뤼디거는 23일(한국시간) 미국 샬럿 뱅크오브아메리카 스타디움에서 열린 파추카와 클럽월드컵 조별리그 H조 2차전 후반 추가시간 심판에게 자신이 인종차별 피해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사진출처|레알 마드리드 페이스북
레알 마드리드(스페인) 수비수 안토니오 뤼디거(32·독일)가 2025 국제축구연맹(FIFA) 클럽월드컵 조별리그 경기 도중 파추카(멕시코) 주장 구스타보 카브랄(40·아르헨티나)에게 인종차별성 발언을 들었다고 주장해 파문이 일고 있다.
뤼디거는 23일(한국시간) 미국 샬럿 뱅크오브아메리카 스타디움에서 열린 파추카와 대회 조별리그 H조 2차전 후반 추가시간 심판에게 자신이 인종차별 피해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레알 마드리드는 3-1로 승리했지만, 뤼디거와 관련한 문제로 인해 뒷맛이 개운하진 않았다.
주심 라몬 아바티는 뤼디거의 신고 직후 팔을 교차하는 ‘X 제스처’를 취했다. 이 제스처는 FIFA가 지난해 5월 도입한 공식 인종차별 신고 수단으로, 선수나 감독, 심판 누구든 사용할 수 있도록 마련된 새로운 대응 절차다.
레알 마드리드 사령탑 사비 알론소 감독은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뤼디거가 무언가를 들었다고 했다. 현재 조사가 진행 중이다”며 “우리는 그의 말을 믿는다. 이런 일은 결코 용납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카브랄은 인종차별 의도를 전면 부인했다. 그는 “뤼디거와 충돌이 있었고, 그가 내가 손으로 때렸다고 항의하면서 언쟁이 벌어졌다. 그때 아르헨티나식 욕설인 ‘겁쟁이’라고 했을 뿐”이라며 “인종차별적인 표현은 없었다”고 주장했다.
파추카의 하이메 로사노 감독은 “뤼디거가 그런 문제를 제기했다는 사실을 지금 처음 들었다”며 “아직 선수들과 이 문제에 대해 얘기해보지 못했지만, 카브랄은 지금껏 그런 문제가 없던 인물”이라고 감쌌다.
FIFA는 사건과 관련해 즉각적인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오히려 일각에서는 이번 대회 개최지인 미국에서 FIFA가 ‘차별 반대’ 메시지를 거의 노출하지 않고 있다는 점과 엮어 늑장 대응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FIFA는 이번 클럽월드컵에서 관련 문구나 마케팅 소재를 거의 사용하지 않았다. 이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체제에서 미국 내 차별 반대 프로그램이 빠르게 사라지고 있는 추세와 무관하지 않다.
백현기 기자 hkbae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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