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 폐쇄적 정책의 후과

4 hours ago 1

2026 북중미 월드컵 조별리그 탈락 사태의 후과는 컸다. 비단 축구만의 문제는 아니다. 차라리 실력이 문제였다면 축구의 문제로 끝났겠지만, 많은 축구 전문가들이 최악의 성적표를 낸 원인으로 대한축구협회의 비민주적 운영 방식을 지적하며 이야기가 달라졌다.

이 과정에서 우리 국민은 곳곳에 아직도 뿌리 깊게 자리하는 '졸속 행정' '밀실 협의' '폐쇄적 운영'의 민낯과 그 결과물을 마주했다. 이제는 '비민주' '폐쇄적' 등의 표현은 대한민국에서 가장 듣기 싫은 문구가 된 것 같다.

정부 정책 수립 과정에서도 폐쇄적인 행정은 자주 지적받는다. 축구협회 그것과 비할 바 아니라 해도, 공공의 영역에서는 충분한 협의가 뒷받침되지 않을 때 지탄의 대상이 된다. 지난 2월 고정밀 전자지도 국외 반출 과정에서부터 최근 공간정보관리법 시행령 개정 작업에 이르기까지 국토교통부가 뭇매를 맞는 것도 비슷한 이유에서다.

구글의 요청 이후 고정밀 지도를 국외 반출하겠다는 결정을 할 때에도 석연치 않았다. 당시 '측량성과 국외 반출 협의체'는 정부 관계부처와 민간 위원으로 구성됐는데, 정부는 해당 위원이 사퇴한 후 새로 꾸린 협의체 구성은 철저히 비밀에 부쳤다. 당시 사퇴했던 민간 위원은 해외 기업이 반출 요청을 할 때 제시해야 할 조건이 제대로 충족되지 않은 점을 민간 전문가로서 면밀하게 지적해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업계에서는 정해진 결론 아니었냐는 비판이 쏟아졌다. 한 공간정보 업체 대표는 결정 과정을 공개하라며 정보공개청구까지 냈지만 정부는 끝내 비공개와 요청 자료에 대한 부존재 결정을 내렸다. 외교적인 문제로 정부가 국민에게 일일이 설명하지 못하는 사정이 있을 것이라고 하기에는 정부의 결정 과정은 많이 부족했다.

고정밀 지도를 사상 처음으로 내주겠다는 결정이었다. 피해는 없을지 업계와 논의하는 과정도, 법에서 정한 요건을 정말 충족하는지 전문가 의견을 듣는 과정도 부족했다.

공간 정보 분야에서 또 다시 폐쇄적 논의 논란이 고개를 들고 있다. 지도 반출 결정이 2월 말이었으니, 몇달되지도 않은 시점이다. 정부는 지난해 11월 개정된 국가공간정보 기본법의 시행령을 최근 다시 개정해 입법예고했다. 해당 법안은 국가 보안시설이 공간정보에 표시되지 않도록 민간이 생산한 공간정보에 대한 보안처리 절차와 방법을 담고 있다. 이 과정에서 업계 의견 수렴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또 비판을 받았다.

대통령령에 명시됐던 사안을 국토부가 안보부처와 협의체를 구성해 협의할 수 있게 하는 조항까지 들어가 더욱 반발을 샀다. 이에 대해 국토부는 해당 내용은 고정밀 지도 반출과는 연관이 없다고 해명했다. 이는 불신의 골을 더 깊게 만들었다. 고정밀지도라고 명시된 표현이 없지만 실질적으로는 고정밀지도 반출과 연관해 작동할 수 있는 규정이라고 업계와 학계는 보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와 전문가의 반대를 무릅쓰고 처음으로 국민의 측량 성과를 국외 반출하기로 결정한 상황 아닌가. 직접적 연관이 없다고 해도 해당 분야에서는 더욱 민간의 의견에 귀 기울였어야 했다. 정책에 힘이 실리려면 민간의 지지가 반드시 필요하다. 이제는 결과도 결과지만 과정도 평가받는 시대다. 지금이라도 민간과 소통하고 깊이 있는 협의를 진행하길 바란다.

문보경 플랫폼유통부장문보경 플랫폼유통부장

문보경 기자 okmun@etnews.com

Read Entire Artic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