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기획] 48개국 체제 첫 월드컵의 빛과 그림자
20년 걸친 ‘메호대전’ 승자는 메시
야말-벨링엄 등 새 슈퍼스타 등장… ‘작은 강팀’ 카보베르데 등도 발견
‘하프타임 쇼’ 도입… 월드컵 미국화
2030년엔 3대륙 6개국서 동시 개최… 64개국 확대 논의에 선수 혹사 우려
● ‘라스트 댄스’와 ‘라이징 스타’


적어도 북중미 월드컵에서 메호대전은 메시의 완승으로 끝났다. 메시는 4년 전 카타르 대회 우승에 이어 월드컵 2연패에 도전한다. 개인적으로도 월드컵 통산 최다 득점(17일 현재 21골) 및 도움(12개) 주인공으로 올라섰다. 호날두는 월드컵 사상 최초로 6개 대회에 걸쳐 득점에 성공한 선수가 됐지만 포르투갈이 이번 대회 16강에서 탈락하면서 월드컵 우승과는 끝내 인연을 맺지 못했다.





이번 대회를 통해 일약 스타가 된 카보베르데 골키퍼 보지냐(40)는 “우리는 작다. 하지만 우리의 심장은 크다”는 말로 ‘월드컵 정신’을 대변했다. 인구 약 52만 명의 아프리카 섬나라 카보베르데뿐만이 아니다. 요르단, 우즈베키스탄, 퀴라소도 이번에 처음으로 월드컵 본선 무대를 밟았다.
대회 개막 전만 해도 본선 참가국 숫자가 늘어나면 일방적인 경기가 속출해 팬들 관심이 떨어질 것이란 우려가 컸다. 하지만 뚜껑을 열자 곳곳에서 ‘여름 동화’가 쓰였다. 퀴라소 응원단은 월드컵 데뷔전에서 독일에 1-7로 크게 패한 뒤에도 국기를 흔들며 춤을 췄다. 이들은 “우리가 월드컵에 온 것 자체가 승리”라며 환호했다.
물론 밝은 면만 있었던 건 아니다. 이번 대회 16강 토너먼트에 오른 팀 가운데 아시아축구연맹(AFC) 회원국은 한 나라도 없었다. AFC 회원국 가운데 한 팀도 월드컵 16강에 오르지 못한 건 2014 브라질 대회 이후 12년 만이다. AFC 회원국은 결국 이번 대회에서 3승 10무 16패를 합작하는 데 그쳤다. 아스널(잉글랜드) 지휘봉을 20년 넘게 잡았던 아르센 벵거 국제축구연맹(FIFA) 글로벌 디렉터는 “아시아 팀들은 경기 강도와 템포를 따라갈 만큼 충분한 경쟁력을 갖추지 못했다”고 평했다.
● ‘풋볼’과 ‘사커’
미국이 축구를 사랑하게 된 것인지 아니면 축구를 자신들에게 익숙한 방식으로 바꾸고 있는 것인지는 여전히 논쟁거리다. 1998 프랑스 월드컵 우승 주역인 에마뉘엘 프티(56·프랑스)는 영국 ‘토크 스포츠’와의 인터뷰에서 “축구가 서서히 그러나 확실하게 ‘미국식 스포츠’로 변하고 있다”면서 “축구가 비즈니스의 일부라는 건 이해하지만 때로는 도가 지나치다”고 말했다. 대표 사례가 전·후반 22분경에 의무적으로 3분 동안 실시한 ‘하이드레이션 브레이크’(수분 보충 휴식)다. 이 때문에 축구는 사실상 4쿼터 형태가 됐다. 사상 처음으로 ‘하프타임 쇼’도 펼쳐진다. 방탄소년단(BTS)을 비롯해 마돈나, 샤키라, 저스틴 비버 등 세계적 팝 스타들이 무대에 오를 예정이다. FIFA가 하프타임 쇼를 도입하기로 한 건 당연히 ‘돈’이 되기 때문이다. 지난 시즌 슈퍼볼 30초 광고 단가는 1000만 달러(약 152억 원)에 달했다. 하프타임 쇼와 광고 때문에 결승전 하프타임이 축구 규칙에 정해 놓은 상한선(15분)을 넘길 수밖에 없다는 점도 문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역시 전 세계적인 주목을 받을 수 있는 월드컵을 흘려보내지 않았다. 미국과 전쟁 중인 이란 선수단은 멕시코에 베이스캠프를 차린 뒤 경기 때만 미국을 찾는 ‘출퇴근 월드컵’을 치러야 했다. 이란은 “우리는 월드컵 역사상 가장 핍박받은 팀”이라고 항변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와의 32강전에서 레드카드를 받은 자국 공격수 폴러린 벌로건(25)의 출전 정지 징계를 유예해 달라고 잔니 인판티노 FIFA 회장에게 직접 전화를 걸기도 했다. FIFA는 결국 벨기에와의 16강전 때 벌로건의 출전을 허용했다.
● 48개국 → 64개국
64개국 체제를 처음 제안한 건 지난해 4월 남미축구연맹(CONMEBOL) 총회였다. 다음 월드컵이 열리는 2030년은 우루과이에서 제1회 월드컵을 개최한 지 100년이 되는 해다. CONMEBOL은 “100주년 대회인 만큼 우루과이를 비롯한 남미에서도 경기가 열려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에 FIFA는 2030 월드컵을 공동 개최하는 스페인, 포르투갈(이상 유럽), 모로코(아프리카)가 아닌 우루과이에서 개막전을 치르기로 했다. 또 아르헨티나와 파라과이에서도 조별리그 각 1경기를 소화하기로 했다. 3개 대륙 6개 나라에서 월드컵이 열리는 것이다. 2002 한일 월드컵으로 공동 개최국 시대가 열린 지 28년 만의 일이다. 남미에서 첫 경기를 치른 팀은 이후 스페인, 포르투갈, 모로코로 이동해 남은 조별리그와 토너먼트 일정을 소화해야 한다. 당연히 컨디션 조절에 상대적으로 애를 먹을 수밖에 없다. 우루과이 수도 몬테비데오에서 스페인 수도 마드리드까지는 1만 km 가까이 떨어져 있고 비행기로 13시간 가까이 걸린다.
참가국이 늘어나면 당연히 경기 일정도 길어진다. 32개국 체제 마지막 월드컵이었던 2022 카타르 월드컵 때는 29일에 걸쳐 64경기를 치렀다. 48개국이 참가한 이번 대회 총 104경기를 치르는 데는 39일이 필요하다. 64개국 체제에서는 총 128경기를 치러야 한다. 대회가 두 달 가까이 이어져도 이상하지 않다. 이렇게 일정이 길어지면 개최국의 시설·운영 부담이 커지는 건 물론 선수도 부상 위험에 노출될 확률이 올라간다. 이 때문에 소속 클럽팀과 마찰이 생길 수도 있다. 알렉산데르 체페린 유럽축구연맹(UEFA) 회장은 64개국 확대안에 대해 “좋은 생각이 아니다”라며 반대 입장을 밝혔다. 이번 월드컵 전체 출전 선수 1248명 가운데 68.7%(857명)가 UEFA 산하 클럽팀 소속이었다.
한종호 기자 hjh@donga.com
김배중 기자 wante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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