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로피는 눈앞에서 놓쳤지만 2026 북중미(미국, 캐나다, 멕시코) 월드컵을 향한 그림은 조금 더 선명해졌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은 15일 경기 용인미르스타디움에서 열린 2025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E-1 챔피언십(동아시안컵) 남자부 최종 3차전에서 일본에 0-1로 지며 준우승에 그쳤다. 왕좌 탈환에 실패했지만, 소득은 남았다. 세계 무대에서 활용할 전술을 검증했고 K리그에서 뛰는 새 얼굴들의 기량을 확인할 수 있었다.
홍명보 감독은 이번 동아시안컵에서 기존 포백 대신 ‘스리백’ 전술을 적극 가동했다. 스리백은 중앙 수비수 3명을 최후방에 배치해 수비를 두껍게 한 뒤 양쪽 윙백의 활발한 전진을 통해 공격을 전개하는 전술이다. 부임 이후 줄곧 포백을 써온 홍명보 감독은 북중미 월드컵을 앞두고 ‘전술 포트폴리오’를 늘려 경쟁력을 확보해야 하는 숙제가 있었다. 이에 이번 동아시안컵을 플랜A(포백) 대신 활용할 수 있는 플랜B(스리백)를 검증하는 무대로 본 것이다. 실제로 전술 운용 과정에서 종종 미드필드와 수비 공간이 넓어지며 보완이 필요한 문제들을 발견하기도 했다.
이번 대회는 유럽파에 밀려 기회가 적었던 K리그 선수들을 실험하는 자리기도 했다. 올해 동아시안컵은 국제축구연맹(FIFA)이 정한 A매치 기간에 열리지 않아 ‘유럽파’를 차출할 수 없었다. 이에 홍명보호는 한국 K리거 23명과 일본 J리거 3명으로 대표팀을 구성했다.김민재(바이에른 뮌헨) 등 유럽파에 밀려 출전 기회를 보장받지 못했던 김주성(서울), 박승욱(포항) 등 센터백들은 스리백 중심 수비에서 가능성을 입증했다. 측면 수비수로 출전한 김문환(대전)은 베스트 수비상을 받기도 했다. 문선민(FC서울)은 윙백으로 포지션을 변경하며 유연성을 증명했다. 강상윤(전북)과 이동경(김천) 등 2선 자원도 발굴했다. 강상윤은 A매치 두 번째 출전 만에 홍콩전에서 골을 기록했고, 이동경은 중국전에서 왼발 중거리 슛으로 선제골을 터뜨리며 존재감을 과시했다. 주민규(대전), 오세훈(마치다), 오현규(헹크) 3파전이었던 최전방에서도 ‘신예’ 이호재(포항)가 홍콩전 데뷔골로 눈도장을 찍었다.
홍 감독은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이번 대회에서, 많게는 5명 이상의 선수를 눈여겨봤다”며 “이번에 테스트한 스리백 전술에서도 경쟁력을 보인 선수가 몇 명 있다. 그 선수들은 꾸준히 잘 한다면 충분히 월드컵 본선에도 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한종호 기자 hjh@donga.com
© dongA.com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좋아요 0개
- 슬퍼요 0개
- 화나요 0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