 살해 위협 있는 대통령 후보 내외였다"며 "초장부터 잡도리하는 게 맞다"고 주장했다.
논란이 확산하자 해당 매체는 5일 공지사항을 통해 "지난 3일 밤 11시 40분쯤 대통령 당선이 유력한 이재명 후보 내외가 시민과 인사하는 모습을 생방송 하는 과정에서 영상취재부 기자가 김 여사를 밀치는 실수가 있었다"며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대통령실 측에서는 "긴박한 상황이었다는 점을 이해하지만 앞으로 취재 과정에서 각별히 주의해달라"고 당부한 것으로 알려진다.
이 대통령이 탑승한 차량 역시 눈길을 끌었다. 이 대통령은 당선 직전까지는 기아 카니발 하이리무진을 의전차량으로 이용해왔지만, 취임 후 첫 공식 외부 일정에서는 의전차량으로 메르세데스-마이바흐 S-클래스를 이용했다.
대통령이 의천 차량으로 이용하는 마이바흐에는 기본적으로 유리와 방탄 소재를 겹쳐 만든 두께 10㎝ 방탄유리가 탑재되고, 대전차 로켓 방어는 물론 화생방 공격 방어 기능과 자체 산소 공급 시스템도 갖춘 것으로도 알려졌다. 유사시 타이어가 파손돼도 시속 100㎞로 최대 30㎞ 이상 주행이 가능한 런플랫 타이어 기술도 적용됐다.
한편, 이 대통령은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도 국정 기조에 따른 '열린 경호, 낮은 경호'를 지시한 상황이다.
이 대통령은 취임 첫날인 4일 대통령실 브리핑룸에서 황인권 전 육군 대장을 경호처장으로 임명하며 "앞으로 대통령 출근한다고 길을 너무 많이 막지 않으면 좋겠다. 제가 아침에 출근하는 데 너무 불편하고 사실은 안 좋았다"고 공개적으로 당부했다. 이어 "이제는 국민을 위한 열린 경우 낮은 경로를 통해서 경호실의 변화를 끌어낼 것"이라고 했다.
이에 따라 대통령 경호처는 5일 공지를 통해 "황 신임 경호처장은 지난 4일 대통령 출퇴근 시 교통 정체 해소와 국민 불편 최소화를 위한 실질적인 방안 마련을 지시했다"고 밝혔다.
경호처는 "이재명 정부 국정 기조에 따른 '열린 경호, 낮은 경호' 방침을 경호 활동에 적용하는 차원에서 대통령 모터케이드(차량 행렬) 운용 방식을 대폭 개선할 계획"이라며 "앞으로도 대통령에 대한 절대 안전 확보 속에 과도한 통제는 지양하고 국민 불편은 최소화하는 '열린 경호, 낮은 경호'를 적극적으로 실천해나가겠다"고 했다.
이슬기 한경닷컴 기자 seulk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