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운세’로 심리적 안정 찾는 2030…운명 개척에 나서다 [커버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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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운세’로 심리적 안정 찾는 2030…운명 개척에 나서다 [커버스토리]

‘풍수지리’나 ‘운세’, ‘관상’은 4050세대에게 익숙한 문화였다. 하지만 운세는 더 이상 개인의 은밀한 취향에 머물지 않는다. 이제는 기업과 브랜드가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문화적 자산이자, 디지털 세대의 새로운 놀이 방식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지난 5월 AT양재센터에서 개최된 ‘운세박람회 2026’ 현장(사진 운세박람회 사무국)

지난 5월 AT양재센터에서 개최된 ‘운세박람회 2026’ 현장(사진 운세박람회 사무국)

“사주가 임수(壬水)네요. 평소 고요한 타입이시고요.” 1평 남짓한 부스에 자리한 상담사가 휴대전화 화면을 보며 빠르게 분석을 이어갔다.

“재테크 공부를 하셔도 좋아요. 남에게 듣는 이야기보단 자신이 공부해 소신껏 투자하고…부동산도 괜찮고요. 건강이 궁금하시다고요? 58세쯤에 기본 건강검진만 받아보시면 될 것 같은데. 현재는 이너뷰티 쪽도 함께 신경 쓰시면 얼굴에 광(光)이 생기고 안색이 맑아져 좋은 기운이 들어요.”

평소라면 신경 쓰지 않았을, 평범한 조언 같지만 어쩐지 이 순간 만큼은 솔깃해진다. 그렇게 상담사와의 10분간의 대화를 마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내 앞날의 가능성을 본다니…. 부동산과 재테크 공부를 지금이라도 시작해봐야 하나 싶은 순간이다.

(사진 운세박람회 사무국)

(사진 운세박람회 사무국)

이는 지난 5월 말 AT양재센터에서 개최된 ‘운세박람회·Fortune Adventure 2026’(이하 ‘운세박람회’)에서 있었던 일이다. ‘운세박람회’는 ‘내 인생의 날씨를 읽고, 행운을 챙겨가는 곳’을 슬로건으로, 운세를 미래에 대한 예언이 아닌 삶의 흐름을 읽는 자기탐색 도구로 재해석한 행사다. 그리고 이를 실제 생활 속 행운 습관과 소비로 연결해, 스스로 운을 개척해나가는 과정을 보여준다.

이곳을 찾은 2030세대들에게 ‘개운(막힌 운을 틔운다) 소비’, ‘행운 소비’의 개념은 먼 것이 아니다. 먼저 50여 명의 전문 상담사가 자리한 상담존(‘운명기상청’)을 찾아 사주명리, 타로, 자미두수, 관상 등 다양한 분야의 상담을 받고, 그 후엔 자신에게 필요한 행운 일종의 개운템, 공간템, 습관템 등을 탐색, 구매한다.

소금단지 키링(사진 이승연 기자)

소금단지 키링(사진 이승연 기자)

‘개운 소비’라는 단어가 다소 낯설게 들리는 이들은 보통 부적 또는 샤머니즘 물품을 떠올릴 수 있지만, ‘운세박람회’는 그야말로 ‘행운’을 넓게 해석했다. 네잎클로버 디퓨저부터 거북이 키링, 인테리어용 액막이 명태, 미니 도자기 형태의 소금단지 등 그야말로 MZ세대, 젠지세대가 좋아할 만한 아기자기한 아이템들이 대부분이다. 이 밖에도 ‘운세박람회’에선 박성준 풍수연구소장·명리학자 현묘 강연과 오행 콘셉트의 오행 카페, 전통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부적 만들기 등 다양한 체험 부스를 함께 진행했다.

이곳을 찾은 30대 관람객은 “그동안 운세는 미래를 예측하는 것이라 생각했는데, 이번에는 나 그리고 나의 상황을 이해하는 과정처럼 느껴졌다”며 “상담을 받고 나서 나에게 필요한 물건과 습관을 직접 찾아보는 경험이 인상적이었다”고 소감을 밝히기도 했다. 무엇보다 이번 행사는 △생사 관련 공포 조장 금지, △부적·굿 강매 금지, △의료·법률·재무 영역 월권 조언 금지, △신점 제외 등을 내세웠다. 미신을 강요하는 것이 아닌 자기 스스로 운의 흐름을 알고 이를 긍정적인 방향으로 좇을 수 있도록 하며, 크게는 심리적인 안정을 추구하고 평소 궁금증까지 해결하고자 하는 2030의 욕망을 충족시킨 것이다.

‘운세박람회’ 사무국 관계자는 “행사 기간 내내 이어진 오픈런은 최근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삶과 미래를 보다 주체적으로 이해하고 준비하고자 한다는 점을 보여준다”며 “불확실성이 커지는 시대일수록 운세가 단순한 예언이 아니라 자신을 이해하고 삶의 방향을 점검하는 도구로 활용되길 바란다”고 설명했다.

불확실한 미래에 가심비 높은 ‘AI 운세’ 대화창구

사주·타로·만세력·별자리 운세 등을 알려주는 애플리케이션 ‘헬로우봇’ 화면(사진 앱 갈무리)

사주·타로·만세력·별자리 운세 등을 알려주는 애플리케이션 ‘헬로우봇’ 화면(사진 앱 갈무리)

자신의 운세를 탐색하고 이를 좋은 방향으로 추구하는 과정은 점점 ‘가벼워지고’ 있다. 심리적인 접근성, 대중적인 이용 측면에서 보자면 말이다. 이제 사람들은 새해나 중요한 결정을 앞두고, 또는 심리적 안정을 위한 대화창구로써 철학관이나 점집을 찾는 수고를 하는 대신 손안에 있는 스마트폰에서 조언을 찾는다. 일명 ‘디지털 운세’로 불리는 플랫폼들이다.

가장 쉽게는 ‘사주 분석 사이트’를 찾아보거나, 사주·타로·운세·만세력·별자리 등을 알려주는 애플리케이션 ‘헬로우봇’, ‘포스텔러’ 등을 체험해본다. 또한 유튜브 타로 채널을 통해 일별, 월별 운세를 확인하는 것도 흔한 풍경이다.

최근엔 AI(인공지능)를 활용해 자신의 사주를 스스로 분석하는 사례도 빠르게 늘고 있다. 사주 분석만 가능한 것이 아니다. 별자리, 점성학 차트, ‘서양의 명리학’이라고도 불리는 네이탈(natal: 출생의)차트 등 다양한 방식의 운세를 AI를 통해서 보는 흐름이 확산하고 있다. 대부분은 사주나 별자리 전문 사이트에서 생년월일을 입력해 기본 결과를 확인한 뒤, AI가 음양오행과 십성(十星)을 분석해 즉시 이해하기 쉽게 풀이해주는 방식이다.

헬로우봇(사진 구글플레이 갈무리, NEURAL ARCADE)

헬로우봇(사진 구글플레이 갈무리, NEURAL ARCADE)

이용객들 사이에서는 AI에 ‘어떤 질문 프롬프트(명령어)를 넣을지’가 핵심 관심사다. 실제로 각종 블로그나 SNS에서는 운세를 확인하는 프롬프트 예시가 공유되는 등 새로운 점술 문화의 한 장면을 보여주고 있다. 다음은 네이탈차트를 활용한 운세 확인 프롬프트 예문이다. 이 이용자는 먼저 각 행성의 위치, 각도 등의 수치를 파악해 입력했고, 프롬프트에는 △‘전문용어 대신 실생활에서 적용 가능한 용어로 해석할 것’, △‘성향, 커리어 방향, 금전운 흐름, 연애·관계 성향, 향후 운세 흐름 등을 요약해 알려줄 것’을 요청했다. 그러자 AI의 답변은 이용자의 별자리에 맞는 성격과 커리어, 금전운, 인생 흐름 등을 구분해 풀이했고, 이를 또다시 두어 줄로 요약해 덧붙이기도 했다.

이처럼 과거 운세를 보는 것이 거시적인 관점에 그쳤다면, 이제 AI를 활용한 운세 탐색은 마치 MBTI를 보듯 나에 대한 미시적인 분석이 가능해졌다. 또한 이는 타인과의 관계에서도 활용이 된다. MBTI 검사로 자신과 타인의 성격 차이를 보듯이, 사주를 통해 관계의 이론적인 면을 살펴보고 좋은 방향으로 흐름을 개선할 수 있는지 함께 탐색해 보기도 한다.

챗GPT를 통해 운세를 분석할 수 있다.(사진 챗GPT 화면 갈무리)

챗GPT를 통해 운세를 분석할 수 있다.(사진 챗GPT 화면 갈무리)

디지털 운세 트렌드가 젊은 세대의 실용적인 라이프스타일 콘텐츠로 자리 잡은 배경에는 경제적 요인도 있다. 철학관을 직접 찾아가 복채를 내는 대신, 무료 혹은 소액으로 간편하게 운세를 확인할 수 있다는 ‘가성비’가 매력으로 작용한 것. 동시에 불확실한 미래 속에서 불안을 덜어주는 ‘심리적 가심비’ 역시 중요한 요소다. 사람들은 사주·타로·별자리 운세를 맹목적인 미신으로 소비하지 않고 오히려 개인의 ‘성향’과 ‘확률적 가능성’을 탐색하는 도구로 받아들인다. 이를 통해 일상 속 불안을 해소하는, 나만의 작은 ‘해우소’ 역할도 한다.

최근에는 이러한 호기심이 커지면서 운세·풍수 등을 활용한 마케팅 사례도 종종 찾아볼 수 있다. 예컨대 배달의민족은 운세 플랫폼 ‘포스텔러’와 협업해 ‘내 사주에 타고난 복은?’이라는 테스트를 선보였다. 사용자가 생년월일을 입력하면 운세 결과에 맞는 추천 음식을 제안하고, 배민 쿠폰을 제공하는 방식이다. 이 이벤트에는 무려 85만 명이 참여하며, 운세와 소비가 결합된 새로운 형태의 디지털 경험 사례를 보여주었다.

배민×포스텔러 ‘나만의 복’ 테스트(사진 이벤트 사이트 화면 갈무리)

배민×포스텔러 ‘나만의 복’ 테스트(사진 이벤트 사이트 화면 갈무리)

미디어와 함께 떠오른 사주 트렌드

몇 년 전 열풍이었던 ‘유튜브 타로’ 채널은 시청자들의 연애운, 속마음, 인생 조언 등 다양한 고민에 대해 위로와 통찰을 주었다. 시청자가 영상을 보며 질문을 떠올리고 직관적으로 카드를 선택해(카드 선택지별 타임라인으로 이동하는 형태) 답을 얻는 ‘인터랙티브(상호작용형) 타로’ 형태로, 디지털 미디어에서 신비로운 타로 분위기를 손쉽게 체험하는 것이 유튜브 타로의 큰 장점으로 꼽혔다.

(사진 ‘유퀴즈 온 더 블럭’ 박성준 역술가 편, 유튜브 ‘디글 클래식’ 채널 화면 갈무리)

(사진 ‘유퀴즈 온 더 블럭’ 박성준 역술가 편, 유튜브 ‘디글 클래식’ 채널 화면 갈무리)

현재 각종 미디어와 유튜브 채널에선 사주가와 관상가, 명리학자들 활약을 주목하는 추세다. 지난 1월 ‘유 퀴즈 온 더 블럭’에 박성준 풍수연구소장이 출연해 “운이 막힐 땐 관악산에 가라”라는 조언을 남겼다. 관악산은 풍수학적으로 에너지와 정기가 좋은 곳으로 알려져 있다. 방송 이후 ‘명당 순례’ 열풍이 펼쳐졌다. 사람들은 개운과 산행을 겸해 관악산 정상에 올랐고, 관악산 연주대 일대는 마치 인기 맛집처럼 줄을 서는 진풍경이 펼쳐지기도 했다.

이러한 흐름은 대중문화에서도 발견된다. 2024년에 개봉한 영화 ‘파묘’는 풍수지리와 무속, 샤머니즘 소재로 다루며 천만 관객을 돌파했고, OTT 디즈니플러스에 공개된 프로그램 ‘운명전쟁49’는 MZ세대 운명술사(무당)들이 서바이벌 형식으로 경쟁하는 독특한 콘셉트로 화제를 모았다. 틱톡에서도 ‘빠르게 보는 운세 챌린지’가 유행하며 짦은 영상 속에서 운세 풀이가 하나의 놀이 문화로 소비되고 있다.

최근 이 같은 사례는 샤머니즘, 사주·관상 분석 등이 더 이상 낯선 소재가 아닌 대중적 콘텐츠로 자리매김했음을 보여준다.

일종의 ‘웰니스’ 개념이 된 디지털 점술

관악산 정상(사진 매경DB, 김재훈 기자)

관악산 정상(사진 매경DB, 김재훈 기자)

MZ세대의 놀이터로 불리며 25만 명의 관람객을 동원한 ‘불교국제박람회’는 ‘자기 수련’을 단순한 종교적 행위가 아닌 힙(Hip)한 라이프스타일로 재해석했다. 마음수련을 통해 내면을 돌아보고, 자기 이해와 삶의 방향을 점검하고자 하는, 일종의 웰니스의 일환이었다.

이와 맞닿아 ‘운명 개척’ 역시 젊은 세대의 주체적 소비 성향 속에서 확장되고 있다. 온라인을 넘어 일상에서 실현 가능한 ‘개운 라이프스타일’이 뚜렷하게 자리 잡으며, “내가 행동하고 환경을 바꿔 좋은 운을 끌어들이겠다”라는 능동적인 행동을 보이는 것이다. 관악산 산행, 풍수 인테리어를 고려한 집 꾸미기, ‘운세박람회’와 같은 체험형 이벤트 참여가 모두 ‘적극적 운명 개척’의 일환인 셈이다. 최근에는 ‘명당 투어’ 등 행운을 기원하는 추천 여행지 콘텐츠도 등장, 단순한 관광을 넘어 운을 보충하는 체험 또한 즐기고 있다.

배민×포스텔러 ‘나만의 복’ 테스트 결과에 따라 행운의 음식을 추천한다(사진 이벤트 사이트 화면 갈무리).

배민×포스텔러 ‘나만의 복’ 테스트 결과에 따라 행운의 음식을 추천한다(사진 이벤트 사이트 화면 갈무리).

이제 2030세대는 운세를 MBTI처럼 자신을 표현하고 타인과 공유하는 ‘라이프스타일 콘텐츠’이자, 심리적 안정 장치로서 소비한다. 다만 주의해야 할 점도 명확하다. ‘운명결정론’ 등의 과도한 몰입, 원하는 정보만 선택하거나 실질적인 해결이 아닌 운세에만 기대는 확증 편향은 경계하는 것이 좋다. AI를 통해 사주·별자리 분석이나 풍수지리를 가볍게 소비하듯 이를 긍정적인 삶의 힌트로서 보되, 좋은 기운은 결국엔 자신의 일상적 노력과 태도, 마음가짐에서 뒤따른다는 자립적인 성향 역시 잊지 말아야 할 부분이다.

[ 이승연 매경 시티라이프부 기자lee.seungyeon@mk.co.kr] [사진 운세박람회 사무국, 매경DB, 각 브랜드]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1037호(26.07.07)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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