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용산구 한남동에 들어서는 최고급 시니어 레지던스 '소요한남 by 파르나스'가 예상을 뛰어넘는 청약 성적을 거두며 국내 시니어 주거 시장의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했다. 최고 60억원대에 달하는 보증금과 월 수백만원의 생활비 등 높은 진입 장벽에도 거둔 성과라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지난달 25~26일 진행된 소요한남 청약이 평균 13.4대 1의 경쟁률로 흥행에 성공했다. 대형 평형인 전용 108㎡ 타입은 56.5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하며 가장 높은 관심을 받았다.
최고 60억원대에 달하는 보증금과 월 임대료를 포함한 생활비가 2인 기준 1000만원을 웃도는 수준이어서 흥행 여부를 장담하기 어렵다는 예상을 깬 결과다.
계약이 시작된 이후 가장 높은 경쟁률을 기록한 108㎡ 타입은 전 호실 계약이 완료됐다. 나머지 타입 역시 계약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어 곧 완판될 것으로 예상된다.
흥행 요인으로는 한남동이라는 희소성 높은 입지와 파르나스호텔이 제공하는 특급 서비스가 꼽힌다. 여기에 업계에서는 아직 성공 사례가 없던 초고가 시니어 레지던스 시장에 가장 먼저 도전한 '퍼스트 무버(First Mover)' 전략이 적중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모두 주저할 때… ‘최적 입지’로 공감대 끌어내
초기 사업 기획 당시 분위기는 냉랭했다. 주요 이해관계자인 특급 호텔, 대형 건설사, 금융사 등은 초고가 시니어 주택의 성공 사례가 전무한 상황에서 선뜻 나서지 못했다. 단순 분양 중심의 개발과 달리, 운영과 서비스를 결합해야 하는 복잡한 구조 탓에 사업 난도가 워낙 높았기 때문이다. 참여할 건설사와 서비스 사업자를 찾기조차 어려워 성공 가능성은 희박해 보였다.
시장 참여자들 사이에서 시니어 레지던스 시장이 언젠가 열릴 것이라는 공감대는 있었지만, 실제 파일럿 프로젝트가 될 수 있을 만한 ‘최적의 부지’를 찾지 못했던 것이 원인이었다. 이때 한남동이라는 탁월한 부지가 확보되면서 분위기는 반전됐다. 각 참여사가 이곳이야말로 최적지라는 공감대를 갖게 되면서 사업은 급물살을 타기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앵커 테넌트로서 공간을 재탄생시키는 데 탁월한 역량을 보여온 조만호 무신사 대표의 강력한 의지가 큰 역할을 했다. 조 대표는 성수 지역을 글로벌 상권으로 활성화하고 서울숲 인근 상권을 되살리는 ‘서울숲 프로젝트’를 추진해 온 인물이다. 그의 뚝심과 추진력 덕분에 포스코이앤씨(시공사), 해안건축(설계), 파르나스호텔(운영) 등 각 분야 대표 기업이 한 팀으로 뭉칠 수 있었다는 평가다.
까다로운 PF 심사 정면 돌파
사업 추진 과정에서 자금 조달 역시 큰 난관이었다. 브릭스인베스트먼트가 본 프로젝트파이낸싱(PF)으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부동산 시장의 강화된 PF 심사를 통과해야 했다. 기존 시니어 레지던스 사업의 부실 사례가 적지 않아 심사기관들은 더욱 보수적인 기준을 적용했다.
이에 조 대표는 개인 보유 주식을 담보로 제공하는 등 사업 추진에 강한 의지를 보였다. 사업단 역시 사업성 검증과 안정성 보완, 시장 전망에 대한 체계적인 설명을 통해 까다로운 심사 기준을 충족했다.
철저한 준비를 마친 소요한남은 2029년 초 국내 최고 수준의 프리미엄 시니어 레지던스로 문을 열 예정이다.
초고령사회가 키운 '약한 케어' 수요
사업 추진 배경에는 급속한 고령화에 대한 분석이 자리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고령화가 진행되고 있다. 현재 전체 인구의 약 20%인 65세 이상 고령인구 비중은 2045년께 약 40%까지 증가하며 세계 최고 수준의 고령사회에 진입할 것으로 전망된다. 소요한남이 준공되는 2029년은 국내에서 가장 많은 자산을 보유한 베이비붐 세대가 본격적으로 고령층에 편입되는 시기이기도 하다.
사업단은 일반 아파트와 요양시설 사이에 있는 '약한 케어(Mild Care)' 시장에 주목했다. 60대 중후반에서 70대 중반의 시니어들은 독립적인 생활을 유지하면서도 건강관리와 응급 의료서비스 접근성을 함께 원하는 경우가 많다. 자녀와의 분가, 배우자 사별 등으로 독립적인 주거를 희망하는 수요도 꾸준히 늘고 있다.
그동안 이 같은 수요는 충분했지만 이를 충족할 주거 상품은 사실상 없었다. 소요한남은 이러한 시장의 공백을 겨냥한 첫 번째 프리미엄 시니어 레지던스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는 평가를 받는다.
기업형 주택 시장 확산 마중물 되나
업계에서는 소요한남의 흥행이 초고가 시니어 레지던스를 넘어 국내 기업형 주택시장 확대의 계기가 될 것으로 전망한다.
전문 운영 역량과 안정성을 갖춘 기업형 주택사업자가 임대시장에 본격 진출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최근 전세사기 등으로 임대차 시장의 신뢰가 흔들리는 상황에서 전문 운영과 체계적인 관리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형 주택은 초고가 시장뿐 아니라 일반 주거 시장에서도 새로운 대안으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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