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틀곡을 제외하고는 팬들만 아는 ‘그 노래’가 되기 일쑤인 수록곡. 이대로 묻히기 아까운 ‘K팝 명곡’을 매달 추천하는 코너.
- 3월29일부터 4월30일까지 발매된 앨범을 기준으로 하며 배열은 발매일순입니다-
◆ 클로즈 유어 아이즈(CLOSE YOUR EYES) 미니 1집 [ETERNALT] : 빗속에서 춤추는 법 (How To Dance), 못 본 척 (Laid Back)
- 믿듣돌 탄생 조짐.
자신의 노래로 존재감을 각인시키는 것만큼 가수에게 의미 있는 일이 또 있을까. 신인 그룹 클로즈 유어 아이즈의 데뷔 앨범이 이 경우다. 클로즈 유어 아이즈, 누군지 잘 몰랐고 이들을 결성한 JTBC 오디션 프로그램 ‘프로젝트7’은 프로그램 이름만 들어봤었다.
그러나 데뷔 앨범은 듣기 편한 음률에 감성적인 한 편의 시 같은 가사로 대중의 귀를 머물게 하기에 충분하다. 퍼포먼스만 강조된 센 음악이 주류인 현 남자 아이돌 스타일에서 벗어난 점이 인상적이었다. 앞으로 이 앨범만큼의 완성도만 유지해도 입소문은 날 수밖에 없고, 믿고 듣는 아이돌 계보에 이름을 올릴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추천하는 ‘빗속에서 춤추는 법 (How To Dance)’은 “한껏 젖어도 좋아/우산 없이 나아가/나만의 빗속에서 춤추는 법/그저 Dive in now 두려울 건 없어”라며 비가 그치면 언젠가 희망은 찾아온다는 위로를 청량하게 그린 팝 록 넘버다. 또 장난기에 버무려 전하는 진심, ‘못 본 척 (Laid Back)’은 감정의 밀당을 재미있게 표현, 다이내믹한 연주가 돋보이는 이지리스닝 넘버다. 가볍지만 사라지지 않을 정도로 천천히 물드는 맛이 있는 트랙이다.
◆ NCT 마크 솔로 1집 [The Firstfruit] : Raincouver
- 순수함이 우산이 되어주었다니.
NCT 마크라는 첫 번째 열매를 맺기까지의 과정을 담은 앨범이다. 첫 솔로 앨범은 고향 토론토, 첫 이주지 뉴욕, 학창 시절을 보낸 밴쿠버, 아티스트로서 꿈을 실현하는 서울, 네 개의 도시에서 영감을 받아 완성됐다.
그 중 추천하는 수록곡 ‘Raincouver’는 비가 자주 내리는 밴쿠버를 의미하는 합성어로 학창시절 마크 이야기의 시작을 알리는 곡이다. 평화롭게 지저귀는 새소리, 빗방울이 떨어지듯 통통거리는 피아노 리프 위에 얹은 경쾌한 첫 가사 “중학생 때 걸어 다녔지”를 내뱉는 순간, 밴쿠버에 대한 따뜻한 추억이 오롯이 전달된다. 킥은 마크의 기교 없는 보컬과 함께 한 “순수함이 우산이 되어줬어 My Raincouver”,
◆ 대성 미니 1집 [D’s WAVE] : 그 시절의 우리, Fly Away, Wolf
- 큰 ‘대’ 소리 ‘성’. 파고를 이룬 울림.
그룹 빅뱅 막내 대성이 데뷔 19년 만에 국내 첫 솔로 앨범을 발매했다. ‘날 봐, 귀순’ ‘대박이야!’의 성공으로 국내 리스너들 사이에선 구성진 트로트에 특화된 아이돌 가수로 인식됐지만 대성은 싱글과 빅뱅 앨범에 수록된 ‘날개’ ‘솜사탕’ ‘웃어본다’ 등으로 스펙트럼 넓은 보컬을 들려줬었다.
미니 1집 [D’s WAVE]는 메탈 록 장르를 기반으로 그룹에서도 담당했던 대성의 샤우팅 창법, 달궈진 쇠가 뭉근하게 식어가는 온기 있는 음색 등 특유의 허스키함을 다양하게 변주했다.
작사, 작곡에 참여해 프로듀서로서도 활약한 새 앨범에선 ‘그 시절의 우리’ ‘Fly Away’ ‘Wolf’를 추천한다. 밴드 더로즈와 작업한 ‘그 시절의 우리’는 인생의 아름다웠던 순간과 지나간 시간에 대한 그리움을 노래, 서정적인 보컬이 감성을 자극한다. ‘Fly Away’는 공연형 가수 대성의 콘서트에서 떼창을 부를만한 트랙으로 역동적인 보컬과 그루비한 모던 록 사운드가 매력적이다. 선우정아의 곡 ‘Wolf’는 뮤지컬 넘버 같고, 어둠을 뚫고 홀로 들판을 걷는 늑대의 움직임을 듣는 듯하다.
◆ 유니스 미니 2집 [SWICY] : 봄비
- “좋~을 때다” 젠지 풋풋함에 이모는 함박웃음.
달고 매운 ‘스위시’ 콘셉트로 컴백한 그룹 유니스에게도 봄 그리고 사랑은 한없이 달기만 하다. “어깨 위로 톡 하고 떨어진 봄비” 첫 소절을 듣자마자 ‘올해의 노래’임을 직감했다. 첫 단추를 잘 꿴 이 곡은 마지막까지 마음을 간질이는 설렘을 유발하며 “조용했던 내 맘이 소란해”지도록 만든다. 무엇보다 ‘봄비’는 평균 나이 17살, 유니스가 제나이에 맞게 표현할 수 있는 풋풋 발랄함으로 완성된다.
◆ TIOT(티아이오티) 미니 3집 [FLEX LINE] : Birthday
- ‘오늘도 해피 버스데이’ 모닝송으로 제격. 멤버 홍건희, 김민성, 신예찬이 작사에 참여, ‘매 순간을 생일처럼 특별하게 만들자’라는 티아이오티만의 신남이 고막을 가득 채운다. 산뜻하고 청량한 플루트 소리로 포문을 연 ‘Birthday’는 경쾌한 리듬을 제대로 ‘플렉스’한 힙합 트랙이다.
◆ 츄, 미니 3집 [Only cry in the rain] : Je t’aime
- 센‘츄’멘털 비타민 츄.
‘긍정 에너지 전도사’ 츄가 처음 꺼내 보이는 이면 [Only cry in the rain]. 땅땅한 츄의 보컬이 센티함과 어우러지니 스펙트럼이 넓어졌다. 하나의 노래가 리스너 감정에 따라 다양하게 해석될 여지가 생겼다는 의미다.
추천하는 수록곡 ‘Je t’aime‘가 그랬다. 우리가 맺고 있는 다양한 관계들에게 “뜨겁던 처음처럼 그다지 안 설레도/잔잔한 바람처럼 평온해/시간의 흐름처럼 익숙해/사소한 일상처럼 당연해”라고 읊조리는 사랑 고백이 특별하게 들리는 순간이다. 빈티지한 기타 소리가 어떤 날에는 따뜻하게, 또 다른 날에는 핑계 삼아 울기 좋은 배경음이 되더라.
◆ 잔나비 정규 4집 [사운드 오브 뮤직 pt.1] : 아윌다이포유♥x3
- 인생은 삼세판, “남은 하나의 목숨으로 너를 기다려”. 온기 있는 메탈 록의 매력이 궁금하다면 잔나비의 정규 4집을 들어 보자. 그 중 헌신할 무언가를 위해 죽기로 한 순간의 결심 ‘아윌다이포유♥x3’는 무중력 우주에 있는 듯 평온하지만 긴장을 늦출 수 없는 사운드가 인상적인 트랙이다.
◆ 피프티 피프티(FIFTY FIFTY) 미니 3집 [Day&Night] : Heartbreak
- 습도 충만 촉촉한 새벽 감성. 피프티 피프티가 어쿠스틱을 기반으로 섬세한 보컬을 뽐냈다. ‘Heartbreak’는 이지 리스닝계 미디엄 팝 발라드로 상처를 들여다볼 용기가 없는 소녀들에 대한 이야기다. 하지만 벅차오르는 멜로디 전개는 상처를 딛고 비로소 마주할 ‘진짜 나’를 위로한다.
전효진 동아닷컴 기자 jh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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