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만에 판매 32% 증가
김초엽·천선란·심너울 등
여성작가 활약에 독자층 확대
한국 과학소설(SF)이 독자층의 저변을 확대하며 전성기를 맞이하고 있다. 주로 남성 독자에게 인기가 많았지만, 김초엽·천선란 등 여성 작가의 등장으로 여성 독자의 관심을 모으기 시작한 것이다. 비주얼적으로 매력적인 SF가 활발히 드라마·영화로 제작되거나 무대에 오르며 다시 독자를 불러모으는 선순환 구조를 이루고 있다.
최근 교보문고에 따르면 작년 SF 전체 판매는 1년 전과 비교해 31.9%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남성보다 여성의 구매가 좀 더 앞섰는데 특히 2030 여성의 구매가 3.8% 증가한 점이 눈에 띄었다. SF 부흥의 신호탄인 김초엽의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2019)은 출간된 지 5년이 지나도 꾸준히 SF 판매 순위 10위권에 들고 있다. 김초엽 외에도 천선란, 심너울이 'SF 3세대 작가'로 활약 중이다.
국내 SF는 한국만의 독특한 매력을 만들어가고 있다. 젊은 여성 작가들이 소외계층, 환경, 차별 등 우리 사회와 밀접한 동시대적 이슈를 수용한 작품들로 한국 SF소설의 대중화를 이끌고 있다.
SF소설 전문 출판사인 허블 관계자는 "해외 SF는 우주 혹은 과학이 발달한 미래 세계를 주로 그린다면 국내 SF는 현실 기반의 이야기에 과학적 고찰을 담고 있다"며 "SF를 적극적으로 집필하는 작가층이 젊은 여성이라는 것에서 기인된 페미니즘이나 소수자 이슈와 관련된 이야기가 많다. 이 점에서 여성 독자층에게 이례적인 관심을 받는 것 또한 한국 SF만의 특징"이라고 말했다.
한국의 장르소설 작가들이 국제적으로 두각을 나타내며 위상이 올라간 것도 SF 인기에 한몫한다. 정보라의 '저주토끼'는 2022년 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 2023년 전미도서상 번역문학 부문 최종 후보에 각각 올랐다.
SF소설은 드라마·영화·뮤지컬 등 생생한 장면으로 독자와 친밀도를 점점 더 높이고 있다. 김초엽의 '스펙트럼'은 영화로, '지구 끝의 온실'은 드라마로 제작될 예정이다. 천선란의 '천 개의 파랑'은 이미 국내 뮤지컬·연극으로 제작됐다.
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영상의 경우 그 기획을 베스트셀러부터 찾는 게 일반적인 만큼 SF 가운데 히트작이 많기 때문이다. 또 국내 SF는 우주나 다른 아포칼립스(종말, 대재앙) 세계관을 다루기보다는 현실에 있는 인물 위주로 다루는 소재가 많기 때문에 보다 더 미디어의 관심을 받는 것으로 풀이된다.
[박윤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