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광장/이은주]사람들은 왜 허위조작 정보를 퍼 나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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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연결시대 허위 정보 소비자서 전달자로
‘내 편 정보’나 습관적 공유하며 사실 뒷전
참인 정보 공유에 보상했더니 분별력 유지
이용자 탓 넘어 플랫폼 보상 구조 바뀌어야

이은주 객원논설위원·서울대 인공지능신뢰성 연구센터 소장

이은주 객원논설위원·서울대 인공지능신뢰성 연구센터 소장
생각할 수 있는 거의 모든 사안에 대해 사회적 합의를 기대하기 어려울 정도로 우리 사회의 정치적·이념적 양극화는 심각한 수준이다. 하지만 정파를 불문하고 소위 ‘가짜뉴스’가 우리 사회의 갈등과 분열을 유발하고 지속 가능성을 위협하는 심각한 문제라는 데에는 이견이 없어 보인다. 다만 무엇이 ‘가짜뉴스’이고, 누가 이를 만들어 내는가에 대해 다른 신념을 가지고 있을 뿐이다. 마찬가지로 왜 특정 개인 혹은 조직이 허위조작 정보를 만들어 내는가에 대해서도 대략 답이 나온다. 금전적이든 정치적이든 이익이 되기 때문이다.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작심하고 거짓 정보를 퍼뜨리려는 시도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존재해 왔다. 그러나 전 세계적으로 허위조작 정보 문제를 실존적 위협으로 간주하게 된 것은 초연결사회의 등장과 맞물려 있다. 인터넷을 통해 이전과는 비할 수 없이 빠른 속도로, 광범위하게 정보가 확산되다 보니 거짓 정보의 파괴력도 이에 비례해 증폭된 것이다. 허위조작 정보의 확산 과정에서 사람들은 단순한 정보 소비자가 아니라 다른 사람들과 적극적으로 정보를 공유함으로써 본의 아니게 허위 정보의 전달자 역할을 하게 된다. 그렇다면 사람들은 왜 허위 정보를 퍼 나를까.

흔히 지목되는 요인은 확증 편향이다. 어떤 정보를 선택할지, 선택된 정보를 어떻게 해석할지뿐 아니라 내가 접한 정보를 타인과 공유할 것인지를 결정하는 데 있어서도 사람들은 본인의 신념과 입장에 비춰 판단한다. “거봐, 내 말이 맞지?” 하고 싶은 마음을 누가 탓할 수 있으랴만, 정치적 양극화와 팬덤 정치가 오로지 ‘내 편 정보’ 공유를 부추길 때 정보의 사실성은 뒷전으로 밀려난다.

당파성보다는 정보 이용자의 무비판적 사고 혹은 인지적 게으름이 허위 정보의 무분별한 확산을 부추긴다는 연구도 있다. 2021년 국제 학술지 ‘네이처’에 게재된 논문에서 연구진은 뉴스 헤드라인 하나를 주고 얼마나 ‘정확한지’를 평가하게 한 뒤, 전혀 상관없는 다른 뉴스에 대한 공유 의사를 물었다. 정확성 질문을 받았던 이들은 질문을 받지 않았던 사람들에 비해 참인 뉴스의 공유 의향은 비슷했으나 거짓인 뉴스를 공유할 의향은 더 낮았다. 하지만 헤드라인이 얼마나 ‘재미있는지’를 평가하게 했을 때는 거짓 뉴스 공유 의향에 차이가 없었다. 즉, 아무 질문이나 던진다고 해서 분별력이 높아지는 게 아니라 ‘정확성’이라는 개념을 생각하게 만드는 절차가 거짓 정보 공유를 억제한 것이다.

확증 편향이나 무비판적 사고가 뉴스 이용자 개인의 성향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면, 2023년 미국 예일대와 서던캘리포니아대 연구진의 연구는 습관에 주목했다. 습관적으로 정보를 공유하는 사람들은 참(43%)과 거짓(38%) 기사를 비슷한 비율로 공유한 반면, 정보 공유를 그다지 하지 않는 사람들은 참(15%) 정보를 거짓(6%) 정보보다 훨씬 많이 공유하는 분별력을 보였다. 흥미롭게도 습관적 공유자들은 본인의 정치 신념과 어긋나는 기사도 더 많이 공유했는데, 당파적 편향보다 생각 없이 정보를 나르는 습관이 허위 정보 확산을 더 촉진하는 셈이다.

연구진은 보상 기제를 바꿈으로써 정보 공유 습관의 방향을 바꿀 수 있는지 검증했다. 한 집단은 참인 정보를 공유하거나 거짓 정보를 공유하지 않을 때 보상을 받았고(정확성 보상), 다른 집단은 반대로 거짓 정보를 퍼뜨릴 때와 참인 정보를 공유하지 않을 때 보상을 받았다(허위 정보 보상). 나머지 집단은 아무 보상도 받지 않았다(통제 집단). 이처럼 훈련을 한 뒤, 보상을 없앤 상태에서 “평소 하던 대로” 새로운 기사들을 공유하게 했다. 정확성 보상 조건의 참여자들은 보상 없이도 참(66%)과 거짓(24%)을 구분해 공유하는 분별력을 유지했다. 반면 허위 정보 보상 조건에서는 보상이 있는 동안에는 참(48%)과 거짓(43%) 간 구분이 현저히 약해졌지만, 보상을 주지 않자 통제 집단 수준의 분별력을 회복했다. 주목할 점은 정확성 보상이 전반적인 정보 공유를 위축시키지 않고 오히려 더 활발하게 만들었다는 점이다.

이러한 모의실험 결과가 현실에서도 재현되는지는 과학적 검증이 필요하다. 그럼에도 허위 정보 확산이 게으르고 편향된 개인의 문제를 넘어, 정확성과 무관하게 ‘좋아요’를 받을 만한 메시지 공유를 조장하는 플랫폼의 보상 구조 때문일 수 있음에 주목해야 한다.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이나 “가짜뉴스에 속지 말자”는 캠페인은 유용하지만, 잘못 설계된 보상 구조를 기반으로 하는 플랫폼 환경을 방치한 채 이용자만 ‘잡도리’하는 것은 허위조작 정보에 대한 효과적인 대응책이 될 수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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