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5일 찾은 충북 청주 HD현대일렉트릭 배전캠퍼스. 축구장 12개 크기(8만8420㎡) 공장 내부에는 수십 대의 관절 로봇이 쉴 새 없이 볼트를 조이고 있었다. 하루 8시간 가동을 기준으로 라인당 3000대, 10초에 한 대꼴로 완제품이 쏟아졌다.
HD현대일렉트릭이 이날 처음 공개한 배전캠퍼스는 지난해 11월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의 배전 수요를 겨냥해 준공했다. 울산과 경기 안성 등에 분산된 중저압 차단기 생산설비를 하나로 묶은 통합형 스마트 공장이다. 기중차단기(ACB), 배선용차단기(MCCB) 등 이곳에서 생산되는 중저압 배전기기는 전력 인프라의 최종 장치다. 발전소에서 생산된 초고압 전기는 송전망을 타고 소비지 인근으로 흘러오는데, 변전소에서 전압이 낮아진 전기를 각 공장과 빌딩으로 분배·차단하는 과정을 배전기기가 맡는다.
HD현대일렉트릭이 중저압 배전기기 거점을 구축한 건 전력기기 호황의 축이 초고압(송전) 중심에서 실제 전력을 소비하는 중저압(배전)으로 이동할 것으로 판단한 결과다. 데이터센터에 초고압변압기가 한두 대 들어갈 때 중저압 변압기는 10~20대 필요하다. 배전기기 수요는 AI 데이터센터 증설이 활발한 북미를 중심으로 늘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프리시던스리서치에 따르면 글로벌 배전기기 시장은 2025년 1202억9000만달러에서 2034년 2032억3000만달러로 커질 전망이다.
공급은 수요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 이튼, 슈나이더일렉트릭, 지멘스, ABB 등 글로벌 ‘빅4’의 증설은 늦어지고 있다. 고사양 데이터센터에 들어가는 38㎸급 진공차단기(VCB)는 납기가 1년 이상 지연된 것으로 알려졌다. HD현대일렉트릭은 자동화 시스템을 앞세워 납기를 대폭 단축해 빅4의 공급 공백을 파고든다는 전략이다. 저압기기 생산라인 자동화율은 95%에 달한다. 부품 누락과 조립 불량 역시 ‘AI 비전 검사 시스템’이 잡아낸다.
HD현대일렉트릭은 중저압 배전기기 사업을 키워 초고압에 집중된 매출 구조를 다변화할 방침이다. 지난해 이 회사의 배전기기 매출은 6556억원으로 전체(4조795억원)의 16.1%를 차지했다. 배전기기 비중을 30%대로 끌어올리는 게 목표다.
배전캠퍼스 유휴 부지를 활용한 2단계 증설도 준비하고 있다. 울산에 남은 배전변압기 공장까지 이곳으로 옮겨 설계·생산·물류를 일원화할 방침이다. 이창호 HD현대일렉트릭 배전사업본부장(부사장)은 “배전캠퍼스의 공정 자동화를 고도화해 2030년까지 설비 종합효율(OEE) 90%를 달성할 것”이라며 “유럽과 중동, 북미 시장을 동시 공략하겠다”고 말했다.
청주=안시욱 기자 siook95@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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