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지만 PC나 스마트폰과 같은 디지털 제품군에서 명품이라고 할 만한 제품을 찾기란 쉽지 않다. 기술 발전 속도가 워낙 빠르다 보니 성능이 뛰어나고 디자인이 훌륭해도 불과 몇 년, 짧게는 몇 개월만 지나도 시대에 뒤처지는 제품이 되기 일쑤다. 무엇보다 명품의 반열에 오르기 위해서는 제품 뒤에 숨겨진 특별한 스토리, 즉 ‘헤리티지’가 담겨 있어야 하는데, 성능 수치 위주의 디지털 업계에서 이런 차별화된 서사를 찾기는 어렵다.

이번에 소개할 에이수스(ASUS)의 ‘ROG 플로우 Z13-KJP(ROG FLOW Z13-KJP, 모델명 GZ302EAC)’는 이러한 디지털 기기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을지 기대되는 제품이다. 13인치급의 작은 크기에 우수한 성능을 담아낸 것은 물론, 세계적인 게임 스튜디오 ‘코지마 프로덕션(KOJIMA PRODUCTIONS)’과의 협업을 통해 탄생한 한정판이기 때문이다. 차별화된 성능에 독특한 디자인, 그리고 게임 장인의 손길을 함께 엿볼 수 있는 이 제품의 면모를 살펴보자.‘PC 장인’과 ‘게임 장인’이 함께 만든 게이밍 노트북?
ROG 플로우 시리즈는 에이수스의 게이밍 라인업 중에서도 고도의 설계가 요구되는 소형 제품군이다. 대개의 노트북은 성능을 선택하면 휴대성을, 휴대성을 선택하면 성능을 어느 정도 타협해야 하지만 플로우 시리즈는 그렇지 않다. 작은 본체에 데스크톱 수준의 게이밍 능력을 담기 위해서는 특별한 부품과 소재를 사용해야 하며, 이를 원활하게 구동하기 위한 정밀한 설계 능력도 필수적이다. 말 그대로 ‘PC 장인’의 손길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이번에 출시된 KJP 모델은 기존 ROG 플로우 Z13의 폼팩터에 코지마 프로덕션 소속 ‘게임 장인’들의 시각적 요소를 더했다. 이 제품의 모티브가 된 코지마 프로덕션의 마스코트 ‘루덴스(LUDENS)’는 중세 기사와 미래 우주비행사의 디자인이 결합된 형태다. 이는 놀이를 통해 문화를 창조한다는 뜻을 담고 있으며, ‘메탈기어’ 시리즈와 ‘데스 스트랜딩’ 등 혁신적인 게임을 제작한 코지마 히데오 감독의 철학을 상징한다.
디자인과 콘셉트 설정에는 코지마 히데오의 오랜 파트너이자 비주얼 아티스트인 신카와 요지가 직접 참여했다. 그의 일러스트와 메카닉 디자인은 이미 세계적으로 탄탄한 팬층을 보유하고 있다. 그 결과, ROG 플로우 Z13-KJP의 외형은 얼핏 보기에 ‘데스 스트랜딩’의 주인공 샘이 들고 다니는 가방과 흡사한 느낌을 준다.

본체 곳곳에는 ROG와 코지마 프로덕션의 팬들이라면 알아챌 만한 디테일이 숨어 있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본체 상단에 적힌 ‘For Ludens Who Dare(도전하는 유희자들을 위하여)’라는 문구다. 이는 한계에 도전하는 게이머를 상징하는 에이수스 ROG의 슬로건 For Those Who Dare(도전하는 자들을 위하여)와, 놀이를 통해 문화를 창조하자는 코지마 프로덕션의 비전 From Sapiens to Ludens(생각하는 인간에서 유희하는 인간으로)를 결합한 것이다.
탄소섬유와 CNC 가공으로 빚어낸 완성도
소재의 선택도 눈에 띈다. 본체에는 CNC 가공을 거친 알루미늄 소재와 더불어, 가벼우면서도 강도가 높은 카본 파이버(탄소섬유)가 적극적으로 적용되었다. 알루미늄이나 카본 파이버는 제조 단가가 높은 고가의 소재이기도 하지만, 그만큼 기기 전반의 견고함을 한층 더해주며 카본 특유의 질감을 통해 시각적인 만족감까지 제공한다.

이 제품은 키보드를 자유롭게 분리할 수 있는 ‘투인원(2-in-1)’ 형태다. 평소에는 일반 노트북으로 쓰다가 키보드를 떼어내면 태블릿으로 변신한다. 두께는 14.56mm로 얇은 편이지만, 무게는 1.72kg으로 13.4인치라는 크기에 비하면 꽤 무겁게 느껴지는 것이 사실이다. 휴대성을 중시하는 투인원 폼팩터임을 고려하면 아쉬운 점이다.

다만 주요 부품이 화면(본체) 부분에 몰려 있는 구조 덕분에 실용적인 장점도 생겼다. 시스템에 부하가 걸려 본체 온도가 높아져도 사용자의 손이 직접 닿는 키보드에는 온도가 전달되지 않아 쾌적한 사용 환경이 유지된다. 화면 커버를 겸하는 키보드는 두께가 0.6~0.7mm 수준으로 얇지만, 실제 타건 시에는 적당한 반발력이 느껴져 원활한 입력이 가능하다. RGB LED 백라이트도 내장해 게이밍 기어다운 분위기를 자아낸다.
수준급 화면, 충실한 연결성
화면은 13.4인치 크기의 터치스크린이다. 해상도는 2.5K급(2560x1600)을 지원하며, IPS급 패널을 적용해 색 표현력과 시야각이 우수하다. 최대 주사율 180Hz와 3ms의 응답속도를 지원해 화면 전환이 빠른 게임에서도 잔상 없는 부드러운 화면을 제공한다. 최근 채용이 늘고 있는 OLED는 아니지만, 최대 500니트의 밝기를 지원하고 번인(Burn-in) 현상에 대한 우려 없이 장시간 고사양 화면을 띄워둘 수 있다는 점은 게이밍 PC로서 합리적인 선택이다.
측면 인터페이스 구성도 알차다. 3개의 USB 포트 중 2개는 최대 40Gbps 데이터 전송과 PD 충전, 영상/음성 출력(DP alt)을 모두 지원하는 USB4 규격이다. HDMI 2.1 포트까지 활용하면 총 3개의 외부 모니터를 동시에 연결할 수 있다.

기본 제공되는 200W 전원 어댑터는 과거의 크고 투박한 고용량 어댑터와 달리 일반 노트북용 어댑터 수준으로 부피를 줄였다. 어댑터 본체에도 루덴스 이미지가 새겨져 있어 통일감을 준다. 이 외에도 전용 케이스, 여행용 캐리어 태그, 스티커 세트, 그리고 코지마 히데오와 신카와 요지의 메시지가 담긴 감사 카드가 패키지에 포함된다.

라이젠 AI 맥스+와 128GB 램을 비롯한 차별화된 스펙
내부 사양 역시 차별화된 구성을 보여준다. 핵심인 프로세서는 AMD의 노트북용 프로세서 중 최상위 라인업인 ‘라이젠 AI 맥스+ 395’를 탑재했다. 16개의 물리 코어와 32 쓰레드를 갖췄으며, 50 TOPS(초당 50조 번의 연산 처리) 성능의 NPU를 품고 있어 최신 AI 기반 기능에 원활하게 대응한다. 이는 마이크로소프트가 제시한 ‘AI PC’의 최소 기준인 40 TOPS를 상회하는 수치로, 현재 시중에 유통되는 PC용 NPU 중에서도 단연 최상위권에 해당한다.

특히 눈에 띄는 점은 그래픽 장치의 구성이다. 본래 내장 GPU는 소비전력이 적고 공간을 덜 차지한다는 장점이 있지만, 외장 GPU 대비 성능의 한계가 분명해 게이밍 노트북에서는 선호되지 않는 경향이 강했다. 하지만 라이젠 AI 맥스+ 395가 품고 있는 ‘라데온 8060S’ 내장 GPU는 이러한 편견을 깬다.
이 제품은 128GB에 달하는 대용량 LPDDR5X 시스템 메모리를 탑재했는데, 시스템 메모리를 공유하는 내장 GPU의 특성을 활용해 기본적으로 32GB를 VRAM으로 할당(전용 소프트웨어를 통해 사용자가 직접 할당량 조절도 가능)해 외장 GPU에 준하는 성능을 발휘한다. 저장장치 역시 PCIe 4.0 기반의 1TB NVMe SSD를 적용해 전반적인 시스템 반응 속도가 빠르다.
벤치마크 도구를 통한 성능 테스트
실제 성능 확인을 위해 제조사 소프트웨어(Armoury Crate)에서 지원하는 세 가지 동작 모드를 번갈아 가며 테스트를 진행했다. 시스템 소음과 전력 소비를 최소화하는 조용(Silent) 모드, 균형 잡힌 전력 배분을 통해 안정적인 프레임 유지에 집중하는 성능(Performance) 모드, 그리고 퍼포먼스를 극대화하는 터보(Turbo) 모드가 그것이다. 참고로 이 제품은 기본적으로 성능 모드로 구동하며, 외부 전원이 아닌 배터리로 구동할때는 자동으로 조용 모드로 전환된다.

게이밍 성능의 지표로 통하는 ‘3D마크(3DMark) 타임 스파이(Time Spy)’ 측정 결과는 상당히 고무적이다. 시스템 자원을 억제한 조용 모드에서 7,403점을 기록한 것을 시작으로, 성능 모드에서는 9,066점까지 뛰어올랐다. 특히 시스템의 잠재력을 모두 끌어낸 터보 모드에서는 10,229점이라는 수치를 기록했는데, 이는 별도의 외장 그래픽인 지포스 RTX 4060(노트북용)을 탑재한 중급형 게이밍 노트북과 대등한 수준이다. 물리적인 공간 제약이 큰 13인치급 투인원 기기에서 내장 GPU만으로 이 정도의 점수를 뽑아낸 점은 기술적으로 매우 의미 있는 성취라 할 수 있다.
실제 게임 구동과 비슷한 상황을 연출하는 유명 액션 게임 ‘검은 신화: 오공’ 기반 벤치마크 앱을 구동한 결과에서도 모드별 성능 차이는 뚜렷했다. 게임 구동 능력은 대개 1초당 화면에 뿌려지는 이미지의 수인 초당 프레임(FPS)을 통해 가늠한다. 대략 30 프레임 정도면 무난하게 게임 플레이가 가능한 수준으로, 60 프레임 이상이면 아주 쾌적한 플레이가 가능한 수준으로 분류한다. 2560x1600 해상도와 그래픽 품질 ‘높음’ 옵션을 기준으로 한 벤치마크 테스트 결과는 다음과 같다.

2.5K의 고해상도 환경임에도 불구하고 성능 모드에서 평균 47 프레임, 터보 모드에서 평균 54 프레임을 기록했다. 해상도를 타협하지 않으면 30 프레임을 넘기기조차 버거운 일반적인 내장 GPU와 달리 기기 자체의 그래픽 기본기가 상당히 탄탄하다는 의미다.
여기에 이 제품의 핵심인 라데온 8060S 내장 GPU가 지원하는 FSR(FidelityFX Super Resolution)과 프레임 생성 기술을 함께 더하면 결과는 한층 여유로워진다. 쉽게 말하면 AI를 통해 한층 게임 구동능력을 향상시키는 기술이다. 게임 내에서 이 기술을 활성화하자, 터보 모드에서는 80 프레임을 상회하는 구동 능력을 발휘했다. 제품 자체가 기본적으로 수준급의 게임 구동 능력을 갖추고 있으며, 최신 기술을 적용한 게임이라면 한층 만족도가 높은 플레이가 가능하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실제 게임(붉은사막)을 활용한 성능 테스트
그렇다면 실제 게임에서의 성능은 어떨까? 최신 게임 중에서도 가장 화제작인 ‘붉은사막’을 플레이하며 성능을 가늠해봤다. 화면 해상도는 2560x1600, 그래픽 품질 옵션은 ‘울트라’로 설정했으며, 게임 중 가장 프레임 저하가 심하게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진 ‘에르난드’ 지역 여관 앞 광장에서 테스트를 진행했다.

성능 및 터보 모드에서 FSR과 프레임 생성 기술을 켜자 각각 65 FPS와 83 FPS를 기록했다. 얇은 투인원 기기로 최신 AAA급 게임을 울트라 옵션에서 구동할 수 있음을 확인했다. 이전 테스트와 마찬가지로 수준급의 게임 구동 능력을 갖추고 있으며 특히 신기술을 적용한 최신 게임과의 궁합이 좋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특히 외부 전원을 연결하지 않은 배터리 구동 상황(조용 모드)에서도 나름 괜찮은 수준의 플레이가 가능한 것도 인상적이다.
게이밍 노트북이지만 의외로 양호한 배터리 효율
이렇게 성능이 좋은 노트북은 배터리 효율이 형편없는 경우가 많았는데 ROG 플로우 Z13-KJP의 경우는 어떨까? 참고로 작업 종류에 따라 배터리 소모량은 달라진다.

우선 배터리 100% 상태에서 ROG 플로우 Z13-KJP의 전원 어댑터를 분리하고 유튜브 영상 감상을 계속해봤는데 약 6시간 30분 후에 배터리 잔량이 6% 이하로 떨어졌다는 경고 메시지가 떴다. 고사양을 갖춘 게이밍 노트북이지만 이렇게 일상적인 콘텐츠만 구동한다면 일반 노트북과 비슷한 양호한 배터리 효율을 발휘하는 것을 알 수 있다.

다만, 최신 게임과 같이 고성능을 요구하는 콘텐츠를 구동한다면 당연히 배터리 사용량이 급증한다. 같은 배터리 100% 상황에서 게임(붉은사막)을 플레이하니 약 1시간 10분 후에 배터리 부족 경고 메시지가 떴다. 그래도 게이밍 노트북이라는 특성을 고려하면 이 역시 양호한 결과다.
가치를 알아보는 특별한 소수를 위한 제품
앞서 ‘명품의 조건’에 대해 이야기한 적이 있다. 이 제품은 그 조건에 어느 정도 부합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 제품을 섣불리 ‘명품’이라고 부르기는 힘들 것이다. 아직은 디지털 기기 중에서 그런 대접을 받는 물건은 전례가 없는데다, 에이수스를 비롯한 대부분의 PC 제조사들은 엄연히 일반 대중 중심의 비즈니스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ROG 플로우 Z13-KJP는 분명 PC 장인과 게임 장인의 손길을 분명 느낄 수 있는 제품이고, 13인치급의 소형 폼팩터임에도 최신 고사양 게임을 원활하게 구동하는 게이밍 성능과 특색 있는 디자인을 제공하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특히 50 TOPS라는 강력한 AI 연산 성능을 갖춘 ‘AMD 라이젠 AI 맥스+ 395’ 프로세서는 단순히 게임 프레임을 높이는 데 그치지 않고, 향후 본격화될 AI PC 환경에서 동영상 편집, 실시간 번역, 로컬 AI 모델 구동 등 다양한 영역에서 압도적인 활용도를 보장할 것이다.
이 제품은 2026년 4월 현재 700만 원 전후의 높은 가격에 판매되고 있다. 아무나 선뜻 구매할 수 없고, 대중적으로 추천하기도 힘든 제품이다. 그러나 코지마 프로덕션 특유의 디자인 철학과 제조사의 기술적 시도가 결합된 이 기기의 가치를 온전히 이해하는 소수의 사람이라면 이 특별한 제품의 진정한 주인이 될 수 있을 것이다.
IT동아 김영우 기자 (pengo@iu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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