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미국 주택 판매량이 2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감소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관세 정책에 따라 경기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봄철 성수기에도 주택시장이 냉각되는 분위기다.
24일(현지시간)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이날 전미부동산중개인협회(NAR)는 3월 미국의 기존 주택 판매량이 402만 채(연율 환산 기준)를 기록해 전월 대비 5.9% 감소했다고 밝혔다. 월간 감소폭으로는 2022년 11월 이후 최대다. WSJ가 조사한 전문가 예상치(3.1% 감소)보다 더 악화된 수치다.
3월 주택 판매 감소폭이 큰 건 이례적인 현상이다. 보통 미국의 봄철은 자녀를 둔 가구가 여름 이사 시즌을 앞두고 집을 사두는 수요가 몰리는 시기다. 주택 소유자들도 이 시기에 맞춰 매물을 내놓는다. WSJ는 “급격한 판매 감소가 올해 봄에 (주택) 시장이 회복될 것이란 기대를 무너뜨렸다”고 평가했다.
주택 구매가 크게 줄어든 이유는 경기 불확실성이다.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으로 향후 경기 전망의 예측이 어려워지면서 기준금리가 하락할 것이라는 시장의 기대 또한 무너졌다. 모기지 금리도 여전히 높다. 미국 국책 담보대출업체 프레디맥에 따르면 이번주 30년 고정 모기지금리는 6.81%에 달한다. 경기 불확실성과 고금리에 미국인들이 주택 구매에 신중해졌다는 분석이다. 반면 주택을 팔기 원하는 유주택자들은 모기지 금리 인하를 기다리지 않고 매물을 집중적으로 내놓고 있다.
높은 집값도 시장을 얼어붙게 만든 요인 중 하나다. 미 전역 기준 지난달 기존 주택의 중간 가격은 40만3700달러로 전년 동월 대비 2.7% 상승했다. 3월 기준으로는 사상 최고가다.
전미부동산중개인협회(NAR)의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로렌스 윤은 “매물이 늘어났음에도 불구하고 기존 주택 판매는 여전히 탄력을 받지 못하고 있다”며 “올해 어느 정도 회복이 있을 것으로 기대했지만 지금까지는 전혀 그런 조짐이 없다”고 말했다.