접촉 피부염 유발 가능성 존재
유행시기, 위생 수칙 준수 권고
일명 ‘러브버그’로 불리는 붉은등우단털파리가 얼굴·옷에 달라붙으며 시민들의 불편이 커지는 가운데, 민감한 체질이면 피부·눈·입에 닿았을 때 자극 증상을 보일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는 조언이 나왔다. 다만 러브버그는 사람을 물거나 감염병을 옮기지는 않는다.
최근 의료진은 러브버그는 강한 독성 체액을 분비하는 다른 곤충과는 달리, 피부에 심한 물집을 만드는 독성 성분을 갖고 있지 않다고 설명했다.
한 피부과 교수는 “(러브버그의) 체액이나 배설물이 직접적으로 피부염을 일으킨다는 의학적 근거는 현재까지 없다”면서도 “사체나 배설물이 고온다습한 환경에서 피부에 오래 닿으면 세균이 증식하거나 산화물이 생성돼 자극성 접촉 피부염을 유발할 수 있다”고 밝혔다.
또 러브버그에 의한 피부 증상은 피부 장벽이 약한 사람에게서 잘 나타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아토피 피부염이나 노인성 건피증 등 피부가 민감한 사람은 러브버그 체액이나 잔여물에 접촉했을 때, 염증 반응이 더 쉽게 생길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의료진은 피부 장벽이 약한 사람은 러브버그와 접촉한 뒤 미지근한 물과 순한 세정제로 해당 부위를 씻을 것을 권했다. 만약 가려움이나 화끈거림이 있으면 냉찜질을 통해 진정시키거나 증상이 가벼우면 저자극 보습제만 사용해도 상태가 좋아진다고 했다. 또 자극이 심하거나 부종·수포가 생기면 국소 저농 스테로이드제를 사용할 수 있다. 그러나 증상이 계속되면 반드시 피부과 진료를 받아야 한다.
더불어 피부가 민감한 체질이 아니더라도 러브버그 유행기에는 기본적인 위생 수칙을 지키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러브버그와 접촉 부위는 가능한 빠르게 씻고, 외출 시에는 점막 보호를 위해 마스크를 쓰는 것도 도움이 된다.
한 감염내과 교수는 “러브버그가 인체에 감염을 매개하거나 직접 유발했다는 보고는 아직 없다”며 “(러브버그는) 3~4주 유행 기간이 지나면 없어지는 것으로 알고 있고 불편하면 피해가는 것도 방법”이라고 말했다.
러브버그는 파리목 털파리과에 속하는 곤충이다. 암수가 짝을 지어 붙어 다니는 독특한 습성을 보인다. 국내에서는 지난 2022년 처음 보고됐지만, 최근 기온 상승과 서식 환경 변화로 인해 개체 수가 급증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에 생태계에 유익한 역할을 하는 익충이지만 불편을 호소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최근 환경부는 러브버그가 대규모로 발생한 인천 계양산 일대에서 대대적인 방제 작업을 했다. 러브버그는 6월 중순부터 7월 초까지 한시적으로 출몰하며 이후 자연 소멸하는 경향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