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응태 기자] KT의 외국인 한도소진율이 100%에 도달했다. SK텔레콤의 유심(USIM) 정보 유출 사고 여파로 이탈한 이동통신 가입자를 흡수하며 실적 개선 기대감이 커진 덕이다. 이재명 정부의 배당소득 분리과세를 골자로 한 주주환원 강화에 따른 수혜 기대감도 외국인의 매수세를 견인한 것으로 분석된다. 증권가에선 단기적으로 외국인 수급이 제한적일 수 있지만, 호실적과 인공지능(AI) 사업 성과를 발판으로 주가 상승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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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본사 전경. (사진=KT) |
1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KT(030200)의 외국인 한도소진율이 100%로 집계됐다. 외국인이 최대로 보유할 수 있는 KT 지분율 49%(한도수량 1억2349만626주)가 모두 소진됐다. 이와 달리 SK텔레콤(017670)의 외국인 한도소진율은 81.57%, LG유플러스(032640)는 75.59%를 각각 기록했다.
KT의 외국인 한도소진율이 상승한 배경으로는 SK텔레콤의 유심 정보 유출 사태에 따른 반사 수혜가 꼽힌다. 앞서 지난 4월 18일 SK텔레콤에서 유심 관련 정보가 유출되는 사고가 발생함에 따라 SK텔레콤 고객들이 KT 등 다른 통신사로 이동하는 사례가 늘었다. 실제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KTOA)에 따르면 해킹 사태가 처음으로 알려진 지난 4월22일 이후 이달 12일까지 SK텔레콤에서 KT로 이동한 가입자수는 30만1528명으로 집계됐다.
신정부 출범에 따른 주주환원 강화 정책도 외국인의 매수세를 견인한 이유 중 하나로 판단된다. 이재명 대통령이 ‘배당소득 분리과세’를 중심으로 주주환원 확대 의지를 드러낸 가운데, 전통적인 고배당주인 통신주의 수혜가 예상되고 있다. 배당소득 분리과세는 배당을 통해 얻은 소득을 다른 소득과 종합 합산하지 않고 차등 세율을 적용해 별도로 과세하는 제도다. 해당 제도 도입 시 배당소득 관련 세금이 감소해 상장사들의 지배주주가 배당 유인이 커지고, 고배당주의 투자 매력이 높아지는 효과가 나타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배당성향 35% 이상이 분리과세 기준에 해당할 가능성이 제기되는 가운데, 지난해 KT의 배당성향은 117.86%였다.
일각에선 KT의 외국인 한도소진율이 100%에 도달하며 단기 수급이 제한적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가운데, 증권가에선 호실적을 토대로 KT의 주가 상승 흐름이 지속할 것이란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연결 기준 올해 2분기 KT의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8283억원으로 전분기(6888억원) 대비 20.3% 증가할 것으로 추정된다.
김홍식 하나증권 연구원은 “KT의 2분기 실적은 1분기보다 더 우수할 전망”이라며 “강력한 주가 부양 의지를 감안할 경우 2분기 또는 3분기에 주당배당금(DPS)이 700원까지 높아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AI 사업을 통한 성장 동력이 부각하는 점도 긍정적인 주가 흐름을 이끌 수 있다는 평가도 제기된다. 안재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KT가 마이크로소프트와 함께 진행하는 인공지능 전환(AX) 사업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으며 팔란티어, 스노우플레이크 등과의 제휴에 따른 기업간거래(B2B) AI 사업에서 성과도 기대된다”며 “KT는 AI와 AX 사업 확장으로 새로운 성장을 모색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