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도 느꼈는데 라이언 고슬링의 연기에는 특별한 구석이 있다. 엄청나게 잘생긴 것도, 존재 자체로 스타성이 넘치는 것도 아닌데, 흥행에 성공하거나 좋은 평가를 받은 작품을 보면 다른 배우보다 관객에게 전달하는 감정력의 힘이 더 세다. <프로젝트 헤일메리>에서도 그런 강점이 빛을 발한다.
라이언 고슬링이 맡은 역할은 중학교 과학 교사였다가 우주 비행사가 되는 라일랜드 그레이스다. 수업 중 별안간 모종의 프로젝트 총괄인 프로젝트 에바 스트라트(산드라 휠러)의 방문을 받은 그는 태양이 죽어가고 있다는 소식을 듣는다. 당장 해결하지 않으면 30년 안에 인류가 멸종할 거라는 얘기에 그레이스는 크게… 놀라는 눈치는 아니다.
배우로서 라이언 고슬링을 지칭하는 수식 중 하나는 웬만해서는 표정 변화가 없다고 하여 돌부처와 뜻이 유사한 ‘스톤 페이스(Stone Face)’이다. <킹 메이커>(2012)의 선거 홍보관이나 <블레이드 러너 2049>(2017)의 리플리칸트처럼 얼굴에 감정을 드러내는 것이 제한적인 역할을 주로 맡아온 이유가 있다.
<프로젝트 헤일메리>의 그레이스 또한, 일희일비하는 인물이 아니어서 절체절명의 위기를 맞이한 지구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있어 신뢰를 준다는 점이 중요하게 작용한다. 우주선 탑승이 이번이 처음도 아닌 게, 닐 암스트롱을 연기한 <퍼스트맨>(2018)에서도 인류 최초의 달 착륙이라는 어마어마한 임무를 묵묵히 수행했다.
실제로 <프로젝트 헤일메리>의 오프닝은 라이언 고슬링이 지닌 특징을 적극 반영한다. 탑승한 동료들이 수면 상태에서 사망하고, 그레이스 홀로 살아남는다. 어떤 이유에서인지 우주선에 탑승한 사실 자체를 생소하게 느끼면서도 절망하거나 좌절하는 데 시간을 쏟는 대신 상황을 파악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데 집중하는 면모를 보인다.
스톤 페이스로 불리는 라이언 고슬링의 원조는 따로 있다. 찰리 채플린과 슬랩스틱 코미디의 쌍벽을 이뤘던 버스터 키튼이다. 늘 무표정한 얼굴로 스턴트맨이나 가능한 기예를 펼치면서도 모아이 석상 같은 얼굴을 영화 내내 유지했던 버스터 키튼은 아이러니하게도 관객에게서 웃음과 감탄의 진폭을 최대치로 끌어올리는 데 선수였다.
라이언 고슬링이 슬랩스틱에 특화한 배우는 아니어도 특유의 무표정은 일종의 마지막 한 방(?)을 위한 전략으로 작동한다. 태연한 척 우주에서 홀로 지낸다고 해도 마음속엔 대화를 나눌 누군가가 그리웠을 터. 우주에서 만난 외계 생명체가 자신의 동작을 따라 하는 걸 간파하고 춤을 춰 보이는 장면에서 그레이스는 그 누구보다 행복해 보인다.
그 춤이 엄청 현란하거나 의도적으로 코믹하게 몸을 쓴 것도 아니고 기껏해야 귀여운 수준이라 해도 워낙 얼굴에 표정을 드러내지 않았기에 작은 동작만으로도 그레이스가 현재 얼마나 기쁜 상태인지가 저비용 고효율의 효과로 드러난다. 그게 미소와 웃음의 연기에만 한정될까. 그레이스가, 라이언 고슬링이 눈물까지 흘린다면?
그 대상은 지구인이 아니다. 로키(제임스 오티즈)다. <판타스틱 4>의 씽처럼 부서진 바위를 모아놓은 생김새인데 강아지 정도의 크기에, 눈코입이 없고, 팔인지 다리인지 분간할 수 없는 게 다섯 개 달린 외계 생명체다. 그레이스와는 전혀 다른 외모를 지녔으면서도 거울 이미지 같은 이유는 표정을 짓지 않아도 다채로운 감정을 드러내서다.
그레이스와 로키는 동병상련의 처지다. 로키 역시 태양 에너지를 흡수하는 미생명체 ‘아스트로파지‘ 때문에 고향별이 위기에 빠지자 이를 해결하겠다고 홀로 우주로 나왔다 그레이스와 조우한다. 우주 환경에 노출되면 신체가 산화하는 로키는 작은 돔 형태 안에서 자기를 보호하는데 그래서 그레이스와의 만남은 서로 거울을 보는 듯하다.
<프로젝트 헤일메리>의 원작자 앤디 위어는 이 작품을 일컬어 “세계의 운명을 바꿀 두 단짝의 이야기“라면서 “일종의 ‘버디무비’“라고 장르를 정의했다. 버디무비는 전혀 다른 배경을 가진 두 친구가 위험한 임무를 함께 해결해 가는 과정에서 서로를 이해하며 진한 우정을 과시하는 전개를 기본으로 한다.
<프로젝트 헤일메리>가 독특한 건 버디무비의 공식을 Sci-Fi 배경의 하위 장르로 풀어가면서 에바에게 속아 우주로 나온 탓에 인간에 관한 애정을 잃은 그레이스와 에리드 행성 출신의 비(非)인간 존재 로키, 두 스톤 페이스를 주인공으로 삼아 이들 조합에서 좀처럼 쉽지 않은 웃음과 눈물이라는 극히 인간적인 감정을 끌어 올려서다.
어떤 배우는 필모그래프로 쌓아 올린 이미지가 작품의 세계관을 형성하여 연기+알파(α)의 경지를 선보인다. 라이언 고슬링은 <프로젝트 헤일메리>에서 미지의 우주와 같은 무표정의 얼굴에 굴곡진 감정들을 주름처럼 새겨넣어 영화를 구원한다. 원작자 앤디 위어가 왜 소설 출간도 전에 라이언 고슬링에게 영화화를 제안했는지 이해가 간다.
허남웅 영화평론가
[영화 <프로젝트 헤일메리> 메인 예고편]

4 week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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