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대학 학생회 잇따라 탄핵·사퇴 압박
서울대 총학, ‘尹 탄핵·국민연금’ 대응 회피
고려대-부산대 등 연달아 횡령 적발되기도
“취업난에 학생회 무관심 커져” 지적도
대학 캠퍼스에서 학생회에 대한 무용론이 확산하고 있다. 학생회가 정치적 편향성 시비에 휘말리고 학생회비 횡령 등 비리 행위까지 발생하자 대학가에선 “차라리 없는게 낫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것이다. 학생들의 요구보다 사회적 이슈에 좌지우지되는 모습이 부각되며 학생회가 더 이상 학생을 대표하는 조직이 되지 못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5일 매일경제 취재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임기를 시작한 서울대 제64대 총학생회는 출범 5개월 만에 위기에 봉착했다. 총학생회가 학외 정치적 사안에 대해 서울대 학생들과 다른 입장을 보이면서 거센 사퇴 압박에 시달리고 있는 것이다.
지난 2월 12일 열린 서울대 전체학생대표자회의(전학대회)에서는 서울대 총학생회에 대한 사퇴촉구안이 안건으로 올라왔다. 투표 결과 찬성 39명, 반대 30명, 기권 14명으로 찬성이 참석대의원의 과반을 넘지 못해 부결됐지만 찬성표가 가장 많았다.
사퇴촉구안이 발의된 건 서울대 총학생회가 지난해 12월 ‘윤석열 전 대통령 퇴진 집회’에 석연치 않은 이유로 불참해서다. 당시 김민규 서울대 총학생회장은 퇴진 집회에 참여하기로 한 학생총회 의결을 개인적인 이유로 뒤집고 불참 의사를 밝혔다. 이후 회의록을 통해 불참 이유가 집회 실무자인 학생 A씨와 김 회장 간 개인적 불화로 밝혀지면서 비판 여론이 고조됐다.
사퇴 여론은 지난달 서울대 총학생회가 국민연금 개혁안에 대한 대응 계획을 일방적으로 철회하며 다시 확산했다. 총학생회는 지난 3월 ‘국민연금 개혁안 인식 조사’를 진행하는 등 국민연금 개혁에 대한 대응방안 마련에 나섰지만 2주 만에 ‘시의성이 부족하고 정치적 중립이 필요하다’는 이유로 돌연 취소했다. 서울대 재학생 임 모씨(21)는 “국민연금 이슈만큼 대학생과 청년 세대에게 중요한 사안이 무엇이 있느냐”며 “학생 의견을 반영하지 않는다면 (학생회가) 차라리 없어도 되겠다”고 말했다.
회계 부정과 횡령 등 비리 의혹이 잇따르고 있는 점도 학생회에 대한 불신을 키우고 있다. 지난해 11월 고려대 세종캠퍼스 공공정책대학 학생회장은 학생회비 206만원을 개인 계좌로 이체한 뒤 사행성 게임에 사용해 탄핵됐다. 고려대 재학생 최 모씨(21)는 “학생회 소식 중 가장 큰 비중이 사건·사고 소식”이라며 “투명하게 운영되지도 않고 학생들에게 큰 도움이 되지도 않는 것 같다”고 했다.
지난 3월에는 부산대 경제통상대학과 사범대 학생회가 유료 행사 수익을 회계에서 누락하고, 학생회장단의 개인 계좌에 은폐해 부산대 중앙감사위원회의 처분 명령을 받기도 했다.
반복되는 논란에 학생들 사이에서 학생회 무용론이 확산하고 있다. 수도권 지역 대학에 재학 중인 하모씨(22)는 “학생회가 학생들의 편의보다 정치적인 입장과 학생회만의 이익에 더 관심을 가지는 것 같다”며 “학생의 의견을 실질적으로 대표하지도, 대표하려는 노력도 충분하지 않기에 학생회의 필요성에 대해 의구심을 가지는 학생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극심해진 취업난에 학생회를 향한 무관심이 커진다는 해석도 나온다. 사회개혁 등 학생사회 전체의 목표가 뚜렷했던 과거와 달리 취업 등 학생마다 다양한 목표를 가지게 되며 학생회의 필요성이 옅어졌다는 것이다. 한국외대 재학생 이서현씨(23)는 “요즘은 학점과 취업이 전부”라며 “학생회 투표에 참여한 적도 없다. 정말 필요한 취업이나 학점 관리에는 학생회가 별 도움이 안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