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이데일리 강신우 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보수·진보를 떠나 ‘실용적 시장주의’를 강조한 만큼 경제정책인 이른바 ‘이재명 노믹스’는 먹고 사는 문제를 해결(먹사니즘)하기 위해 재정은 풀되, 새는 지출은 ‘재정 성과관리 강화’와 ‘국세감면율 법정한도 준수’ 등으로 틀어막는 방향이 될 전망이다.
다만 지출 구조조정만으로는 이 대통령이 후보 당시 약속한 복지 등 경제 공약을 이행할 재원(5년간 210조원) 마련이 쉽지 않기 때문에 법인세 인상 등 부자증세나 대규모 국채발행이 불가피할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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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
민생 살기기 나선 李…핵심은 ‘지역화폐’
4일 정치권과 관가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이른 시일 내 ‘1호 업무지시’인 비상경제대응 태스크포스(TF)를 구성·운영해 35조원 규모의 2차 추가경정예산(추경)안 마련 등 민생·경제 챙기기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최근(5월) 생산(-0.8%)과 소비(-0.9%), 투자(-0.4%)가 모두 감소한 ‘트리플 마이너스’를 기록하며 내수 부진이 계속된데다 트럼프발(發) 관세 전쟁 등으로 0% 성장률 전망까지 나오면서 암울한 경제상황부터 타개하겠단 의지로 풀이된다.
이 대통령은 이날 취임사를 통해 “민생 회복과 경제 살리기부터 시작하겠다”며 “불황과 일전을 치르는 각오로 비상경제대응TF를 바로 가동하겠다. 국가 재정을 마중물로 삼아 경제의 선순환을 되살리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이날 오후 용산 대통령실에서 국무총리 후보자와 대통령 비서실장 등 첫 인선을 발표한 뒤 “당장 할 수 있는 경제 정책이 무엇인지, 규모와 방식, 절차들을 최대한 점검하도록 노력하겠다”며 “핵심은 추경안 편성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이번 추경 규모는 지난 1차 필수 추경(13조 8000억원)을 제외한 20조원 안팎이 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핵심 용처는 ‘지역화폐’다. 앞서 지난 2월 민주당은 35조원의 추경안을 제시하면서 민생 회복 예산 명목으로 △국민 1인당 25만원씩 지역화폐로 지급하는 민생 회복 소비 쿠폰 사업(13조원) △지역화폐 할인지원(2조원) △상생 소비 캐시백(2조 4000억원) △8대 분야 소비 바우처(5000억원) 등 ‘소비 진작 4대 패키지’를 내놨다. 지역화폐 관련 사업만 15조원이 투입된다.
추경 외에도 △아동수당 지급 대상 확대 △농업기본소득 도입 △자녀 수에 따라 신용카드 소득공제율과 공제 한도 상향 △자녀세액공제 확대 △프랑스식 ‘가족계수제’ 도입 등도 이 대통령의 공약 사항이다. 민간 정책 연구기관인 정책평가연구원에 따르면 이들 공약을 모두 실현한다면 2055년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부채비율(D1 기준)이 202.5%까지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후보 당시 캠프 측 자체 계산상으로도 5년간 210조원이 더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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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이 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인사브리핑에 입장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
지출 구조조정 나선다지만…“현실성 없어”
이재명 정부는 공약 이행을 위해 지출 구조조정에 나설 방침이다. 앞서 발표한 공약집을 보면 △국세감면율 법정한도 준수 △재정 성과관리(부실·중복사업 관리 강화 등) 강화 △공공기관 재무관리 강화 △예비비 편성 및 지출 심의 강화 등으로 재원을 확보한단 구상이다.
특히 국세감면율에 방점이 찍혔다. 윤석열 정부에선 국세감면율 법정 한도를 매번 어겨왔다. 국회 예산정책처가 추정한 올해 국세감면율(15.9%)도 법정한도(15.6%)를 초과할 것으로 예상된다. 3년 연속 초과다. 지난해 세법 개정 등으로 올해 정부가 깎아주는 세금만 78조원에 달한다. 이 대통령은 후보 시절인 지난달 28일 공약 이행에 따른 재정 확보방안에 대해 “감면 같은 조세지출을 조정하면 상당 정도의 재원을 확보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이 같은 지출 구조조정만으로는 공약 이행에 따른 재원 마련이 현실적으로 쉽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이상민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지출 구조조정은 재원마련을 위해서 당연히 해야 할 일이지만 현실적으로 충분한 재원을 확보할 수 없다”며 “법인세 인상이나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등 증세나 대규모 국채발행이 불가피하지만 이 역시 나라 안팎의 사정을 고려하면 쉽지 않고 비과세 감면 정비가 유일한 수단으로 고려해볼만 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