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칼럼] 코스피 5000 시대를 위해 필요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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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켓칼럼] 코스피 5000 시대를 위해 필요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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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켓칼럼] 코스피 5000 시대를 위해 필요한 것

[마켓칼럼] 코스피 5000 시대를 위해 필요한 것

최진호 우리은행 투자상품전략부 이코노미스트

잠재성장률 하락 방어를 위한 인구 정책이 필요한 때

대선 이후 국내 금융시장의 분위기가 나쁘지 않다. 작년 부진에 시달렸던 코스피가 3000포인트를 목전에 두고 있으며, 국내 주식시장으로 돌아온 외국인들 덕분이 원·달러 환율도 모처럼 레벨을 낮춰 1300원 중반대에 안착했다. 미국과 중국의 관세 협상이 최악으로 치닫지 않았다는 점이 글로벌 위험 선호 심리 안정에 한몫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주가 상승과 환율 안정이라는 긍정적인 현상에도 불구하고 아직 안타까운 한 가지는 한국 경제에 대한 긍정적인 기대만을 걸기엔 구조적으로 만만치 않은 숙제들이 산재하다는 점이다. 2000년대 이후 오늘날까지 한국 경제는 장기적인 성장 추세가 점차 낮아지면서 저성장 고착화에 대한 우려가 지속되고 있다. 경제 규모가 커지면서 성장의 속도가 둔화하는 현상은 경제 이론적으로 발생하는 당연한 부분이기도 하다. 저성장을 옹호하려는 건 아니지만, 경제 규모가 크고 구조가 고도화된 선진국 중에 연간 3%대 이상의 고성장세를 지속하는 국가는 없다. 한국을 포함한 선진국들의 경우 실질 GDP 성장률이 2~3% 내외 정도면 선방했다는 상대 평가적 결론이 가능하다.

하지만 국가 경제가 인플레이션 유발 없이 생산할 수 있는 수준을 의미하는 잠재성장률이 지속해서 낮아지고 있다면 그것은 분명 우려스러운 부분이다. 그런 의미에서 얼마 전 한국개발연구원(KDI)에서 발간된 연구자료(KDI현안분석-"잠재성장률 전망과 정책적 시사점", 2025.05)는 주목해볼 필요가 있다.

해당 연구보고서에선 한국 경제의 잠재성장률에 대한 부문별 기여도를 콥-더글라스 생산함수를 통해 성장회계 방식으로 분해했다. 대략적인 결과를 살펴보면 한국경제의 잠재성장률은 2001~2010년에는 4.7%였지만 2015~2024년에는 2.5%로 낮아졌는데 앞으로 2030년대에는 0.7%로, 2040년대에는 0.1%까지 낮아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렇게 잠재성장률이 낮아지는 원인을 부문별로 살펴보면 콥-더글라스 생산함수의 3요인(자본, 노동, 총요소생산성) 중에서 노동투입 부진이 2030년대부터 마이너스를 기록하면서 잠재성장률을 크게 하락시키는 주원인으로 분석되고 있다. 노동 투입 부진은 인구구조와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 통계청의 장래인구 추계에 따르면 한국의 생산연령(15~64세) 인구는 2019년(3763만명)을 정점으로 감소하기 시작해 2030년대에 510만명이, 그리고 2040년대에는 460만명 정도가 추가로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인구 구조적으로는 생산연령이 2025년부터 낮아지기 시작하면서 2050년까지 51.9%까지 하락하는 반면, 고령인구는 2025년에 20%를 넘어선 후 2050년에 40.1%까지 높아진다는 전망이다. 인구구조에서 파생되는 노동 투입이 잠재성장률을 하락시키고 저성장 고착화를 심화시킨다는 점에서 저출생·고령화 현상을 사회문화적 문제로만 볼 수 없는 배경이기도 하다.

2010년대부터 최근까지 선진 경제권 중에서 독보적인 성장성을 유지해온 미국 경제를 살펴보자. 미국 경제의 성장 동력에 대해 분석한 연구자료에 의하면 노동투입이 중요한 성장동력으로 작용하고 있으며, 노동투입 중에서도 생산연령의 기여도가 절대적인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특히 2010년대 미국의 생산연령이 안정적으로 증가하면서 미국 경제의 성장 동력으로 작용할 수 있었던 데에는 이민자 유입이 누적되면서 생산연령 인구가 지속해서 유입됐다는 점에 기반하고 있다. 미국 사회에서 이민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전체 인구의 10% 정도지만 발명가는 전체 인구의 16%를 차지하고 특허 건수는 전체 특허의 23%를 차지하고 있으며 특히 그들이 생산해내는 특허의 시장가치는 전체의 25%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결국 미국 경제는 단기적 성장 정책이 아닌 2010년대 초반부터 걸쳐 진행돼온 경제 구조적 체질 변화가 뒷받침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한국의 잠재성장률이 구조적으로 하락하고 그것이 저성장 고착화로 이어지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당연히 저출생·고령화 문제가 선결돼야 하겠지만 (미국의 경제 체질 개선과 같이) 유연하고 포용적인 노동시장 조성과 양질의 고학력 이민자를 받아들일 수 있는 정책도 고려해 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올해 들어 트럼프 때문에 미국 예외주의가 약해지기는 했으나 선진국 중에서 미국 경제의 상대적 성장 우위는 여전하다. 관세 분쟁이 글로벌 경제와 금융시장을 흔드는 중에도, 미국 경제의 체질 개혁이 오늘날 관세 파고를 헤쳐 나가는 버팀목으로 작용하고 있다.

그런 면에서 한국 정부도 저출생과 관련된 문제의식이 높다는 점은 다행스럽다. 이재명 대통령의 대선 공약집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저출생에 대응하는 15개 정책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리고 저출생·고령화 등 인구 위기 문제를 집중적으로 다룰 인구미래부(가칭)를 정부 조직으로 신설하고 인구 문제 해결을 위한 컨트롤 타워 역할을 맡길 것으로 알려졌다.

개인적으로 이재명 정부가 시도하는 자본시장 활성화 정책들을 환영한다. 하지만 자본시장의 꽃이라고 불리는 주식이, 장기적으로 외풍에 흔들리지 않는 튼튼한 뿌리를 내리기 위해서는 국가 경제의 건전한 펀더멘탈이 뒷받침돼야만 가능한 일이다.

코스피 5000포인트 시대라는 슬로건도 나쁘진 않지만, 시간이 흐르고 정권이 바뀌어도 스스로 성장할 수 있는 자생력을 확보하기 위해선 당장은 눈에 보이지 않는 잠재성장률을 끌어올릴 필요가 있다. 많은 연구 결과를 통해 그 해법은 인구 구조와 연관돼 있음이 어느 정도 밝혀졌다. 인구 정책은 그 효과를 확인하기가 매우 오래 걸리지만 그래도 꾸준히 추진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많은 청춘이 비혼보다 결혼을 선호하고 아이 낳는데도 거리낌이 없는 사회가 되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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