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서울 집값? 남 얘기"…미분양 늪에 갇힌 대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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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이데일리 정윤지 기자] 폭염으로 최고기온이 37도에 달한 5일, 대구 달서구 상인동 상인푸르지오센터파크 앞. 정부의 부동산 세제개편안이 발표된 지 이틀째 서울 강남권 대단지 공인중개업소에는 각종 문의가 쇄도했지만, 990가구 규모 대단지인 이곳엔 적막이 흘렀다. 정문 출입구에는 입주 축하 현수막 대신 ‘홍보관 가는 길’ 표지판이 크게 설치돼 있었다. 공사 흔적도 곳곳에 남아 있었다.

내부로 들어가니 최근 입주를 시작했다는 사실이 무색했다. 101~109동 중 절반은 출입문 보호 테이프조차 떼지 않은 채 주인을 기다리고 있었다. 맞은 편 아파트에 사는 장모(65) 씨는 “대단지가 들어서서 그래도 활기가 생길 줄 알았는데 사람이 없어 주말이나 출퇴근 때도 달라진 게 없다”고 했다.

이른바 ‘악성 미분양(준공 후 미분양)’이 지방 부동산 시장을 짓누르고 있다. 전국에서 가장 많은 준공 후 미분양 물량이 쌓인 대구에서는 신축 아파트의 분양가 할인이 일상이 됐다. 전세나 월세로 전환되거나 주인을 찾지 못해 공사가 중단되는 사례도 잇따른다. 미분양이 장기화하면서 신축뿐만 아니라 기존 아파트 거래까지 위축되는 모습이다. 집값 상승에도 제동이 걸리자 이곳 주민들은 “부동산세 개편이고 뭐고 서울 집값은 나랑 상관 없는 얘기”라고 입을 모았다.

이 같은 풍경은 대구에만 국한된 일이 아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6월 수도권 미분양은 1만8770가구였고 지방은 4만8694가구로 지방이 압도했다. 준공 후 미분양은 대구(3575가구)·부산(3292가구)·경남(3226가구)·경북(2973가구)·충남(2372)·강원(1275가구) 순으로 지방에 집중돼 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현상이 지역 부동산 시장 전반을 왜곡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송원배 대한부동산학회 대구경북지회 부회장은 “악성 미분양은 주변 아파트 값과 전셋값을 함께 흔들고 지역 부동산 시장을 교란한다”며 “지방 미분양이 장기화하면 결국 수도권 쏠림 현상까지 부추기고 지방이 소멸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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