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천됐던 윤석열 검사가 수사 전면에 다시 등장한 건 2016년 말이다.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 사건’ 규명을 위해 임명된 박영수 특별검사가 그를 수사팀장으로 영입했다. 압수수색 46회, 참고인 900여 명 조사 등 거침없는 수사를 통해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던 윤 검사의 ‘강골’ 이미지는 더 공고해졌다.
그는 문재인 정부 들어 서울중앙지검장으로 발탁돼 ‘적폐 수사’를 주도했고, 검찰총장에 오른 뒤 ‘조국 수사’를 발판 삼아 대권까지 거머쥐었다. 지금은 파면된 ‘내란 우두머리’ 혐의 피의자로 재판받는 처지가 됐지만 끝은 아니다. 3개 특검이 그와 부인이 관련된 의혹들을 정조준하고 있다.
'사실상 못할 게 없는' 3대 특검
지난 10일 국무회의에서 이재명 정부 1호 법안으로 ‘3대 특검법’(내란·김건희·채상병 특검법)이 의결·공포됐다. 더불어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이 후보자 6명을 추천하면 이 대통령은 3일 이내에 3명의 특검을 임명하게 된다. 이번 3개 특검은 규모가 매머드급이라 불릴 정도로 압도적이다. 내란 특검만 해도 투입 인력이 총 267명(검사 60명 포함)으로 최순실 국정농단 특검(총 105명·검사 20명)의 약 2.5배다. 수사 기간은 최장 170일로 70일 길다.
대상도 광범위하다. 내란 특검이 내란·외환유치 행위, 군사 반란 등 비상계엄 관련 범죄 의혹 11개를 수사한다. 김건희 특검 수사 대상은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명품 가방 수수, 공천 개입 의혹 등 16개나 된다. 여기에 채상병 특검을 더하면 수사 대상은 35개에 달한다.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170일 동안 얼마나 진상을 규명할 수 있을지 우려되는 대목이다. 3개 특검법은 ‘수사 과정에서 인지된 관련 사건’도 수사할 수 있도록 했다. 특검 수사가 전 정권에 대한 전방위적 사정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상존한다.
무죄 많았던 적폐 수사 돌아봐야
굳이 따지자면 보충적 제도로 운용돼야 할 특검의 동시다발 출범은 신뢰를 잃은 검찰 등 수사기관이 자초한 측면이 있다. 하지만 기왕에 법이 공포된 만큼 무엇보다 정치적 중립과 수사 능력을 갖춘 특별검사 임명이 중요하다. 특검 추천권을 쥐고 있는 여권은 법조계에서 두루 신망이 높고, 공정하게 수사팀을 이끌 인물을 찾아야 한다.
정권 교체 직후 이뤄지는 대규모 수사는 전 정부에 대한 정치 보복 논란을 부르기 마련이다. 특검 수사가 오로지 법과 원칙, 증거에 기반해 이뤄져야 하는 이유다. 아울러 수사가 사회적 피로와 갈등을 증폭하지 않도록 신속하게 환부를 도려내는 데 집중할 필요가 있다. ‘인지 수사’가 가능하다고 해서 과잉은 금물이다. 중대 사안이 아니라면 본류에 수사력을 모아야 한다.
“사실상 못할 게 없다”는 말까지 나오는 이번 특검에 과거 적폐 수사를 반면교사로 삼을 것을 권한다. 문 정부 초기 진행된 적폐 수사 재판의 1심 무죄율은 약 15%로 일반 형사사건 무죄율(약 3%)의 다섯 배에 달했다. 수사 성과만 좇다가 선의의 피해자를 양산해선 안 된다. 비상한 시기에 출범하는 특검의 절제된 수사로 의혹의 진상이 드러나고, 응당한 처벌이 이뤄지길 기대한다. 그래야 특검에 투입될 400억원에 가까운 국민 세금이 아깝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