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구 한 카페. 매장 안에 있는 키오스크 단말기에서 주문할 음료를 고른 뒤 토스 '페이스페이'로 결제하기를 선택했다. 단말기 화면에 내 얼굴을 인식하니 1초도 안 돼 페이스페이에 등록해둔 신용카드로 결제가 완료됐다. 삼성페이 등의 서비스가 신용카드를 들고 다니지 않아도 된다는 편의성으로 각광받았는데, 이제는 휴대전화가 없어도 결제가 가능하게 된 것이다.
#지난달 찾은 서울 중구 신한카드 본사 내 카페에서 메뉴를 고른 뒤 직원에게 얼굴로 결제한다고 요청하자 단말기를 내밀었다. 단말기에 얼굴을 인식하니 신한 페이스페이에 등록된 카드로 바로 결제됐다. 경희대 학생식당에서도 식권 구입을 네이버페이의 '페이스사인'으로 쉽게 구입할 수 있었다. 안면인식 결제 경쟁이 치열하다 보니 페이스사인을 처음 이용하는 사람에게는 포인트도 적립해줬다.
6일 금융권에 따르면 핀테크 업체와 카드사 등 금융권이 새로운 간편결제 서비스 중 하나인 안면인식 결제 서비스를 속속 내놓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신한카드가 2019년 안면인식만으로 결제를 지원하는 '신한 페이스페이'를 선보인 데 이어 네이버페이도 작년 '페이스사인'을, 토스도 올해 페이스페이를 내놨다.
특히 모바일 금융 플랫폼 '토스'를 운영하는 비바리퍼블리카가 지난 3월부터 선보인 '페이스페이'는 결제 가능한 곳이 편의점이라는 점에서 주목받았다. 그간 제한적으로만 사용할 수 있었던 '얼굴로 결제하기'가 가장 대중적이면서 전국적으로 가장 점포가 많은 편의점에서 가능해지며 범용성을 확보한 것이기 때문이다.
얼굴인식을 통해 결제하는 메커니즘은 거의 비슷하다. 사전에 얼굴인식 결제를 지원하는 금융사 앱에 자신의 얼굴과 신용카드나 체크카드, 은행 계좌 등 결제수단을 등록하고, 얼굴인식 결제가 가능한 카페와 음식점, 편의점 등에서 비치된 단말기로 결제를 하면 된다.
등록 과정도 복잡하지 않다. 현재 얼굴인식 결제를 지원하는 토스, 네이버페이, 신한카드 등 앱에 들어가면 안면인식 결제 등록 메뉴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휴대전화 카메라를 통해 정면·측면 등 여러 각도에서 자신의 얼굴을 촬영하고 신분증이나 계좌, ARS 인증 등을 거친 후 안면인식 결제로 어떤 결제 수단을 사용할 것인지 선택하면 된다.
이렇게 한번 등록만 하면 빠르게 결제가 진행되는 게 안면인식 결제의 가장 큰 장점이다. 단말기에서 안면인식 결제를 선택한 뒤 카메라를 응시하면 결제가 바로 진행된다. 모자나 마스크 등을 써도 결제가 무리 없이 진행된다. 다만 본인 확인이 어려울 정도로 의상이나 액세서리가 얼굴을 가린다면 카메라가 인식을 하지 못할 수 있어 벗고 결제하는 것을 권장한다. 만약 결제했는데 사용할 수 없는 신용카드이거나 등록된 계좌에 잔액이 부족하다면 앱에서 결제 수단을 다시 변경하면 된다. 얼굴 결제만으로 불안하다면 추가로 핀번호 등 비밀번호를 설정할 수도 있다. 토스는 현재 신용·체크카드와 계좌, 토스포인트 등을 사용할 수 있고, 네이버페이는 네이버페이 머니와 포인트, 신한카드는 신용·체크카드만 사용할 수 있다. 안면인식 결제를 더 이상 사용하지 않을 경우에는 설정에 들어가서 정보를 삭제하는 것도 가능하다.
금융권이 경쟁적으로 안면인식 결제 서비스를 개발하는 이유는 이 서비스가 쉽고 빠른 결제 수단으로 주목받고 있기 때문이다. 간편결제 이용 규모가 갈수록 커지고 있는 가운데 페이스페이가 상용화한다면 주요한 간편결제 수단 중 하나로 자리 잡을 수 있어 이를 선점하기 위한 것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2024년 말 기준 간편지급 이용 건수는 일평균 3072만건에 이른다. 이용 금액도 일평균 9594억원으로 2021년보다 58% 늘어났다. 간편지급은 지문·얼굴 등 생체정보, 비밀번호를 비롯한 간편인증 수단만으로 지급과 송금이 가능한 서비스를 일컫는다.
다만 이 같은 안면인식 결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보안과 개인정보 보호다. 얼굴이라는 고유의 수단으로 결제를 하다 보니 타인의 사진을 활용해 결제를 시도하는 등 범죄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고, 해킹 등이 이뤄질 경우 안면 정보가 새어 나가는 것이라 사람들의 공포감도 상당하다.
이를 인지한 금융권은 고도화한 기술과 보안을 강조하고 있다. 토스는 얼굴 위·변조 방지 기술 '라이브니스(Liveness)'를 활용해 사진이나 동영상의 가짜 얼굴을 걸러내고 있다고 밝혔다. 페이스페이 관련 모든 데이터는 암호화해 별도 서버에서 안전하게 관리하고, 24시간 이상거래탐지시스템(FDS)을 가동해 부정 거래도 탐지하고 조치한다는 것이다.
네이버페이는 얼굴 정보 최초 등록 시 얼굴의 입체적인 정보를 인공지능(AI) 분석을 거친 후 특징값으로 암호화해 저장해 안전하다는 점을 내세운다. 결제 단계에서는 딥러닝 모델을 기반으로 등록된 얼굴 정보와 결제 단말기에 확인된 얼굴을 대조해 99% 이상 정확도로 식별한다고 전했다.
신한카드는 LG CNS와 기술협력을 통해 3D·적외선 카메라로 추출한 디지털 얼굴 정보와 신한카드 결제정보를 매칭한 후 가상카드정보인 토큰으로 결제하는 방식이다.
신한카드가 시작하고, 토스가 편의점업계를 잡으며 대중화에 성공한 안면인식 결제는 앞으로도 이용이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토스는 현재 일부 고객을 대상으로 강남을 시작으로 전국 여러 편의점과 음식점, 카페, 영화관 등에서 페이스페이 결제를 시범운영하고 있다. 이후 전 고객을 대상으로 확대하며 기존 토스 앱과 연계를 늘린다는 계획이다.
토스 관계자는 "페이스페이로 결제하는 고객들에게 쿠폰을 드리거나 혜택을 드리는 방법을 검토하고 있다"며 "콘서트와 공연 등에서 얼굴인증 도입도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네이버페이는 작년부터 경희대 식당과 카페에서 결제 서비스 상용화에 나섰다. 네이버 사옥에서는 임직원의 출입과 결제, 시스템 로그인 등에 활용되고 있다. 앞으로 네이버페이가 출시하는 오프라인 결제 단말기에도 페이스사인 기능을 탑재한다는 계획이다.
신한카드도 본사 식당과 카페 편의점, GS25 등 일부 편의점과 대형마트 등에서 제한적으로 운영하며 제휴처 확장을 모색하고 있다.
[한상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