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시, 든든한 후배들과 함께 악몽의 장소서 ‘라스트 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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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시와 아이들’과 ‘데 라 푸엔테의 아이들’ 결승 맞대결

2016년 6월 27일. ‘축구의 신’ 리오넬 메시(아르헨티나)는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 했지만, 챔피언이 되지 못해 가슴이 아프다”며 국가대표팀 은퇴를 선언했다. 아르헨티나가 이날 미국 뉴저지주 메트라이프 스타디움에서 열린 남미축구선수권대회(코파아메리카) 결승에서 칠레에 승부차기 끝에 패한 뒤였다. 승부차기 첫 번째 키커로 나와 실축한 메시는 2014 브라질 월드컵, 2015 코파아메리카에 이어 3년 연속 메이저대회 준우승에 그친 뒤 눈물을 쏟았다.

하지만 아르헨티나 팬과 선수들, 심지어 대통령까지 나서서 메시를 붙잡았다. 수도 부에노스아이레스 지하철역 전광판엔 “리오, 떠나지 마”라는 문구가 내걸렸다. 당시 15세 유망주였던 엔소 페르난데스는 소셜미디어에 메시에게 보내는 편지를 올렸다. “당신이 대표팀의 하늘색 유니폼을 입고 뛰는 모습이 아르헨티나인에게 가장 큰 자랑거리예요. 가지 마세요. 욕심 많은 우리를 용서해주세요.”

결국 메시는 마음을 바꿔 대표팀에 복귀했다. 그리고 2021 코파아메리카에서 개인 첫 메이저대회 우승을 차지했다. 메시는 페르난데스와 함께 출전한 2022 카타르 월드컵에서는 자신의 첫 월드컵 우승이자 아르헨티나의 대회 통산 세 번째 우승을 이뤄냈다.

메시의 ‘라스트 댄스’는 현재진행형이다. 그 뒤엔 자신을 붙잡았던 페르난데스가 있다. 메시는 8골로 이번 대회 득점 선두를 달리고 있다. 미드필더 페르난데스 역시 여러 차례 해결사 역할을 해냈다. 페르난데스는 이집트와의 16강전에서 후반 추가 시간에 역전 결승골을 터뜨렸고, 잉글랜드와의 4강전에선 메시의 패스를 받아 천금 같은 동점골을 넣었다.

올해 39세인 메시는 활동량이 많지 않다. 하지만 페르난데스와 로드리고 데폴(미드필더), 훌리안 알바레스(공격수) 등 메시를 보며 축구 선수의 꿈을 키운 후배들이 메시를 대신해 수비에 적극적으로 가담한다. 덕분에 메시는 온전히 공격에 전념할 수 있다. 데폴은 “경기장 안팎에서 메시와 함께 많은 순간을 공유할 수 있다는 사실 자체가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이제 메시와 아이들은 함께 큰 아픔을 겪었던 전장으로 향한다. 20일 오전 4시 스페인과의 결승전 장소는 10년 전 코파아메리카가 결승에서 메시가 눈물을 쏟았던 메트라이프 스타디움이다. 이 경기장은 공식 후원사가 아닌 기업의 노출을 제한하는 국제축구연맹(FIFA)의 정책에 따라 월드컵 기간엔 뉴욕 뉴저지 스타디움으로 불린다. 팀 득점 1위(19골)를 달리고 있는 아르헨티나는 막강 화력을 앞세워 두 대회 연속이자 통산 네 번째 우승에 도전한다.

아르헨티나가 메시를 중심으로 뭉친 팀이라면 스페인은 루이스 데라 푸엔테 감독이 10년 이상 육성한 선수들이 주축인 팀이다. 스페인 19세 이하, 21세 이하, 23세 이하 대표팀 감독을 거쳐 성인 대표팀을 맡은 데 라 푸엔테 감독은 “나는 성인 대표팀을 맡기 전부터 여러 선수와 함께해 ”고 말했다.스페인 대표팀 선수 중 골키퍼 우나이 시몬과 미드필더 로드리는 2015년 데 라 푸엔테 감독의 지도 아래 유럽축구연맹(UEFA) 19세 이하 챔피언십 우승을 차지했다. 데 라 푸엔테 감독은 2019년 UEFA 21세 이하 챔피언십에선 미드필더 파비안 루이스, 공격수 미켈 오야르사발 등과 함께 우승을 일궜다.

오랜 기간 데 라 푸엔테 감독의 지도를 받은 스페인 선수들은 이번 대회 7경기에서 단 1골만 내주는 ‘짠물 수비’를 펼치며 결승에 올랐다. A매치 37경기 무패(28승 9무)로 이탈리아와 최다 경기 연속 무패 공동 1위인 스페인이 결승전에서 승리하면 이 부문 신기록을 작성한다. 또 2010년 이후 16년 만에 통산 두 번째 우승을 달성한다.

이번 대회 우승팀은 월드컵 역사상 처음으로 챔피언 반지를 끼게 된다. FIFA는 17일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우승 반지 사진을 공개하면서 “우승팀은 트로피와 금메달 외에 역사상 최초로 챔피언십 반지를 받는다. 미국 스포츠의 가장 대표적인 우승 기념 전통 가운데 하나가 세계 축구 무대에 첫선을 보인다”고 밝혔다.

미국 경제 전문지 포브스는 16일 티켓 재판매 플랫폼 틱픽의 자료를 인용해 이번 대회 결승전이 재판매 티켓 가격 기준 미국에서 열린 스포츠 행사 가운데 역대 가장 비싼 이벤트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틱픽에 따르면 결승전 티켓 평균 가격은 역대 최고인 1만1327달러(약 1680만 원)다.

한종호 기자 hj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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