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저 업체들 총출동"…'랜드마크' 설계 경쟁 불붙은 이 아파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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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00가구 넘는 대단지로 재건축을 추진 중인 서울 마포구 '성산시영'. 한경DB

4800가구 넘는 대단지로 재건축을 추진 중인 서울 마포구 '성산시영'. 한경DB

재건축·재개발 정비 사업장의 설계자 선정은 보통 두 가지 방식으로 진행된다. 적격심사 혹은 설계공모(현상설계). 일정한 배점표를 통해 사업수행능력을 따져보는 적격심사에선 주로 가격 경쟁이 벌어진다. 설계공모는 설계업체가 사업장에 맞는 작품을 응모하면, 심사와 총회를 거쳐 당선작을 가려내는 방식이다. 창의성 등이 중요한 만큼 서울 압구정과 반포, 성수 등 고급화를 꾀하는 지역에서 이 방식을 선택하는 경향이 있다.

서울 강북권 재건축 ‘대어’로 통하는 마포구 성산시영도 현상설계를 진행 중이다. ANU와 나우동인, ATJ(해외 업체)로 구성된 컨소시엄과 해안·DA건축 컨소시엄이 신청했다. 국내를 대표하는 건축설계 업체의 경쟁 구도가 형성된 것이다. 앞서 설명회에선 8개 업체가 관심을 보였다. 정비업계에선 성산시영의 높은 미래 가치를 보여주는 단면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다음달 말까지 작품 신청을 받은 뒤 총회를 열고 조합장 선거와 함께 당선작을 선정할 계획이다.

마포구 '성산시영' 위치도. 네이버지도 캡처

마포구 '성산시영' 위치도. 네이버지도 캡처

1986년에 준공된 성산시영은 최고 14층, 33개 동, 3710가구로 이뤄져 있다. 2023년 결정된 정비계획에 따르면 향후 최고 40층, 30개 동, 4823가구로 재탄생한다. 마포구 대표 단지로 꼽히는 아현동 ‘마포래미안푸르지오’(3885가구)보다 약 1000가구 많은 규모다. 재건축 후 지역 대표 단지 타이틀을 꿰찰 것으로 보인다. 사업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 오는 10월께 조합 설립을 마무리한 뒤 바로 건축심의를 밟을 계획이다. 내년 하반기엔 사업시행인가와 시공사 선정 등에 들어갈 예정이다.

내년께 최고 층수를 49층으로 높이는 절차도 밟을 계획이다. 추진위원회 측은 층수 변경이 ‘경미한 변경’에 해당하는 만큼 별다른 어려움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사업비 모금에 주민이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고, 서울시와 협의도 잘 되고 있다고 한다. 상가 조합원(총 74명)의 조합설립 동의율도 67%가 넘는다. ‘상가 분쟁’도 무난히 넘길 공산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성산시영 인근 불광천 산책로. 한경DB

성산시영 인근 불광천 산책로. 한경DB

사업성도 좋은 편이다. 단지는 전용면적 50~59㎡의 중소형 평형으로만 구성돼 있다. 대지지분은 43~51㎡ 수준. 면적 대비 대지지분 비율이 나쁘지 않다는 평가다. 김아영 성산시영 재건축 조합설립 추진위원장은 “임대주택 비율이 10.7%(516가구)로 낮은 편이고, 전용 74㎡(30평) 이상 물량 비율도 70% 넘게 확보해 놓았다”고 설명했다. 양천구 등 인근 지역만 해도 임대주택 비율이 12~14% 수준인 경우가 적지 않은 상황에서 10%대 비율이 돋보인다는 평가가 나온다.

조합 및 일반분양 물량의 면적을 살펴보면 전용 49㎡ 453가구, 전용 59㎡ 1178가구, 전용 74㎡ 243가구, 전용 84㎡ 2153가구, 전용 118㎡ 280가구다. 현재 규모(3710가구)에 비해 전용 74㎡ 이상 평형(2676가구) 비율이 72.1%나 된다. 조합원 선호도가 높은 전용 74㎡ 이상 물량이 다수 계획돼 있는 셈이다. 고령의 1인 가구 조합원이 꽤 있는데, 이들이 향후 소형 면적을 선택할 수 있다. 이럴 경우 비교적 넓은 면적을 일반분양분으로 돌려 수익성을 높이거나 전체 가구 수를 늘리는 선택을 할 수도 있다.

성산시영 곳곳데 대형 건설사들의 현수막이 걸려 있다. 한경DB

성산시영 곳곳데 대형 건설사들의 현수막이 걸려 있다. 한경DB

지금도 성산시영의 10층 이상 가구에선 한강 조망이 가능하다고 한다. 재건축 후 ‘조망 프리미엄’은 한층 좋아질 전망이다. 인근에 있는 월드컵경기장과 월드컵대교 등과 어우러지면 보다 역동적이고 화려한 ‘한강뷰’가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이런 재료를 잘 활용하면 차별화된 설계가 가능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김 위원장은 “단지 자체가 서울을 대표하는 랜드마크가 될 수 있도록 멋진 설계를 선보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단지의 1~27동과 28~33동은 월드컵북로로 나뉘어 있다. 향후 두 공간을 연결하는 브릿지도 선보일 계획이다. 입지 여건도 좋다. 지하철 6호선 월드컵경기장역과 맞닿아 있는 역세권 아파트다. 공항철도와 6호선, 경의중앙선이 지나는 디지털미디어시티역도 가깝다. 향후 대장홍대선 호재도 예상된다. 단지와 월드컵경기장 사이에 불광천 산책로가 잘 마련돼 있다. 하늘공원, 평화의공원, 난지한강공원 등 녹지공간도 풍부하다. 하늘공원에선 대관람차인 ‘서울링’ 설치 프로젝트가 추진되고 있다.

이인혁 기자 twopeopl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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