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스크의 트럼프 저격 “감세법안은 역겨운 흉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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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핵심공약 강도 높게 비난
‘1호 친구’ 최측근서 저격수 돌변
전기차 세액 공제 폐지 등에 불만
美매체 “누적된 좌절감 폭발한것”

최근 백악관 ‘특별 공무원’ 자리에서 정식으로 물러난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사진)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핵심 공약으로 추진 중인 대규모 감세 법안을 “역겨운 흉물(disgusting abomination)”이라며 강도 높게 비난했다. 지난해 대선 과정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1호 친구’로 부상하며 최측근으로도 여겨졌던 머스크가 트럼프 2기 행정부에 누적된 불만을 터뜨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뉴욕타임스(NYT)는 “머스크와 트럼프 사이 균열이 커지고 있다”고 짚었다.

머스크는 3일(현지 시간) X에 올린 글을 통해 “미안하지만 더는 참을 수가 없다. (감세 법안이) 거대하고, 터무니없고, 온갖 선심성 지출로 가득 찼다”고 주장했다. 그는 법안이 통과될 경우 이미 심각한 수준인 재정적자가 폭증할 것이라고 지적하며 “찬성한 이들은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하나의 크고 아름다운 법안’이라고 명명된 이 법안은 트럼프 대통령의 감세 공약 실천을 핵심 목표로 삼고 있다. 이를 위해, 소득세율 인하 등 올해 말 종료 예정인 트럼프 1기 감세법의 주요 조항을 연장하고 국방비를 늘리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 대신 조 바이든 행정부에서 추진했던 미국산 전기차 구매 시 7500달러 세액 공제 등 친환경 에너지 정책은 폐지하고자 한다. 또 일부 복지, 교육 예산도 감축하도록 했다. 법안은 지난달 22일 한 표 차이로 가까스로 하원을 통과했다.

미 온라인 매체 액시오스는 소식통을 인용해 머스크가 감세 법안을 강도 높게 비난하는 것을 두고 “단순한 불만이 아니라 누적된 좌절감이 폭발한 결과”라고 전했다. 머스크는 올 1월부터 지난달까지 백악관 특별 공무원으로 임용돼 정부효율부(DOGE) 수장직을 맡아 연방정부 개혁을 이끌었다. 그러나 머스크는 법률상 무급 고문직에 주어진 130일 임기를 연장하지 못했다.

특히 머스크는 감세법에 ‘전기차 세액 공제 폐지’가 담기는 것을 막으려고 노력했지만 실패했다. 자신이 소유한 우주항공 기업인 스페이스X의 위성 인터넷 ‘스타링크’를 국가 항공망에 도입하려던 계획 역시 실패한 것으로 알려졌다. 머스크에겐 지난달 31일 자신이 추천한 기업인 재러드 아이작먼이 우주항공국(NASA) 국장으로 지명됐다가 철회된 게 “마지막 모욕”으로 다가왔을 것이라고 액시오스는 진단했다.

캐럴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대통령은 이미 이 법안에 대한 머스크의 견해를 알고 있다”며 대수롭지 않게 반응했다. 그러나 정치매체 폴리티코는 관계자를 인용해 “머스크의 전방위적 비판은 백악관을 격분시켰다”고 전했다. 백악관은 법안이 상원을 통과하도록 당 반대파를 설득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공화당은 6석 차이로 상원에서 근소한 우위(53석)를 차지하고 있다.

김윤진 기자 ky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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