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전드의 격려에 문자 폭탄까지...다저스 우완 윌 클라인의 ‘인생 역전’ [현장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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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시리즈에서는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 일어나고, 예상하지 못했던 선수가 영웅이 된다.

2025시즌 LA다저스에는 우완 윌 클라인(25)이 있다. 클라인은 지난 월드시리즈 3차전에서 연장 15회 등판해 4이닝 1피안타 2볼넷 5탈삼진 무실점 호투하며 팀의 6-5 승리에 기여했다. 투구 수 72개를 던지는 투혼을 보여줬다.

지난 6월 시애틀 매리너스에서 웨이버된 이후 다저스로 트레이드될 때까지만 하더라도 그는 크게 주목받던 선수는 아니었다. 이번 포스트시즌에도 줄곧 로스터에서 제외돼 애리조나에 있는 구단 캠프에서 공을 던지고 있었다.

다저스 우완 윌 클라인은 하루 아침에 유명 스타가 됐다. 사진(美 로스앤젤레스)= 김재호 특원

다저스 우완 윌 클라인은 하루 아침에 유명 스타가 됐다. 사진(美 로스앤젤레스)= 김재호 특원

이번 월드시리즈 로스터에 합류했지만, 불펜의 ‘마지막 옵션’이었다. 그렇게 주목받지 못했던 그는 이 투혼의 역투 하나로 하루아침에 스타가 됐다.

29일(한국시간)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리는 시리즈 4차전을 앞우고 인터뷰를 가진 클라인은 “문자가 경기 끝나고 500통, 그 이후에도 500통이 더왔다. 나를 가르쳤던 코치님들은 거의 다 연락하셨다. 고등학교, 트래블 볼, 대학, 아마도 T볼 코치도 연락왔을 것이다. 내가 다니던 중학교에서는 복도에 사진을 걸어놨다고 하더라. 정말 멋졌다”며 정신없었던 지난 시간들을 돌아봤다.

그는 “오늘 아침에 일어났을 때도 여전히 어젯밤 일이 일어나지 않은 것처럼 느껴졌다. 마치 유체이탈같은 경험이었다”며 여전히 실감이 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일주일전 나는 애리조나에서 라이브BP를 던지고 있었다. 월드시리즈 로스터에 오른 것만으로도 놀랄 일이다. 그리고 1차전에 나와 던진 것도 멋졌고 어제는 더 멋졌다”며 멋진 경험이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윌 클라인은 마지막 4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았다. 사진= EPA= 연합뉴스 제공

윌 클라인은 마지막 4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았다. 사진= EPA= 연합뉴스 제공

경기가 끝난 뒤 다저스 레전드 샌디 쿠팩스가 직접 자신을 찾아온 것은 더 놀랄 경험이었다.

“그를 만난 것은 꿈같은 일이었다”며 말을 이은 그는 “쿠팩스는 다저스 레전드, 야구계의 레전드다. 그런 그와 만나 악수를 나누는 것만으로도 모든 것이 느껴졌다. 그 다음에 메이저리그 관계자가 (믿을 수 없는 퍼포먼스였다고 평한) CC(CC 사바시아)의 트윗을 보여줬다. 어린 시절 봐왔던 선수에게 이렇게 인정받는 것은 미친 일이었다”며 우상에게 인정받은 소감도 전했다.

쿠팩스와는 어떤 대화를 나눴을까? 그는 “제대로 기억나지는 않지만, ‘잘했다’ ‘축하한다’ 이런 말들과 함께 경기가 어떻게 흘러갔고 이를 위해 무엇이 필요했는지 이런 얘기들이었다”며 둘 사이 대화 내용을 소개했다.

팬들은 이제 ‘윌 클라인이 누구야?’에서 ‘윌 클라인 이 선수 마음에 들어’로 변했다. 하루아침에 유명 스타가 된 그는 “올해초와는 상황이 180도 달라졌다. 좋은 쪽에 있는 사람들과 함께하는 것이 반대쪽에 있는 것보다 훨씬 더 낫다고 본다. 정말 정신이 없다”며 밝게 웃었다.

프레디 프리먼이 끝내기 홈런을 때리자 기뻐한 윌 클라인의 모습. 사진= The Canadian Press via AP= 연합뉴스 제공

프레디 프리먼이 끝내기 홈런을 때리자 기뻐한 윌 클라인의 모습. 사진= The Canadian Press via AP= 연합뉴스 제공

동료들은 일제히 그를 칭찬했다. 트리플A에서 그와 함께한 에밋 시한은 “정말 지저분한 구위와 승부사 기질을 갖춘 선수다. 내게는 전혀 놀랍지 않은 일이지만, 정말 멋지다”며 동료의 성공을 축하했다.

5차전 선발 등판이 예고된 블레이크 스넬은 “불펜의 마지막 투수 두 명이 합쳐서 100구를 던졌다는 말을 듣고 나는 놀라서 ‘뭐?’라고 말했다. 그가 싸우는 모습은 정말 인상적이었다. 특히 마지막 이닝은 거의 녹초가 된 상황에서 거의 의지만으로 던지는 모습이었다. 그가 없었다면 우리는 이기지 못했을 것이다. 애리조나에서 몸풀고 있던 선수가 로스터에 합류해 팀을 구했다. 지어내기도 힘든 얘기다. 정말 멋졌다. 그가 평생 기억할 스토리”라며 극찬했다.

클라인은 ‘4차전 얼마나 던질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는 “팀이 필요로 하는 만큼 던질 수 있지만, 제로이기를 희망한다”고 솔직하게 말했다.

데이브 로버츠 감독은 웃음과 함께 “오늘은 던지지 못하는 상태라고 하겠다”며 아무리 월드시리즈라도 선수를 혹사시킬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로스앤젤레스(미국)= 김재호 MK스포츠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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