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이상 죽이지 마라. 살아남은 우리가 외친다."
젠더폭력 해결 페미니스트 연대를 비롯한 95개 여성시민단체가 17일 오후 6시, 서울 지하철 2호선 강남역 10번 출구 앞에서 9년 전 발생한 '강남역 살인사건' 피해자를 추모하는 집회를 열었다.
강남역 살인사건은 2016년 5월 17일 새벽, 강남역 인근 주점 건물 내 남녀 공용화장실에서 한 여성이 일면식도 없는 남성에게 살해된 사건이다.
이날 집회에는 검은 옷과 마스크를 착용한 약 150명이 참석했다. 굵은 빗줄기 속에서도 참가자들은 우비를 입고 우산을 쓴 채 "살아남은 우리가 세상을 바꾼다", "페미니스트의 힘으로 여성폭력 끝장내자" 등 구호를 외쳤다.
이들은 '여성폭력 스톱(STOP)'이라는 문구가 적힌 손팻말을 들고 '다이인(die-in·죽은 것처럼 드러눕는 시위)' 퍼포먼스를 펼치기도 했다.
추모 집회를 주관한 서울여성회 박지아 성평등교육센터장은 "역사 속에서 여성과 페미니스트들이 한 번도 투쟁을 멈춘 적 없던 것처럼, 우리도 또다시 투쟁으로 길을 만들기 위해 이곳에 모였다"며 "강남역에서 시작된 투쟁이 사회적 흐름으로 이어졌듯, 오늘 다시 모인 우리의 외침도 새로운 길을 열 것"이라고 강조했다.
참가자들은 "여성폭력 정치가 책임져라", "우리는 여성 폭력 책임질 대통령을 원한다"고 외치며, 정치권에 여성 대상 폭력 근절을 위한 적극적인 역할을 요구했다.
같은 날 오후 3시에는 지하철 4호선 미아역 1번 출구 앞에서 '여성혐오폭력 규탄 공동행동'이 여성혐오 살인사건을 규탄하는 시위를 진행했다.
이는 지난달 22일, 강북구 미아역 인근 마트에서 김성진(33)이 흉기를 휘둘러 60대 여성이 사망하고 40대 여성이 중상을 입은 사건에 대한 대응이다.
공동행동 측은 "명백한 여성혐오 범죄이자 여성 대상 테러"라며 "경찰이 미아역 여성 살해 사건을 여성혐오 범죄로 명명하고 강력히 수사할 것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유지희 한경닷컴 기자 keeph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