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해튼 부자 지도 바뀐다…신흥부자촌으로 뜬 다운타운 웨스트빌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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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시 맨해튼 찰스스트리트의 150번지에 위치한 고급 콘도미니엄. 이 콘도의 한 세대는 최근 6000만 달러에 거래됐다. 다운타운 맨해튼의 역대 최고가 기록이다. 사진=박신영 뉴욕특파원

뉴욕시 맨해튼 찰스스트리트의 150번지에 위치한 고급 콘도미니엄. 이 콘도의 한 세대는 최근 6000만 달러에 거래됐다. 다운타운 맨해튼의 역대 최고가 기록이다. 사진=박신영 뉴욕특파원

뉴욕 맨해튼의 유명 현대 미술관인 휘트니 미술관에서 10분 정도 10번 애비뉴를 따라 남쪽으로 내려가면 왼쪽에 허름한 11층짜리 건물 하나가 나타난다. 건물의 외관은 보잘것없는데 건물 입구에 서 있는 경비원은 사뭇 진지하다. 건물 사진을 찍기 위해 휴대폰을 들고 이리저리 움직이니 곧바로 나와서 “이곳에서 사진 찍으면 안 된다. 당장 떠나라”며 위협적인 말투로 말한다. 이곳은 미국의 유명 사진작가 애니 리보비츠가 최근 1650만 달러에 구매한 펜트하우스가 있는 건물이다.

이곳에서 좀 더 남쪽으로 5분 더 걸어가면 왼쪽으로 뻗은 찰스스트리트의 150번지엔 붉은 벽돌의 콘도가 있다. 이곳도 경비원의 경계가 삼엄하다. 이 콘도의 한 세대는 최근 6000만 달러에 거래됐다. 다운타운 맨해튼의 역대 최고가 기록이다.

2000만 달러 이상 주택 거래 많아

*일 뉴욕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최근 맨해튼에서 14번가 남쪽의 다운타운 지역이 고급 주거지로 빠르게 부상하고 있다. 과거 센트럴파크 주변의 어퍼이스트사이드와 맨해튼 57번가 중심으로 한 빌리어네어스 로우가 대표적인 고급 주거지였다. 하지만 요즘 들어 다운타운의 웨스트빌리지를 중심으로 한 지역이 새로운 부촌으로 주목받는 중이다.
부동산 분양 및 마케팅 회사인 코코란 선샤인에 따르면 2023년 이후 뉴욕 맨해튼 다운타운에서 2000만 달러 이상 주택 거래가 10억 달러 이상 체결됐다. 이는 웨스트빌리지에 맨해튼 부자들이 몰리면서 생긴 현상이다.

뉴욕시 다운타운에 위치한 웨스트빌리지. 이미지=구글 맵

뉴욕시 다운타운에 위치한 웨스트빌리지. 이미지=구글 맵

코코란 선샤인은 “웨스트빌리지의 140 제인 스트리트에 있는 한 펜트하우스는 현재 8750만 달러에 매물이 나와 있다”며 “지난해 8월 분양이 시작된 이후, 지금까지 총 12세대가 판매되었으며, 이 중 3세대는 각각 4000만 달러 이상에 계약됐다”고 밝혔다.
웨스트빌리지 외에도 첼시, 트라이베카 등 34번가 남쪽 지역도 함께 부자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 WSJ에 따르면 올해 2월 트레이베카 67 베스트리 펜트하우스는 4140만 달러에 팔렸고, 지난해 웨스트첼시의 원하이라인의 한 세대는 4900만 달러에 계약이 체결됐다.

금융·문화 중심지

웨스트빌리지를 중심으로 한 다운타운 지역이 부자들의 인기를 끌고 있는 데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우선 금융·테크 기업들이 인근으로 이전해 왔다. 구글과 KKR 등이 허드슨 야드와 웨스트빌리지 인근으로 사무실을 열었다. 직장과 주거지 간 거리를 최소화하려는 고소득 근로자들의 수요 집중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웨스트빌리지는 월가와도 비교적 가깝다. 찰스스트리트의 150번지 콘도를 6000만 달러에 산 인물은 월가 인근의 퀀트 트레이딩 회사인 제인 스트리트 캐피털에서 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어퍼이스트의 고급 아파트보다 개인의 사생활을 더 보호할 수 있다는 점도 장점이다. 웨스트빌리지의 상당수 콘도는 세대별 출입구가 따로 있다. 콘도 현관에서 서로 마주칠 일이 거의 없는 셈이다. 콘도가 줄지어 있는 10번 애비뉴는 허드슨강이 내려다볼 수 있어 어퍼이스트 지역의 센트럴파크와 견줘도 손색이 없다는 평가다. 웨스트빌리지 안에서 좀 더 동쪽으로 가면 주택가가 형성돼 있다. 콘도가 아니더라도 상당히 넓은 면적의 타운하우스가 이 지역에 퍼져 있어 맨해튼 내에서 드물게 주택을 소유할 수 있는 지역이기도 하다.

맨해튼의 신흥 부자들의 얽매이기 싫어하는 라이프 스타일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어퍼이스트의 고급 아파트들은 입주자의 직업 학력 금융 상태까지 엄격하게 심사하고, 임대 제한 규정도 둔다.
한 부동산 중개회사 관계자는 “산책로인 하이라인과 휘트니 미술관을 비롯한 첼시 인근의 유명 갤러리들, 파인다이닝 등이 웨스트빌리지에 집중된 것도 부자들의 흥미를 끌고 있다”고 설명했다. 뉴욕=박신영 특파원 nyuso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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