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대학 입학시험인 가오카오(高考) 응시생이 8년 만에 줄었다. 인구 감소에 취업난으로 대입 대신 직업학교로 진로를 바꾸는 학생이 증가한 영향이다.
중국 교육부에 따르면 지난 7~8일 중국 전역에서 올해 가오카오가 치러졌다. 과목 선택 방식에 따라 시험이 9∼10일까지 이어지는 곳도 있다. 응시생은 총 1335만 명이다. 역대 최다인 지난해 1342만 명보다 약 7만 명 감소했다.
중국은 수험생이 많고 명문대 진학 욕구가 커 한국처럼 입시 경쟁이 치열하다. 이 때문에 매년 가오카오가 치러지는 6월을 ‘헤이류웨’(黑六月·어둠의 6월)라고 부른다. 시험장 주변 호텔은 일찌감치 예약이 꽉 찼고 중국에서 명문대를 의미하는 ‘985’와 ‘211’ 번호가 붙은 객실은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일 정도였다. 985는 1998년 5월 시작된 일류 대학 건설 사업, 211은 1995년 발표된 ‘21세기 100대 중점대학 지원 사업’에서 유래했다. 중국 내 3000여 개 대학 중 명문대 정원은 전체 대학 정원의 2% 정도다.
올해 가오카오 응시생이 줄어든 가장 큰 이유는 응시 연령대인 2006~2007년생 인구가 줄어서다. 중국의 2006∼2007년 출생인구는 1580만∼1590만명 대였다. 반면 2005년 출생인구는 1600만 명을 넘었다.
취업난이 커진 점도 요인이다. 중국의 올 4월 기준 청년(16~24세) 실업률은 15.8%에 달했다. 중국 전체 실업률 5.1%을 웃돈다. 경기 부진으로 청년층 취업난이 풀리지 않는 데다 미국과의 무역 전쟁까지 맞물려 고용시장이 악화하고 있다.
왕단 유라시아그룹 중국담당 이사는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산업 디자인과 소수의 첨단기술 부문을 제외하고는 고연봉 일자리 기회가 믿을 수 없을 만큼 제한적”이라고 말했다.
수험생 자녀를 둔 중국인 직장인 우모씨는 한국경제신문 기자에게 “베이징대, 칭화대 등 명문대 경쟁률은 여전히 치열하다”면서도 “중국 정부가 직업교육을 확대하는 데다 취업시장이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어 예전처럼 가오카오에 목매는 분위기가 조금 줄었다”고 설명했다. 중국 정부는 2022년 직업교육법을 개정해 직업·기능고에 들어가 대학에 진학할 수 있는 통로를 만들었다.
중국 일부 지역에서 응시 과목과 배점을 변경한 ‘신(新)가오카오’를 도입해 재수생이 줄어든 영향도 있다.
인공지능(AI) 시스템을 활용한 부정행위 감시도 지난해 광둥성과 하이난성, 베이징시 등에 이어 올해는 도입 지역이 더 늘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베이징=김은정 특파원 ke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