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정규직은 살아남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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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정규직은 살아남을까

“정직원 한 명 채용하는 일은 30억원을 투자하는 업무와 다를 바 없습니다.”

국내 한 대기업의 인사 담당 부사장은 최근 사석에서 “매년 채용 때마다 극심한 스트레스로 밤잠을 설친다”며 이같이 털어놨다. 평균 연봉 1억원을 받으면서 30년 일할 사람을 뽑는 게 쉽지 않다는 설명이었다. 한번 채용하면 해고가 쉽지 않은 한국 현실을 고려하면 과장은 아닌 듯싶었다. 그는 직원들에게 “정규직 100명을 채용하는 것은 3000억원 규모 투자를 결정하는 일과 다름없다”며 “대형 인수합병(M&A)을 결정하듯 신중해야 한다”고 강조한다고 했다.

정규직 1명 채용은 30억원 투자

올해 한국경제신문 수습기자 채용팀장으로 실무를 챙기면서도 비슷한 고민을 했다. 경쟁률은 100 대 1을 넘는다. 서류 심사, 필기시험, 실무 평가, 실무 면접, 최종 면접까지 촘촘한 과정을 거친다. 그런데도 서류 지원서와 제한된 면접 시간으로 기자에게 필요한 인성과 근성을 검증하기가 쉽지 않았다.

내로라하는 국내 대기업도 마찬가지다. 다양한 절차와 정교한 평가 방식을 동원해도 회사에 정말 필요한 인재를 찾기가 쉽지 않다. 매년 공채로 신입사원을 뽑다 보면 연공서열 문화가 굳어지는 부작용도 생긴다. 국내 주요 대기업이 공채 중심의 신입사원 채용 대신 경력 채용으로 선회한 주된 이유도 이런 경직된 고용 제도와 무관치 않다. 청년 세대가 선호하는 대기업 취업문이 계속 좁아지는 요인으로도 꼽힌다.

경직된 고용 제도가 불러온 변화는 기업 곳곳에서 볼 수 있다. 핵심 경쟁력과 거리가 있는 업무는 외주 또는 하청으로 넘어갔다. 계약직 직원을 2년마다 반복 채용하는 관행도 정규직 전환 이후 해고가 어려운 현실과 닿아 있다. 임원 인사도 달라졌다. 과거엔 신규 임원으로 승진하면 최소 3년은 자리를 지켰다. 이제는 성과가 기대에 못 미치면 곧바로 교체된다. 일부 기업에선 무능한 선임 부장을 임원으로 승진시킨 뒤 단기간 내 퇴진시키는 사례도 있다고 한다. 국내 한 대기업 최고경영자(CEO)는 “기업 임원 인사는 구글 등 글로벌 ‘빅테크’의 유연한 인사 시스템과 크게 다르지 않다”며 “국내 기업들이 글로벌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는 이유 중 하나가 이런 임원 인사 때문”이라고 말했다.

경직된 고용, 일자리 없앨 수도

최근 삼성전자에서 벌어진 파업도 이런 맥락에서 예사롭지 않다. 억대 연봉을 받는 직원이 대규모 추가 성과급을 요구하며 집단행동에 나선 초유의 사태다. 동종 업계와 비슷한 대우를 해달라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글로벌 경쟁 업계에선 이런 광경을 볼 수 없다. 처우에 불만이 있으면 월급을 더 주는 회사로 이직하면 된다. 해고당할 두려움이 없으니 마음 편히 파업에 가담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회사와 직원 간 손익의 이해관계가 일치하지 않는 것도 큰 문제로 보인다.

기업은 살아있는 생물과 다를 바 없다. 위기를 감지하면 변화를 모색하고 대책을 찾는다. 월급을 더 받겠다는 파업이 잦아지면 글로벌 경쟁에서 생존하기 어렵다. 사람 대신 로봇을 쓰는 ‘혁신’을 촉진할 수 있다. 생산라인을 해외로 옮기려는 움직임도 커질 수 있다. 글로벌 경쟁에서 살아남으려는 기업의 노력과 시도를 무턱대고 비난할 수는 없다. 과연 10년 후에도 ‘정규직’이라는 일자리가 온전히 남아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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