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이데일리 김연지 기자] 영국에서 지속적인 재정난에 시달리던 주요 택배사 ‘요델’이 폴란드 경쟁사에 넘어간다. 요델이 지난해 하반기부터 매주 100만파운드(약 19억원)의 적자를 감내한 만큼, 자본시장 안팎에선 ‘사실상 파산 수순에 접어든 게 아니냐’는 우려를 제기해왔지만 이번 인수·합병(M&A)으로 일단 숨통은 틔운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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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주요 택배사 요델이 폴란드의 인포스트 품에 안겼다./사진=구글 이미지 갈무리 |
23일 현지 자본시장에 따르면 폴란드의 전자상거래 배송업체 인포스트는 최근 영국의 주요 택배사 중 하나인 요델을 인수했다. 인포스트가 요델 모회사인 저지로지스틱스로부터 확보한 요델 지분은 95.5%로, 약 1억 600만파운드(약 2019억원) 규모의 부채를 주식으로 전환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나머지 4.5%의 지분은 영국의 결제 서비스 기업 페이포인트가 그대로 유지하기로 했다.
지난 2006년 설립된 인포스트는 무인 택배함(APM·고객이 편의점이나 대중교통 근처에 설치된 보관함에서 언제든지 소포를 수령하거나 반송할 수 있도록 하는 택배함) 사업을 중심으로 빠르게 성장한 배송업체로, 현재 영국과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 등 유럽 전역으로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회사는 쇼피파이와 알리익스프레스 등과 협력해 고객이 온라인으로 쇼핑한 제품을 빠르고 저렴하게 배송하는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하면서 외형을 키우고 있다.
현지 자본시장 관계자들은 이번 인수·합병(M&A)을 두고 ‘인포스트가 영국에서의 영향력을 단번에 확보하기 위해 전략적인 승부수를 띄웠다’고 평가하고 있다. 실제 인포스트의 영국 시장 점유율은 2%에 불과했으나, 이번 거래로 연간 3억개 이상의 택배를 배송할 수 있는 역량을 확보하면서 그 비중을 8%까지 끌어올렸다. 이는 로열메일과 아마존 로지스틱스, 에브리에 이은 4위 규모에 해당한다.
인포스트는 영국 전자상거래 시장에서 경쟁력을 높이고 물류 네트워크를 강화하기 위해 각종 인수전에 참전해왔다. 대표적으로 회사는 지난 9월 영국의 3대 택배사 ‘에브리’ 인수전에 참여했다가 고배를 마셨고, 뒤이어 10월 영국 기반의 물류 및 유통 기업 멘지스의 택배 사업부를 끝내 인수했다.
한편 파산 위기에 몰렸던 요델은 인포스트의 이번 M&A 덕분에 극적으로 기사회생한 모습이다. 요델은 △디지털 전환 실패 △크고 작은 M&A 후 시스템 통합 실패 △잦은 배송 지연·소포 분실로 인한 고객 이탈 △과도한 부채 등으로 수익성이 크게 악화했고, 매주 100만파운드의 적자를 감내해왔다.
인포스트는 요델의 자택 배송 서비스와 자사 무인 택배함 네트워크를 통합해 하나의 단일 브랜드로 운영한다는 계획이다. 인포스트 측은 “이번 인수는 영국에서의 물류 네트워크를 강화는 전략적 전환점이 될 것”이라며 “향후 1년 내 실질적인 수익성 개선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