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피규어 메카'로 꼽히는 팝마트(POP MART) 주식에 중학개미(중국 주식에 투자하는 국내 투자자)의 매수세가 대거 몰렸다. 자체 캐릭터 '라부부'의 선풍적 인기 영향으로 풀이된다.
17일 예탁결제원 세이브로에 따르면 중학개미가 최근 한 달간 닝더스다이(CATL) 다음으로 가장 많이 사들인 주식은 팝마트(POP MART)다. 닝더스다이를 6322만달러(약 859억원), 팝마트는 3404만달러(463억원)어치 순매수했다.
팝마트 주가는 올해 들어서 전날까지 6개월도 채 안 된 기간 사이 무려 206.75% 급등했다. 최근 한 달간은 39.74% 올랐다.
아트 토이 기업 팝마트는 홍콩 증시에 상장된 중국 기업이다. 수많은 인기 피규어를 판매해 '어른이(어른+아이)의 놀이터'로 불린다.
주가 급등세는 자체 간판 캐릭터 '라부부'(LABUBU)의 폭발적 인기가 이끈 것으로 풀이된다.
네덜란드에 거주하는 홍콩 출신 아트토이 작가가 만들어 낸 라부부는 토끼처럼 긴 귀에 큰 눈과 뾰족한 이 9개가 달린 큰 입 등이 특징이다. 2019년 처음 출시된 이 인형은 열어보기 전까지는 어떤 버전인지 알 수 없게끔 하는 '블라인드 박스'에 담겨 판매됐다. 지난해 블랙핑크 리사가 명품백에 이 인형을 달고 있는 모습이 공개되면서 큰 인기를 끌었다. 가수 리한나와 축구선수 데이비드 베컴 등도 소장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현지에서도 인기가 높다. 최근 로이터 보도에 따르면 중국 용러 2025 봄 경매에서는 131cm의 라부부 인형이 108만위안(약 2억원)에 낙찰됐다. 이 제품을 비롯해 총 48개 제품이 7억원대에 팔렸다. 항저우 팝마트 신규 매장은 개점과 동시에 2시간 만에 전 제품이 동나 조기 영업 종료되기도 했다.
뜨거운 인기에 '라부부' 밀수가 늘면서 골머리도 앓고 있다. 해외에서 대량으로 밀수입돼 국내(중국)에서 고가에 재판매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현지 매체들에 따르면 이렇게 중국으로 몰래 들여온 라부부 인형은 재판매 시 정가의 20배에 달하는 웃돈에 거래된다. 중국 당국은 불법 행위를 막기 위해 단속을 강화하고 있다.
현지 일부 은행들은 3개월간 최소 약 1000만원을 입금한 신규 고객에 팝마트 라부부 인형을 제공하는 이벤트를 진행했다가 금융감독당국의 경고를 받았다.
한국의 팝마트 오프라인 매장도 판매를 잠정 중단했다. 오프라인 판매 현장에서의 안전사고 우려가 제기됐기 때문이다. 팝마트코리아 측은 지난 15일 "당분간 라부부 전 시리즈(인형·키링)의 오프라인 판매를 중단하게 됐다"고 말했다.
'라부부 붐'은 실적으로 나타났다. 팝마트는 지난달 1분기 실적 발표에서 해외 매출이 지난해 1분기보다 480% 급증했다고 밝혔다. 미국에서는 900%, 유럽에서는 600% 증가했다.
급등한 주가에도 외국계 증권사는 눈높이를 올리고 있다. JP모건은 최근 보고서에서 라부부를 '차세대 헬로키티'라고 평가하면서 팝마트 목표주가를 300홍콩달러 이상으로 상향 조정했다. 실제 구글트렌드에서 2025년 5월 라부부의 검색 인기도는 헬로키티를 앞섰다.
국내 증권가도 단기 급등(오버슈팅)에 따른 변동성을 우려하면서도 중장기적 성장 여력은 여전하다고 짚었다. 팝마트가 오프라인 매장을 늘리고 나선 만큼 발 빠른 해외 수요 대응이 가능할 것이란 분석에서다.
앞서 팝마트 경영진은 올해 해외 오프라인 매장을 기존 130개에서 추가로 100개를 열겠다고 밝혔다. 또 중국과 미주, 아시아, 유럽 등 4개 권역에 지역 본부를 설립해 글로벌 수요에 효율적인 대응 체계를 마련하겠단 방침이다.
하나증권 리서치센터는 최근 보고서에서 팝마트에 대해 "라부부 인기로 팝마트는 가격 결정권을 확보했고 올해 '더 몬스터스' 시리즈의 해외 매출은 전년 대비 100% 이상 증가할 전망"이라며 "회사가 올해와 내년, 동종업계 평균 성장률을 두 배 넘게 웃도는 압도적 매출과 순이익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중장기적으로는 견조한 실적을 기반으로 주가가 꾸준히 우상향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신민경 한경닷컴 기자 radi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