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자리 25만개 어디로 날아갔나”…얼어붙은 미국 고용, 금리인하설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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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만명대로 주저앉은 일자리
물가도 4월 이후 빠른 상승
9월 금리인하 기대감 커져

트럼프, 노동부 국장 경질해
부진한 고용지표 책임 회피

‘매파 쿠글러’ 깜짝 사퇴발표
연준 내 금리인하 진영 확대

사진설명

미국 경제에 스태그플레이션(경기 둔화 속 물가 상승) 공포가 다시 고개를 들었다.

지난달 30일(현지시간)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5연속 기준금리를 동결하면서 내세웠던 근거는 관세발 인플레이션 우려와 함께 아직 견고한 고용시장이었다. 불과 이틀뒤인 1일 발표된 고용보고서로 금리 동결의 전제가 송두리째 바뀌었다.

7월 비농업 일자리가 7만3000명 증가하면서 예상치(10만명)에 못 미친 것도 모자라 지난 5, 6월 일자리 증가폭이 조정되면서 무려 25만8000명 일자리가 하루 아침에 증발해버린 것이다.

그동안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줄기차게 강조했던 것이 바로 고용시장이다. 연준과 관세발 인플레이션 영향에 대해선 논란이 있었지만 적어도 낮은 실업률과 양호한 일자리 증가폭에서는 공감대가 있었다.

하지만 지난 5∼7월 3개월간 월평균 일자리 증가폭이 3만5000명에 불과해 지난해 월평균 증가폭 16만8000명의 5분의 1수준에 불과하다는 것이 드러났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평균 일자리 증가 속도 역시 2020년 팬데믹 때 경기 침체를 제외하고는 2009년 이후 가장 약하다는 분석이 나왔다.

미국 버지니아주 알링턴에서 한 남성이 식당 앞에 걸린 ‘구인 중’이라고 적힌 표지판을 지나가고 있다. [AFP = 연합뉴스]

미국 버지니아주 알링턴에서 한 남성이 식당 앞에 걸린 ‘구인 중’이라고 적힌 표지판을 지나가고 있다. [AFP = 연합뉴스]

무엇보다 관세 영향에도 불구하고 탄탄하다고 트럼프 대통령이 주장해왔던 제조업 고용시장에서마저 충격이 나타났다. 제조업 일자리는 5~6월 2만 6000개가 감소한데 이어 7월에 1만 1000개 감소했다.

지난 2분기 국내총생산(GDP)이 3.0%로 성장하면서 예상치를 상회했지만 전반적으로 고용, 소비, 물가 등이 모두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는 평가다.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 등이 경고했던 스태그플레이션 조짐이 현실화될 것이라는 분석에 힘이 실리고 있다.

매크로폴리시 퍼스펙티브의 줄리아 코르나도 분석가는 2일 월스트리트저널에 “왜 (망가진 고용지표가) 일찍 나오지 않았는지가 미스터리였다. 이게 끝이 아니다”라며 소비와 고용 지표에서 더 악화한 지표들이 잇따를 가능성을 경고했다.

릭 라이더 블랙록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이날 투자자 노트에서 “월간 일자리 증가 폭이 10만명을 계속 밑돈다면 연준이 금리 인하를 개시할 것이고 9월 0.5%포인트(빅컷) 인하도 가능할 수 있다”라고 주장했다.

스태그플레이션은 한가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정책이 다른 문제를 악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연준이 가장 경계하는 미국 경제의 우울한 시나리오다.

최대고용과 물가안정이라는 이중 책무에서 연준이 경기 방어를 위해 금리를 낮출 경우 인플레이션을 심화할 수 있다. 반대로 물가 대응을 위해 긴축적 통화 정책을 유지할 경우 경기 침체를 더 악화하게 된다.

이에 대해 베스 해맥 클리블랜드 연준 총재는 블룸버그TV 인터뷰에서 7월 고용보고서에 대해 “실망스러운 보고서”라면서도 “하나의 보고서에서 너무 많은 것을 만들지 않아야한다”고 지적했다. 존 윌리엄스 뉴욕연준 총재는 월스트리트저널과 인터뷰에서 “노동 시장이 완만하게 점진적으로 냉각되고 있지만 여전히 견고한 위치에 남아 있다”며 섣부른 해석을 경계했다.

24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연준 본부를 방문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 제롬 파월 연준 의장과 대화하며 비용 내역서를 가리키고 있다. [AFP = 연합뉴스]

24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연준 본부를 방문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 제롬 파월 연준 의장과 대화하며 비용 내역서를 가리키고 있다. [AFP = 연합뉴스]

앞서 파월 의장은 실업률이 안정적인 것은 일자리 수요 뿐만 아니라 이민자 단속 등으로 일자리 공급도 줄어든 것이 원인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그러면서 “고용시장의 하방 리스크가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정부가 주요국에 부과하는 상호관세가 1일부터 본격화되면 일자리 타격에 더 가속도가 붙을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이때문에 지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힘을 잃었던 9월 금리 인하설이 재부상하고 있다. 특히 아드리아나 쿠글러 이사가 최근 돌연 사퇴를 결정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아예 파월 의장의 후임까지 조기에 지명하는 방향으로 파월 의장의 리더십을 흔들고 금리인하를 압박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현재 차기 연준 의장으로 거론되는 후보는 캐빈 해싯 백악관 국가경제위원장, 크리스토퍼 월러 연준 이사,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 케빈 워시 전 연준 이사 등이다.

쿠글러 이사의 조기 사임으로 주목해야 할 또 하나의 관전 포인트는 통화정책 결정회의인 FOMC 의장을 내년 선출하는 데 진통을 겪을 수 있다는 점이다. FOMC 의장은 연준 의장이 당연직으로 맡지 않고 매년 첫 FOMC 회의에서 위원들의 선출로 결정된다. 친트럼프 진영 연준 인사들이 늘어나는 구조에서 내년 첫 FOMC 회의 때 파월 의장의 FOMC 의장직 수행에 반기를 드는 목소리가 커질 것으로 보인다.

이런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은 악화한 고용 지표를 통계 조작으로 부르며 바이든 행정부에서 임명된 에리카 맥엔타퍼 노동부 노동통계국장을 전격 해임해 논란을 키우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부진한 고용 지표가 확인되자 수 시간 뒤 맥엔타퍼 국장을 경질하며 “바이든이 지명한 인사가 정치적 목적으로 일자리 숫자를 조작했다”고 주장했다. 부진한 고용 상황이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경제 실정으로 비춰질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하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척 슈머 상원 원내대표는 자신의 엑스(X·옛 트위터)에 “트럼프는 자신을 당장 해고해야 마땅하다”고 주장했다. 크리스 머피 상원 의원은 “권위주의로 한걸음 더 나아간 것”이라며 “옛 소련이 이렇게 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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