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 ‘시니어 디지털 스쿨’ 인기 강사…71세 김옥련 씨
60대 찾아온 우울증 이기려
디지털 강사 양성과정 도전
택시 호출·인증서 발급부터
보이스피싱 예방 교육까지
노인 디지털 문맹 해소 앞장
“집에서 쓸쓸히 계시던 시니어들이 ‘디지털 맛’을 본 뒤론 인생이 달라졌다고 얘기하죠.”
60여 년을 현모양처로서 살다가 최근 디지털 선생님으로 인생 2막을 연 인물이 있다. 시니어의 디지털 문맹 해소를 위해 스마트폰을 활용한 다양한 기능을 소개해주는 김옥련 시니어 티처(71)가 그 주인공이다.
현재 그는 카카오·카카오임팩트가 한국종합노인복지관협회·시니어금융교육협의회와 손잡고 시니어를 위한 디지털 교육을 해주는 ‘찾아가는 시니어 디지털 스쿨’의 최고령 강사로 활약하고 있다. 전국 150개 복지관에서 스마트폰을 통한 송금·선물하기, 택시 호출, 인증서 발급 등 다양한 디지털 기능을 시니어에게 이해하기 쉽게 전달하고 있다.
김 티처는 경기 김포시노인종합복지관에서 최근 매일경제와 만나 “스마트폰이 대중화된 시대에 시니어도 디지털과 친해져야만 인생에 자신감을 얻을 수 있다”며 “디지털을 잘 다루게 되면 금융사기 예방, 가족과의 활발한 소통을 통해 삶의 만족도도 높아진다”고 강조했다.
그는 과거 카카오페이가 진행한 시니어 금융 교육의 강사를 역임하기도 한 베테랑이다. 70대임에도 교육 시 마이크를 사용하지 않는다. 또렷한 발성과 질문을 통해 자연스럽게 수업 참여를 유도하는 교수법으로 많은 시니어 수강생들 사이에서 인기를 얻고 있다.
처음부터 그가 화려하게 수강생 앞에 선 건 아니었다. 김 티처는 50대에 접어들기까지 전업주부로서 현모양처를 모델로 삼고 가사에 충실해 온 사람이다. 하지만 그는 “환갑이 넘은 후 우울증을 느꼈다. 무슨 일이라도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서울시50플러스센터의 강사 양성 과정에 지원해 중장년 상담가로 활동하면서 시니어의 애로 사항을 들어주는 역할에 관심을 가지게 됐다”고 밝혔다.
상담가로 활동하던 김 티처는 자연스레 시니어들이 디지털과 친해지고 싶지만 계기가 없어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사실도 파악했다. 인생 1막 직장에서 은퇴한 시니어들이 누구보다 열정적으로 배움의 즐거움을 갈망한다는 것도 깨달았다.
김 티처는 “인공지능(AI) 시대다. 디지털도 고도화된다”며 “배움의 기회만 제공해드릴 수 있다면 시니어도 스마트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온라인으로도 블로그를 통해 강의 내용을 올려 시니어와 소통하고 있다.
디지털 교육을 받은 후 변하는 시니어들의 모습을 보면서 그는 보람을 느낀다. 특히 보이스피싱 등 시니어를 노린 금융사기에 잘 대처할 수 있게 돼 기쁨을 느끼는 이들이 많다고 한다. 김 티처는 ‘삼고(三考) 원칙’을 강조한다. 항상 의심하고, 전화를 끊고, 확인하라는 것이다.
그는 “실제로 카드 배송을 가장한 사기 사례가 있었는데, 카드사에 확인한 후 피해를 예방한 적이 있었다”며 “교육 후 ‘이제 사기 안 당한다’며 자신감을 얻는 분들이 많다”고 웃어 보였다.
카카오톡을 통해 손주·자녀에게 선물을 보내는 법을 알게 된 시니어들이 “가족관계가 좋아졌다”고 기뻐하기도 한다. 똑똑해진 시니어들은 이제 신세대처럼 식사 후 더치페이를 즐기기도 하고, 애플리케이션으로 택시도 편하게 잡는다.
김 티처에게 인생 2막은 끝이 없다. 체력이 허락하는 때까지 디지털 전도사로 일할 예정이다. 그는 “나는 아직도 젊다고 생각한다. 책임감을 가지고 계속 일하겠다”며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