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이 팔아도 돈을 못 벌 수 있다고요?”
삼성카드의 올해 1분기 성적표에는 조금 의아한 장면이 보입니다. 보통은 물건을 많이 팔거나 이용하는 사람이 늘어나면 회사도 돈을 더 많이 벌 것이라고 생각하죠. 그런데 삼성카드에서는 다른 상황이 펼쳐졌습니다. 카드 결제 규모는 커졌는데, 정작 회사가 손에 쥔 진짜 이익(순이익)은 오히려 줄어들었습니다.
이 회사의 올해 1분기 취급고는 총 47조3345억원이었습니다. 여기서 ‘취급고’란 사람들이 결제하거나 대출을 받으며 카드를 통해 오간 전체 금액을 뜻해요. 쉽게 말해 삼성카드를 찾는 사람이 많아졌고, 거래도 한층 활발해졌다는 의미입니다.
하지만 이 숫자가 전부는 아닙니다. 돈이 들어오는 만큼 돈이 나갈 수도 있기 때문이죠. 이번 실적이 바로 그런 대표적인 사례였습니다. 가장 큰 원인은 비용 증가였습니다. 먼저 카드 이용이 늘어나면서 돈을 마련하는 데 드는 비용이 커졌습니다.
카드회사는 고객이 카드값을 내기 전에 가맹점에 결제 대금을 지급합니다. 예를 들어 우리가 식당에서 5만원을 카드로 결제하면 식당은 며칠 안에 카드회사에서 돈을 받지만 고객은 결제일이 돼야 카드값을 내는 것이죠. 이를 대비해 회사 측은 필요한 돈을 금융시장에서 미리 빌려옵니다. 문제는 빌린 자금에는 이자가 붙는다는 사실입니다. 카드 사용이 늘어날수록 필요한 자금도 많아지고 이자 부담도 함께 커집니다.
실제로 삼성카드의 올해 1분기 금융비용은 1584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6.8% 불어났습니다. 또 다른 이유는 새로운 회원을 모으고 제휴를 확대하기 위해 들어간 마케팅 지출입니다. 최근 카드업계 경쟁은 더욱 치열해지고 있습니다. 간편결제 서비스가 빠르게 성장하고 있고 카드사들도 고객을 붙잡기 위해 다양한 혜택을 내놓고 있습니다. 할인 행사나 포인트 적립, 제휴 서비스가 대표적이죠.
삼성카드 역시 적극적으로 고객 확보에 나서고 있습니다. 특히 자동차 구매 분야에서 존재감을 키우고 있어요. 테슬라와 BYD, 폴스타 등과 단독 결제 제휴를 맺었고 여러 수입차 업체와도 협력을 확대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마케팅는 새로운 고객을 끌어오는 데 도움이 됩니다. 하지만 제휴를 맺고 서비스를 운영하려면 혜택 제공과 운영에 적지 않은 비용이 들어갑니다. 손님을 더 많이 모으기 위해 가게가 광고를 하는 것과 비슷한 원리라고 볼 수 있습니다.
실제로 삼성카드의 판매관리비는 올해 1분기 12.9% 확대됐습니다. 고객을 확보하고 서비스를 운영하는 데 쓰는 지출이 그만큼 커진 것입니다. 결국 삼성카드는 카드 이용 규모를 키우는 데는 성공했지만 돈을 빌리는 데 들어가는 이자와 고객을 확보하기 위한 지출이 함께 늘어나면서 수익 증가 효과를 상당 부분 상쇄했습니다. 그 결과 올해 1분기 순이익은 1563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5.3% 감소했습니다. 3년 만에 처음으로 1분기 순이익이 줄어든 것입니다.
한편 안 좋은 소식만 있었던 것은 아닙니다. 비용 부담이 커지면서 순이익은 깎였지만 회사의 건전성을 보여주는 지표는 오히려 개선됐습니다. 고객이 카드값을 약속한 날짜까지 갚지 못한 비율을 ‘연체율’이라고 하는데요. 삼성카드의 올해 1분기 1개월 이상 연체율은 0.92%로 지난해 말보다 소폭 낮아졌습니다. 주요 카드사 가운데 연체율이 개선된 곳은 삼성카드가 유일했습니다.
삼성카드의 이번 실적은 기업의 성적표를 볼 때 단순히 이용 금액이나 매출 규모만으로 판단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보여줍니다. 숫자가 변했다는 사실만 볼 것이 아니라 그 과정에서 비용이 어디에 쓰였는지와 회사의 건전성은 어떤지를 함께 살펴봐야 기업의 진짜 성과를 이해할 수 있습니다. 김덕식 기자·방예별 인턴기자·윤성아 인턴기자
청소년 눈높이에 맞춘 시사경제신문 ‘틴매일경제’를 만나보세요. 한 달 단위로 구독할 수 있어요.















English (US)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