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메리츠가 MBK 법인 아닌 ‘김병주 보증’ 요구하는 진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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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리츠, 주주서한서 김 회장 ‘개인 보증’ 명시
글로벌 PE에도 전례 없는 개인 보증 요구
PE업계 “자본시장 원칙 부정한 무리수”

  • 등록 2026-06-29 오후 12:17:03

    수정 2026-06-29 오후 12:17:03

[사진=메리츠금융]
[사진=메리츠금융]

[이데일리 마켓in 허지은 기자] 홈플러스가 회생절차 폐지 기로에 놓인 가운데 최대 채권자인 메리츠금융과 최대주주 MBK파트너스의 기싸움이 정점으로 치닫고 있다. 메리츠가 1000억원 규모 DIP(긴급운영자금) 집행 조건으로 MBK 법인이 아닌 김병주 회장 개인의 보증을 요구하며 배수진을 치자, 시장의 눈은 사모펀드(PEF) 운용사의 독특한 지배구조와 법적 책임의 한계로 쏠리는 모양새다.

2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메리츠는 지난 26일 홈페이지에 공개한 '주주님들께 드리는 글'을 통해 홈플러스에 대한 DIP 집행 전제 조건으로 김병주 회장의 보증을 요구하며 "어떠한 타협이나 양보도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MBK가 기존에 제시한 법인 차원의 보증만으로는 대출을 집행할 수 없다는 입장을 재차 강조한 것이다.

메리츠가 이처럼 강경한 태도를 유지하는 이유는 사모펀드의 재무적 구조에 있다. 일반적인 사모펀드 운용사(GP)는 출자자(LP)의 자금을 받아 펀드를 일으켜 운용하는 주체다. 투자 성공으로 발생한 수익의 대부분은 LP에게 분배되고 운용사가 수취하는 관리보수와 성과보수 등은 인건비나 운영비로 즉시 집행된다. 즉 GP 법인 자체에는 대규모 현금을 쌓아두지 않는 구조다.

사모펀드의 이같은 구조는 향후 메리츠의 자금 회수에 불확실성을 키운다. 홈플러스가 향후 청산이나 파산 절차를 밟게 될 경우, MBK파트너스 법인이 보증을 섰다 하더라도 법인 잔고가 없다며 버티거나 유한책임 원칙을 내세운다면 선순위 채권자인 메리츠 조차도 법인 보증 자금에 대해선 회수 난항을 겪을 가능성이 크다.

김병주 회장 개인이 연대보증을 서게 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홈플러스 파산 시 메리츠는 유한책임 장벽을 넘어 김 회장의 개인 자산과 자택, 해외 자산에 대해서도 채권 추심과 압류 등 강제집행에 나설 수 있다. 메리츠가 요구하는 건 단순한 약속이 아닌 확실하게 회수 가능한 물적 담보력인 셈이다.

하지만 사모펀드가 투자한 포트폴리오사 부채에 대해 창업자나 대표가 개인 보증을 서는 건 전 세계적으로도 전례가 없다. 글로벌 사모펀드 역사에서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 블랙스톤, 칼라일 등이 포트폴리오사 파산을 겪은 사례는 많지만, 이 과정에서 제3자의 부채를 책임지기 위해 개인 보증을 선 사례는 사실상 없다.

만약 개인 보증 사실이 알려지는 순간 글로벌 LP들 사이에서 "한국은 GP가 개인 보증까지 서야 하는 시장"이라는 인식이 확산돼 한국 사모펀드 생태계 전체의 신뢰도 훼손으로 이어질 수 있다. 향후 국내외 우수 인재들이 국내 사모펀드를 기피하는 부작용까지도 나올 수 있는 대목이다.

사실 메리츠 입장에서도 개인 보증 요구가 전례없는 요구라는 것을 모를 리 없다. 실제로 받아낼 수 있는 조건이라기보다, 김 회장이 거부하면 'MBK가 끝까지 책임을 회피했다'는 여론전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한 카드로 판단했을 가능성이 크다. 어차피 안 된다면 DIP 대출을 거부의 명분으로 활용해 주주 및 중·후순위 채권자로부터 배임 등으로 고소당할 위험도 줄일 수 있다.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김 회장에게 개인 보증을 요구하는 건 사실상 사모펀드 업종의 구조적 원리를 부정하라는 요구에 가깝다"며 "법적·업계 관행상 정당화되기 어려운 요구임에도, 홈플러스 사태의 도덕적 맥락 탓에 여론이 엇갈리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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