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내년에도 또 올게요”…여행 산업 최전선에 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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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강경록·김명상·이민하 기자] 서울 삼성동 코엑스 D홀 한가운데, 점심시간이 막 시작된 무렵. 도시락 대신 박람회장을 택한 직장인 김미화 씨(30대·삼성동)는 곤드레 치즈케이크 한 입에 눈이 동그랗다. “이렇게 독특한 디저트는 처음이에요. 내일 또 와야겠어요.” 그의 얼굴엔 작은 여행 하나를 마친 듯한 여운이 남아 있었다.

이곳은 지난 8일부터 10일까지 열린 ‘2025 올댓트래블’ 여행박람회 현장. 전국 각지 200여 기관과 기업이 300개 부스를 꾸렸고, 1만 2000여명의 관람객이 몰렸다. 단순히 ‘어디를 갈까’를 고민하던 과거의 박람회와는 달랐다. 여기선 ‘무엇을 어떻게 경험할 것인가’를 고민하게 만들었다.

“부산, 제주만 있는 줄 알았는데…안동, 남원도 있어요”

프랑스에서 온 22살 교환학생 소피 씨는 “한국의 여행지로는 부산과 제주밖에 몰랐는데, 안동이나 전주처럼 정통 한국적인 도시를 새로 알게 됐다”며 “이번 여름 방학엔 꼭 안동에 가고 싶다”고 말했다. 출장 차 한국을 찾은 직장인 세마 씨(30)는 “할랄푸드 업계에 종사하고 있는데, 박람회장을 둘러보다가 강릉과 경주 부스가 무척 인상 깊었다”며 “출장이 끝난 뒤 여행을 계획 중”이라고 전했다.

스탬프 투어와 함께 전시장을 누비던 길해승 씨(32)는 노트북 거치대를 경품으로 받아들고 웃음을 지었다. “다른 박람회와 비교해도 경품 퀄리티가 좋아요. 하지만 진짜 수확은 여행 정보를 자연스럽게 얻을 수 있다는 점이죠.”

실제로 이번 박람회는 전국의 숨은 여행지, 로컬 브랜드, 주민사업체들이 대거 참여해 도시 밖의 감성과 진정성을 보여줬다. 서울 거주 직장인 한선아 씨는 “해외여행 위주였던 기존 박람회와 달리, 이번엔 국내의 보석 같은 여행지와 체험 프로그램이 많아 여름휴가지를 고르는 데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앋트립’이 보여준 가능성…작지만 강했다

관람객들의 눈길을 끈 또 하나는 중소여행사 통합 플랫폼 ‘앋트립’. 시범 운영 부스임에도 불구하고 참관객 반응은 뜨거웠다. 앋트립 실무자들은 “일정 구성이나 가이드 유무 등 실질적인 문의가 많았다”며 “향후 플랫폼 정식 론칭에 앞서 소비자의 니즈를 명확히 파악할 수 있었던 기회였다”고 설명했다. 크루즈여행닷컴 관계자는 “오전부터 상담이 밀려 정신이 없었다”며 “3시간 동안 20건 넘게 상담했는데, 특히 50~60대 중장년층의 관심이 높았다”고 말했다.

문현우 클투 대표는 이번 박람회에서 “런투어 관련 미팅을 통해 다양한 협업 아이디어를 나눴고, 문체부 관계자에게 명함까지 받았다”며 “이런 기회는 쉽게 오는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손혜진 해남문화관광재단 관광사업팀장은 “단순 전시가 아닌 실제 협업 논의가 활발하게 이뤄진 자리가 됐다”며 “프로젝트 기반의 협업이 본격화될 수 있을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각 기관과 지자체 부스도 눈에 띄었다. 전라남도관광재단은 3일간 500여 명의 신규 회원을 유치했으며, 부산관광공사 부스에서 참가한 ‘부산고등어빵’은 500개 준비한 제품이 모두 매진되며 350만 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휠체어를 탄 참관객 모티 씨(가명)는 “무장애 관광 정보가 많은 부스를 볼 수 있어 큰 도움이 됐다”며 “한국관광공사에서 운영하는 열린관광지 부스가 특히 유익했다”고 밝혔다. 이번 박람회는 ‘누구나 즐기는 여행’이라는 취지를 실현하고자 열린관광 콘텐츠를 전면에 내세웠고, 실제 장애인 관람객의 방문 만족도도 높았다.

여행산업의 미래를 조명한 컨퍼런스

여행과 관광이 지역소멸의 해법이 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한 ‘지역소멸 대응 워크숍’ 역시 눈길을 끌었다. 청중으로 참석한 김이나 씨(30대·서울)는 “지자체에서 이렇게 다양한 여행 사업을 운영하는 줄 몰랐다”며 “이번 여름엔 지역 여행지를 중심으로 계획을 짜보고 싶다”고 말했다.

디스트릭트는 현장에서 9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관계자에 따르면 “기존 고객뿐 아니라 잠재 고객을 포함한 반응을 분석할 수 있었고, 향후 마케팅 전략 수립에 활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특히 이번 박람회에서 기술 혁신의 선봉에 선 기업 중 하나는 스마트 캠핑카 플랫폼 ‘캠버(Camver)’였다. 캠버는 AI·IoT 기반의 첨단 기술을 접목한 최신 캠핑카 모델을 선보이며 관람객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현장에서 공개된 모델은 스마트폰 앱으로 실내 조명, 냉난방, 보안 시스템을 원격 제어할 수 있고, 음성 인식과 실시간 공기질 모니터링, 화재 감지 시스템 등 최첨단 기술이 집약됐다. 현대차·기아와의 협력을 통해 개발한 ‘임직원 복지 캠핑카 서비스’, ‘모빌리티 안전 관제 AI 시스템’도 함께 선보여, 캠핑과 복지, 안전이 융합된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의 비전을 제시했다.

캠버 부스에는 3일간 1000건 이상의 상담이 진행됐다. 그중 200건 이상은 계약 성사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캠버 마케팅 담당자는 “이번 박람회를 통해 스마트 캠핑카 플랫폼에 대한 대중의 기대를 확인할 수 있었고, 기술과 감성을 결합한 차세대 캠핑 상품 개발에 박차를 가하겠다”고 말했다.

“경험이 마케팅이 되는 시대, 여행은 최고의 콘텐츠”

콘텐츠 마케팅 에이전시 TAGby의 이지 매니저는 “여행은 콘텐츠 마케팅이 가장 필요한 산업 중 하나”라며 “이번 박람회에서 관광벤처 대표들과의 미팅을 통해 업계 진출 전략에 인사이트를 얻었다”고 말했다.

박람회 마지막 날, 행사장을 빠져나가는 발걸음은 늦었지만 가벼웠다. “작년에 비해 볼거리도 많고, 먹거리도 훨씬 풍성했어요.” 관광두레 부스에서 지역 특산물을 잔뜩 사들고 나온 한 관람객의 말에서, 이 박람회의 진짜 성과가 묻어난다. ‘2025 올댓트래블’ 여행박람회는 단순한 여행 상품 판촉의 장이 아니라, 여행산업 전반의 변화와 가능성을 보여주는 살아 있는 플랫폼이자, 연결의 무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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