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바스·노보로시야에서 우크라군 철수”
러, 도네츠크·자포리자·헤르손 2/3 점령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러시아의 크름반도 합병을 인정할 것을 압박하는 가운데, 러시아도 요구 수준을 높이는 모양새다.
23일(현지 시간) 타스통신에 따르면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프랑스 언론 르푸앙과의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에 평화를 정착시키기 위해 러시아 지역인 돈바스와 노보로시야에서 우크라이나군을 철수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조건이 충족되면 갈등이 끝날 수 있나’ 질문에 “우크라이나가 이 4개 지역에서 군대를 철수한다면 그럴 수 있다”고 답했다.돈바스는 우크라이나 내 친러시아 분리주의 세력이 세운 도네츠크인민공화국(DPR)과 루한스크인민공화국(LPR)을, 노보로시야는 과거 러시아제국에 속했던 우크라이나 동부 지역을 가리키는 러시아 용어다.
러시아는 2022년 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루한스크·자포리자·헤르손 일부를 점령한 뒤 이 4개 지역을 헌법상 자국 영토로 편입했다고 발표했다. 세르게이 쇼이구 국가안보회의 서기에 따르면 24일 기준 러시아는 루한스크의 99%, 도네츠크·자포리자·헤르손의 3분의 2를 실효 지배하고 있다.
러시아는 헌법상 영토 편입 과정에서 주민투표를 거쳤다고 밝혔는데, 우크라이나와 서방은 이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페스코프 대변인은 “이 지역들은 투표에 따라 러시아에 편입됐다. 이는 법률적, 사실적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일부 지역을 ‘키예프 정권’이 여전히 점령하고 있다”며 우크라이나군 철수를 주장했다.앞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트럼프 행정부에 ‘현 전선 동결’ 의사를 타진한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 보도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지난 11일 스티브 위트코프 미국 중동특사를 만나 ‘최전선 침공을 중단하고, 러시아에 병합된 4개 지역 중 우크라이나가 통제 중인 일부 지역에 대한 영유권을 포기할 수 있다’는 취지로 말했다.
4개 지역 내 미점령 지역을 추가 공격하지 않고 전쟁을 끝내겠다는 것이다. 이날 보도된 페스코프 대변인 발언은 현 전선 동결에 대한 우크라이나의 수용을 이끌어내기 위한 압박 전술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미국 역시 현 시점에서 전선을 동결하는 방향의 휴전 협상을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워싱턴포스트(WP)는 22일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미국 제안은 크림반도를 러시아 영토로 공식 인정하고, 향후 합의에 따라 러시아 제재를 해제하는 대가로 러시아군이 ‘상당한 우위’인 상황에서 우크라이나 내 적대행위를 종식시킨다는 것”이라고 보도했다.[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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