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롬 파월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에게 기준금리를 인하하라고 압박하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차기 Fed 의장을 예상보다 빨리 지명할 수 있게 됐다. 금리 인하에 신중한 ‘매파’ 에이드리아나 쿠글러 Fed 이사가 갑자기 사임하면서다. 덕분에 당초 내년 1월인 쿠글러 이사의 임기 만료까지 기다리지 않고 자신의 입맛에 맞는 인사를 이사직에 앉힐 수 있게 됐다. 트럼프 대통령이 새로운 이사를 임명할 때 차기 Fed 의장를 염두에 둘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Fed는 지난 1일 쿠글러 이사가 이달 8일 Fed 이사직에서 물러난다고 밝혔다. Fed에서도 매파로 꼽히는 쿠글러는 조 바이든 행정부 시절인 2023년 9월 Fed 이사로 임명됐으며 임기는 내년 1월 말까지였다. 사임 배경은 알려지지 않았다.
쿠글러는 이날 트럼프 대통령에게 사임 의사를 담은 서한을 보냈고 트럼프 대통령은 “매우 기쁘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또 자신의 SNS에 “그녀(쿠글러)는 그(파월)가 금리 결정에서 잘못된 행동을 하고 있다는 걸 알았다(그래서 사임했다)”며 “그(파월)도 사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오전에도 SNS를 통해 Fed 이사회에 파월 의장 해임을 촉구했다.
쿠글러의 갑작스러운 사임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Fed 흔들기’가 더욱 거세질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쿠글러 후임 자리는 트럼프 대통령이 임명할 수 있는데 그렇게 되면 Fed 이사진 7명 중 트럼프 대통령이 임명한 인사는 미셸 보먼 부의장과 크리스토퍼 월러 이사를 포함해 총 세 명으로 늘어난다. 지난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Fed가 기준금리를 동결했을 때 보먼 부의장과 월러 이사는 금리 인하를 주장하며 30여 년 만에 Fed 이사진에 가장 큰 균열을 드러냈다.
내년 5월 파월 의장 임기가 종료되기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에게는 차기 의장 후보를 미리 이사회에 입성시킬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Fed는 트럼프 대통령의 압박 이외에도 금리 고민이 깊어졌다. 1일 미국 노동부가 발표한 고용보고서에서 미국 고용시장이 빠른 속도로 악화하고 있다는 결과가 나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장은 이미 9월 기준금리 인하를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툴에 따르면 3일 기준으로 시장에선 Fed가 9월에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할 확률을 80.3%로 보고 있다.
한경제 기자 hanky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