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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상현 현대자산운용 본부장
올들어 파죽지세로 상승하던 코스피 지수는 2월 말 급기야 6300고지를 넘보고 말았다. 하지만 기가 막힌 타이밍에 미국과 이란의 전쟁이 발발했고 3월은 코스피에게 잔인한 달로 기록되고 말았다. 물론 2월까지 급등한 코스피 지수 덕분에 투자자의 차익실현 욕구는 커진 상황이었고 이를 촉발한 이벤트로 이란전쟁이 등장했을 뿐이다. 아무튼 그 덕에 3월 코스피 지수는 월간 20% 가까운 하락세를 나타냈는데 이 기간 외국인은 코스피 시장에서 약 36조원을 팔아 치웠다. 2026년 연초 이후 3월까지 외국인의 코스피 순매수 기조를 보면 1월은 1200억원 순매수, 2월은 21조원 순매도, 3월은 36조원 순매도로, 1분기 동안 약 56조원을 순매도한 것으로 보인다. 이쯤 되면 외국인의 셀 코리아를 걱정할 만도 하다. 특히 3월 36조원 순매도는 월간 역대 최대폭에 이를 만큼 기록적인 수치였다.
하지만 이는 전형적인 차익실현의 성격으로 보인다. 2~3월에만 57조원에 달하는 외국인의 집중적인 매도세에도 불구하고 4월 현재 코스피 내 외국인의 지분율은 37.4% 수준으로 이전 고점인 2020년 4월 37.3%를 넘어선 상태다. 즉, 한국 시장 전체 지분은 크게 줄어들지 않았다는 이야기다. 물론 같은 기간 삼성전자의 외국인 지분율은 작년 말 52%에서 현재 49%까지 줄어들었고, SK하이닉스 역시 작년 최고치 56%에서 53% 수준으로 줄어 있는 상황이나, 반도체 투톱 기업의 주가 상승률이 코스피뿐만 아니라 미국을 포함한 다른 국가들의 반도체 기업 상승률을 크게 초과했던 점을 감안하면, 외국인의 포트폴리오 내에서 K반도체 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전혀 줄지 않았거나 오히려 상승했을 가능성이 높다.
호르무즈 해협 개방을 포함한 미국과 이란의 협상 기대감이 반영되기 시작한 4월 코스피는 외국인의 순매수로 다시 6000을 돌파한 상황이다. 이달 들어 지난주까지 외국인은 코스피 시장에서 약 4.3조원을 순매수하며 지수를 견인하는 모습이었다. 12개월 선행 PER 8배 이하까지 하락한 코스피 지수의 밸류에이션과 사상 최대 이익을 발표한 삼성전자의 1분기 잠정실적, 50%에 육박하는 한국의 3월 월간 수출 증가율까지 여러 긍정적 지표들이 외국인의 매수 심리를 자극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2~3월 외국인의 공격적 매도세를 유발한 원화 약세 펀더멘털 역시 점차 안정될 것으로 보이는데, 작년 11월을 고점으로 감소 추세를 보였던 외환보유고가 최근 크게 증가하기 시작한 경상수지 흑자 등에 힘입어 점차 개선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원화 환율의 안정은 외국인이 한국 시장을 매수하기 위한 선결 조건이다.
코스피 기업의 비약적인 이익 성장과 낮은 밸류에이션은 모든 투자자에게 분명 매력적인 투자 대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외국인에게는 아직 아닌 모양이다. 우리 시장과 규모가 유사한 대만 증시 내 외국인 투자자 비중은 약 45%로 코스피보다 약 8%포인트 높다. 특히 한국 대표기업인 삼성전자와 경쟁하는 대만 대표기업 TSMC의 외국인 지분율은 약 75%로 삼성전자와 무려 25%포인트 차이다. 코스피 지수가 6000시대를 열었음에도 여전히 온도차가 느껴지는 게 현실이다. 덕분에 대만 증시의 밸류에이션도 코스피 대비 2배 넘게 평가받고 있다. 한국 시장의 본질적 재평가를 위해서는 지금부터 외국인이 살 차례다. 외국인 비중이 높아질수록 밸류에이션 역시 제자리를 찾아갈 가능성이 높을 것이다.
최근 국내 대표 기업들의 성과급 이슈가 논란이다. 영업이익의 15% 요구부터 순이익의 30% 요구, 사회적 환원 주장, 황당무계한 전 국민 대상 지급 주장까지. 총파업까지 예고된 이번 성과급 요구 사태를 바라보는 외국인 투자자들이 과연 이 사태를 어떻게 바라볼지 상상만 해도 참담하다. 이는 한국 경제 시스템에 대한 신뢰의 문제이자, 기업 펀더멘털의 지속성 및 예측가시성과 직결되는 문제다. 비단 기업 측면에서뿐만 아니라 국가적 측면으로도 그렇다. 시스템에 대한 신뢰성, 지속성, 예측가시성에 대한 담보 없이 외국인의 바이 코리아를 기대하긴 어렵다. 절대 인구 감소와 장기 성장률 저하 국면을 목전에 둔 한국 경제의 골든타임은 얼마 남지 않았다. 진정한 한국 증시 밸류업, 한국 기업 밸류업을 맞이할 절호의 시기를 허망하게 날려버려선 안 된다. 황금알을 낳는 거위의 배를 갈라버린 이솝 우화의 결말은 초등학생도 이해하는 수준이다. 이제 진짜 외국인이 살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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